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목사 “잊을 수 없는 ‘바보 노무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고인이 조선족에 베푼 사랑 회고… 자살 택한 것에 안타까움 표해

▲서경석 목사가 설교를 통해 노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서경석 목사가 설교를 통해 노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서울조선족교회)는 지난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열린 주일예배에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오늘 조선족 동포들의 편안한 삶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만큼 조선족 동포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조선족 동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대통령”이라고 추모했다.

서 목사는 설교에서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하게 된 사연을 상세히 회고하면서 “대통령께서는 동포들을 사랑한다는 말씀을 뜨겁게 하셨다”고 밝혔다. 당시 합법적인 국내 체류를 위해 단식농성 17일째를 맞았던 서 목사를 비롯한 조선족 동포들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전격적으로 단식을 풀었던 기억도 더듬었다. 서 목사는 “노 대통령께서 우리 교회에 오셔서 동포 숙소로 찾아가니 동포들은 대통령의 바지를 잡고 전부 쓰러져서 오열했다”며 “그야말로 십년은 족히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족 동포들의 삶의 개선은 우리 교회의 투쟁이 계기가 됐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동포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정부에서는 동포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면 1년 후 재입국시켜 주겠다고 약속했고, 다른 동포교회들은 이를 믿을 수 없다며 거절했지만 서울조선족교회 동포 5백명은 이를 믿고 돌아갔다 1년 후 전원 귀국해 방문취업제 등을 이용, 5년으로 늘어난 체류기간 혜택을 봤다는 것이다.

그는 “저 개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와 맞서 싸웠지만, 지난해 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봉하마을로 떠날 때 교인들과 함께 서울역에 가서 대통령을 환송했다”며 “조선족 정책에 관한 한 지금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발끝에도 못 따라간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당시 조선족교회 동포 교인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울면서 “우리는 결코 노무현 대통령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하고 외쳤다. 그러한 인연으로 주일이었던 지난 24일 오후 봉하마을을 방문해 90여명이 조문을 다녀오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곁에 ‘사람’이 없었던 점 안타깝다”

서경석 목사는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너무도 안타깝다”며 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께서 지금 정도의 곤욕은 참아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힘든 것이지만, 이 시기만 견디면 얼마든지 지나갈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박연차 회장이 자기와의 돈거래를 다 공개할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고, 만일 다 드러날 줄 알았다면 틀림없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돈을 받는 길을 택했을 거라는 논리다. 박 회장이 아들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었고, 봉하재단에 공개 헌금할 수도 있었으니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곤욕이라고 서 목사는 덧붙였다.

서 목사는 “저는 처음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적 행동을 비난했지만, 박 회장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이러한 검찰 수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전 정권의 비리를 다음 정권에서 정치보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철저히 파헤쳐야 이명박 정부도 다음 정권 때 말할 수 없는 곤욕을 치를 것이기에 비리를 생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도 물론 고통이 매우 컸겠지만 이러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했던 고통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그런대로 명예도 상당히 회복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서 목사는 “그런데 ‘바보 노무현’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끊었고, 온 국민을 죄인으로 만들었다”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대통령이라면 이 정도의 어려움은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우리 국민이 조금이라도 대통령의 죽음을 미화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서 목사는 “더욱 더 안타까운 점은 노 전 대통령께서 그렇게 절망에 빠져 있었던 때 대통령에게 이 정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하나님을 바라보고 나아가자고 말한 분이 없었다는 점”이라며 “명예를 잃는 것은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절대 아닌데, 왜 이 점을 깨닫지 못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신앙을 가진 사람은 자살하지 않는다”며 “자살이 죄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목숨을 끊을만큼 절망적인 상황이 와도 신앙이 절망을 극복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는 신앙관을 피력하기도 했다.

서 목사는 “참된 행복은 명예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이라며 “인생을 다 마친 후 하나님 앞에 서게 됐을 때 하나님으로부터 칭찬받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간 노무현의 영혼이 하나님 품 안에서 안식할 수 있기를 기도하자”며 “그리고 인간 노무현의 죽음 앞에서 무엇이 진실로 참된 행복인지 되돌아보기 바란다”는 말로 설교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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