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자살주의보’, 가족·친지에 관심을
가족 또는 친지들과 밤길을 함께 걸으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하는 자살예방 캠페인 ‘생명사랑 밤길걷기… 해질녘서 동틀때까지’가 11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일대에서 개최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자살예방의 날(매년 9월 10일)을 맞아 8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사는 신종플루 여파로 33km 구간이 취소된 가운데 서울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남산과 청계천을 거쳐 돌아오는 5km와 9.10km 구간으로 나뉘어 열렸다.
“부끄러운 1위” 아직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도 ‘OECD 국가들 중 자살 1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2858명으로, 전년대비 684명이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8260명, 여성이 4598명으로 남성이 2배 많다. 이는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2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며, 하루 평균 35.1명, 41분에 1명씩 생명을 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10년 전인 1998년(8622명)에 비해서는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자살은 전체 사망원인 중에서는 암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다음으로 4위에 해당되고, 20-30대의 경우 사망원인 중 1위다. 10대의 경우에도 교통사고에 이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등 40세 이하의 자살은 심각한 수준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노인 자살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전년도에 비해 자살이 감소 추세였으나, 9월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자살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월별 자살자 구성비를 보면 자살자들 중 13.9%가 10월에 발생, 뜨거운 햇살이 사라지고 기후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요즘 자살예방 활동강화가 요청되고 있다. 한국생명의전화가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를 주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족 간 대화와 화목이 더욱 요청된다. 이혼자 및 사별자의 자살률이 월등이 높았던 것. 20-30대의 경우에는 이혼자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고, 50-60대에는 미혼자의 자살률이 이혼자보다 오히려 높았다.
이와 함께 WHO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는 지난 50년간 자살률이 60% 증가했고, 매년 1백만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학적으로는 동유럽과 러시아 지역의 자살률이 높았지만, 자살자 수로는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가 가장 높았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이 90%로 압도적이었으나, 아시아는 충동적인 결정으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어둠 속에서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5천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서영훈 전 총재(대한적십자사), 강지원 상임대표(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 김수지 총장(서울사이버대), 이종휘 은행장(우리은행), 정홍원 이사장(대한법률구조공단), 박영석 산악인 등 각계 여러 인사들이 참석했다. 손인웅 목사(한국교회봉사단), 신문구 감독(감리교 서울연회) 등 교계 인사도 다수 참석했고, 사회를 맡은 성우 배한성 씨를 비롯해 영화배우 강신일 씨, 가수 BMK, 노브레인, SG워너비 등도 참가자들과 밤길을 걸으며 생명 사랑운동에 함께했다.
각종 부대행사들도 함께 열렸다. 광장 한쪽에는 가상의 장례식 공간 안에서 수의를 입고 실제 크기로 제작된 관에 참가자들이 직접 들어가 간접적으로 죽음을 체험해 보는 임종체험실이 마련됐고, 걷기코스 곳곳에서는 자신의 슬픈 기억들을 조약돌에 담아 물 속에 가라앉게 하면서 아픔을 승화시키는 ‘새드 스톤(Sad Stone)’,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길가에 전시하는 ‘라이프 메시지’,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위해 밝은 세상이 되도록 불을 비춰주는 ‘소망의 빛’ 등의 이벤트가 마련됐다.
참가자들에게는 ‘Loving My Life(내 인생을 사랑하자)’는 글귀가 새겨진 손목밴드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밖에 육군 생명의전화,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등에서 홍보관을 운영하며 캠페인을 벌였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2차 위험에 노출된 자살유가족들에게 심리적·정서적·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하는 ‘자작나무에 희망의 꽃을’이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공식 행사에서는 △생명은 최우선의 가치로 존중되어야 한다 △생명에 대한 위협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 △자살은 어떤 이유로도 미화되거나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과 타인의 생명은 문제해결 수단이 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구할 의무가 있다 △개인과 사회는 자살예방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정부는 생명존중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등 7개항으로 구성된 생명지키기 7대선언을 낭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