‘백악관 父子’ 있게 한 석은옥 여사, 그녀의 내조와 교육

송경호 기자  khsong@chtoday.co.kr   |  

강영우 박사 아내, “매일 찬송하고 기도, 한글교육은 잠언으로”

▲전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의 아내이자, 듀크대 안과전문의 강진석 박사와 현 백악관 입법관계특별보좌관 강영진 박사의 어머니 석은옥 여사. ⓒ 송경호 기자

▲전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 강영우 박사의 아내이자, 듀크대 안과전문의 강진석 박사와 현 백악관 입법관계특별보좌관 강영진 박사의 어머니 석은옥 여사. ⓒ 송경호 기자

시각장애인이자 한국인으로서 미국 정부 최고위직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에 오른 강영우 박사 옆에는 30년 넘게 그의 지팡이가 되어 온 사모 석은옥 여사가 있었다.

자원봉사자로 1년, 누나로 6년을 보내고 평생의 반려자가 되어 ‘나는 그대의 지팡이, 그대는 나의 등대’라고 서로를 부르는 둘의 이야기는 94년 안재욱, 김혜수 주연의 ‘눈 먼 새의 노래’라는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모범적이고 헌신된 삶으로 그녀는 현재 미국교육인명사전, 미국여성사인명사전에 올라있다.

강영우 박사의 이번 방한 일정에 함께한 석 여사는 전날 강연을 전한 강 박사에 이어 8일 오후 서울나들목교회(담임 박원영 목사)의 ‘여행(女幸)’ 특별강연에 나섰다. 이날 강연에서 그녀는 강 박사와의 오랜 추억과 더불어 예일대를 나와 오바마 정부의 입법관계특별보좌관에 선임돼 관심을 끈 둘째 아들 강영진 박사, 하버드대를 나와 듀크대 안과전문의로 있는 첫째아들 강진석 박사를 키운 자녀교육 이야기도 전했다.

두 자녀, 듀크대 안과전문의·백악관 특별보좌관으로
“학생 때는 아버지, 어른이 되서는 어머니 가장 존경”

76년 피나는 노력 끝에 박사 학위를 받은 강 박사는 미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한국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싶다는 마음에 ‘금의환향’했지만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장애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여전한 편견으로 받아주는 곳이 하나도 없었고, 지식인들 사이에서의 냉대도 심했다. 아픈 마음을 뒤로한 채 두 부부는 다시 미국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석 여사에게는 “다른 인종의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심어줘야 할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녀는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자녀들’이라는 존귀함을 심어줘야 자신감이 생겨날 것 같았고 “각자의 사명이 있으니 하나님께서 재능을 주신 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믿음을 교육시켰다.

두 아들과 함께 매일 찬송과 기도를 하고 열심히 교회에 나가 신앙생활을 했다. 큰 아들에게 세 살 때부터 기도를 시켰고 간단한 말로 기도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석이가 “하나님 저에게 보는 아빠를 주세요”라는 기도를 했다. 함께 놀아주는 모습을 보며 아빠가 앞을 못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진석이에게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아빠가 눈을 다쳤을 때 빨리 치료하지 못해 시력을 잃었단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셔서 교수가 되지 않았니. 네가 어른이 되면 아빠 눈을 고쳐주는 게 어떻겠니’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진석이는 자신이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진석이가 성장하면서 공부하지 않고 장난을 칠 때마다 그런 이야기로 격려하며 꿈을 이루도록 했다. 지금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눈을 치료했던 주치의가 있는 병원의 멤버가 되었다.

둘째 아들 진영이는 차분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한글을 가르치면서 성경 말씀을 같이 읽혀야겠다고 생각했고 잠언을 택했다”며 “방학 때면 잠언 한 권을 다 읽었고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지나며 이 같은 습관이 계속되어 많은 지혜를 얻고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계명을 지키겠다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에서 오는 편지들도 대신 읽게 하면서 ‘한국과 미국에 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편견과 어려움이 있구나. 변호사로서 대변해주면 인간의 존엄성을 찾고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스스로 갖게 되었고 변호사로서의 꿈을 품고 결국 이루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기도하는 중에 한인들의 미덕을 미국 사회에 알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코리안 아메리칸 워먼스 클럽을 만들어 어려운 이들을 돕는 활동을 펼쳤으며 28년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수직을 감당했다.

더욱이 그녀는 “아들이 어린 시절에는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가장 좋아했었고 학생 시절에는 아버지를 가장 존경했었다. 하지만 아들이 ‘어려운 삶을 성취하고 결혼해 아내를 맞이해 보니 아내,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됐고 나에게 보여준 모습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 개인적인 시간을 조금도 할애하지 않고 오로지 자녀와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를 가장 존경한다’고 했던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고백했다.

석 여사는 “저희의 인생을 계획했던 것은 20년 전에 끝이 났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순종했을 때 사람의 계획으로 할 수 없는 길로 인도해주셨다”며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좋은 어머니 상을 보여줄 수 있게 하신 것, 아들이 지혜를 하나님 말씀에서 찾게 해주셨음을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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