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편지] 절망을 이기게 한 힘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1941년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포로 한 명이 탈출했습니다. 그 사실을 보고 받은 수용소 소장 프리쉬는 포로들을 전부 한 자리에 집합시켰습니다. 그리고는 엄중하게 말했습니다. “포로 중 한 놈이 도망갔다. 그놈 대신에 너희 중 10명을 벙커에 가두어 굶어 죽게 만들 것이다.”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굶어 죽게 될 뼈만 남아 앙상한 포로들의 모습이 그들의 노리에 스쳐갔습니다. 그 때 소장 프리쉬가 한 걸음 다가서서 맨 앞줄에 서 있는 포로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차갑게 노려보고는 방카에 가둘 포로들을 손으로 가리키기 시작했습니다.

“너!”하고 소장이 손으로 가리키자 얼굴이 백짓장처럼 창백해진 사내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소장은 계속해서 “너...너...그리고 너...또 너...”하고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10명이 모두 뽑혀졌습니다. 그들은 이제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그 중에 한 사내가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오, 불쌍한 내 아내와 자식들...!”

그 순간 갑자기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포로의 대열 가운데 한 사람이 소장 앞으로 뛰어나왔습니다. 당황한 소장은 재빠르게 권총을 뽑아 들고는 외쳤습니다. “멈춰! 이 폴란드 놈이 왜 그러는 거야?”

뛰어 나온 포로가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저 사람 대신 내가 죽겠소.”

소장이 물었습니다. “네 놈은 누구인가?” “나는 사제요”하고 포로가 대답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소장은 마음을 굳혔다는 듯이 퉁명스레 말했습니다. “좋다. 그렇다면 저자들과 합류하라.”

이렇게 해서 사제는 죽음의 행렬에 끼어들었고 그는 벙커에서 4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나중에서야 그가 폴란드 출신의 프란시스코회 소속인 막시밀리언 콜베 신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한 생존자가 30년이 흐른 뒤에 대신 목숨을 버린 콜베신부의 희생이 수용소에 갇혀 있던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회고했습니다.

“수용소 전체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는 영적인 암흑 속에 있었지만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사랑의 기준을 높게 세우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이들처럼 고문을 당하고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잃어버렸지만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었던 이를 위해서 스스로 고통스런 죽음을 자청하였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고귀한 인간성이 땅에 떨어지고, 폭압 자들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지만 결코 절망이 승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물을 흘리며 외칠수 있었다. 곧 닥칠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수천 명의 포로들은 앞으로도 세계는 존속할 것이며 고문을 일삼는 자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우리들의 세계는 결코 멸망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요한복음 15:13)

정충영 교수(경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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