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절반의 성공’, 그리고 2013년을 향하여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8월 26일부터 9월 2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서 한국교회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상 첫 한국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 배출은 좌절된 반면, 차기 총회 개최지는 한국 부산(벡스코)로 결정된 것. 특히 앞서 열린 총무 선거에서는 예장 통합 소속의 박성원 목사(영남신대 교수)가 최종 후보까지 오르면서 한껏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전통적으로 에큐메니칼 운동을 주도해 온 유럽교회의 표가 상대편인 울라프 F. 트비트 목사(Rev. Dr. Olav Fykse Tveit, 49)에게 집중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통합 교단지 기독공보에 따르면 박성원 목사는 WCC가 진행하고 있는 ‘아가페운동’과 WARC가 채택한 ‘아크라 신앙고백’을 기획한 장본인으로, WCC 운동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확고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인 것으로 평가돼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은 총회 장소 유치는 성공했으나 총무를 배출하는 데에 실패했다. 전 세계 기독교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WCC 총무이지만 창설 이래 유럽, 미국,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6명의 총무가 배출됐을 뿐 아시아 출신은 아직까지 없었기에 더욱 아쉽다. 때문에 한국교회가 세계화에 발맞추고 더욱 성숙, 발전하기 위해 패인(敗因)을 잘 분석해 차기 선거에서는 꼭 총무를 배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2013년 한국에서의 총회 개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먼저 WCC 내에 한국교회의 외교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한국교회는 박 목사의 당선을 자신하고 있었다. 일찍이 관계자는 WCC 총무 선출과 총회 유치를 위해 모든 인력을 동원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지난 6월 6명 후보들의 면접 심사에서도 박성원 목사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58표 대 81표, 23표라는 적지 않은 차이였다. 아무리 유럽측 표가 결집됐다고는 하나, 그 정도 움직임을 예상 혹은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 외교력보다 먼저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교회 교인들의 인식과 자세다. 실상 이번 WCC 총무 선출 과정은 NCCK와 예장 통합 관계자 몇몇만이 적극 주도했을 뿐, 한국교회 전체의 역량이 결집되진 않았다. 아니, 평신도들 중에서는 WCC에 대해 편견만을 갖고 있거나 제대로 된 지식조차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총무가 배출되고 총회 장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그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겠으나, 총무를 배출하는 국가로서 최소한 스스로가 납득할 정도의 인식은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번 일을 위해 NCCK 회장이자 예장 통합 총회장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노력해왔던 김삼환 목사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교회의 신학과 목회가 세계에 온전하게 전달되고 있지 않으며 세계 기독교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가장 좋은 기회이며 다시는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각오를 밝혔던 바 있다. 비록 이 호기를 놓치고 눈앞에서 꿈이 좌절되고 말았으나, 한국교회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힘을 모아, 세계기구 속에서 그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감당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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