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투병에도 꺼지지 않는 선교 열정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이상열·원용숙 선교사 “죽을 각오로 현장에 나가겠다”

“여러 번 고비를 넘기면서도 언제나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선교의 비전 때문이었습니다. 어서 나아서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드린 선교지로 나가고 싶습니다.”

A국 선교사(예장 장신 소속)로 파송받아 7월 24일 출국 예정이었던 원용숙 사모(52)는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원 사모는 2004년 7월 골수이형성증후군 판정을 받아 지난 5년간 투병생활을 해왔다. 골수이형성증후군은 혈액 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에 이상이 생겨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감소하는 난치병으로 지속적으로 수혈을 받아야 한다.

원 사모는 지난 1년 동안 부산대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적혈구, 혈소판을 수혈 받는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했다. 올 초에는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다. 그 와중에 지난 6월 왼쪽 콩팥에 4mm 이상 크기의 돌이 생겼지만 수술은 할 수 없었다. 혈소판 감소로 한 번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시엔 기적처럼 수술 없이 돌이 빠져 나왔지만 이번에는 오른쪽 콩팥에 지난번보다 더 큰 돌이 생겨 결국 출국을 연기했다.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이겨내고 있는 그녀는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힘든 것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며 “피가 너무 많이 났고 돌이 커서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변에 피가 나오고 3일 전부터는 코피가 멈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기도 밖에 할 수 없지만 언제라도 회복되면 바로 선교 현장으로 나가겠다는 각오다.

원 사모는 2002년부터 매년 A국에서 단기봉사활동을 해 왔고 3년 전부터는 베트남, 캄보디아에서도 단기봉사활동을 펼쳤다. 어린이 사역에 은사가 있어 출국하면 A국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계획이었다. 그녀는 “지난 8년 간 A국, 베트남, 캄보디아 세 나라를 다니며 받은 감동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교 현장에서 구원의 확신과 자유함을 얻은 현지인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고 하나님이 나를 다시 선교 현장으로 보내주실 것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8년 전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하나님께 선교사가 되겠다고 서원기도를 드린 원 사모는 “그때 전도하는 자, 선교하는 자를 찾으시는 하나님의 소원을 보았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목숨을 걸고 선교하러 가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이상열 목사(54)는 18년 간 공군 하사관으로 근무하고 전역 후 사업 등을 하다 영남장로회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 목사는 “사모에게 질병이 있지만 선교 현장에 가서 죽어가는 영혼을 먼저 살리다 보면 사모의 건강도 회복시켜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선교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기도한 것마다 하나님이 모두 들어주셨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걱정하거나 염려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산 하나로교회 부목사를 역임하다 2007년 11월 부산 칠산동에 늘푸른교회를 개척했지만 지난 6월 말 선교사로 파송 받으면서 교회를 후임 목사에게 넘겨주었다.

원 사모는 “오늘 저녁 하나님께서 부르셔도 행복하다”며 “선교의 비전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렇게라도 기도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뒤에도 선교가 사명이라고 이 목사를 끈질기게 설득했다는 원 사모는 이날도 선교 비전을 말할 때 활력이 넘쳤다. 출국은 8월 20일 전후로 연기했다.

그 동안 큰 교회와 국가에서 의료비 지원을 많이 받았지만 한 달 입원할 때마다 2천여만 원씩 들어가는 비용은 출국을 앞둔 선교사 부부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목사는 “중증환자여서 보험 혜택을 받고 있지만 비보험 의료비로 매번 3백~5백 만원씩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목사와 원 사모는 헌혈증을 제출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병원측 말에 헌혈증 기증자들을 찾고 있다. 헌혈증은 한국기독의원(이사장 최호칠 목사, 본지 편집위원, 031-424-4200)으로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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