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파들 중 요단 강 건너 동편에는 세 지파가 땅을 분배 받아 정착해서 살고 있었다. 갓, 르우벤, 므낫세 지파였다. 그곳은 원래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후손들인 암몬 족속의 땅이었으나, 가나안 정복 당시에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이었다. 그래서 그 주변에는 여전히 암몬 족속이 살고 있었다.
당시 암몬 족속의 통치자인 나하스는 거칠고 잔인한 사람이었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이스라엘의 성읍 길르앗 야베스를 침공해 왔다. 그곳 백성들은 두려워서 성읍 장로들을 나하스에게 사절로 보내, 그를 섬길 테니 평화 조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나하스는 사절들을 한껏 비웃으면서 대답했다.
“종이 되어 우리를 섬기겠다고? 좋다! 그러나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내가 너희들의 오른쪽 눈알을 모두 빼내어 온 이스라엘을 욕보이겠다. 그렇게 하게 해준다면 평화 조약을 맺어 주겠다.”
길르앗 야베스 성읍의 장로들은 아연실색하였으나, 그렇다고 당장 거절할 수가 없었다. 거절하는 즉시 암몬 족속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아무런 방비책이 없는 길르앗 야베스 성읍의 주민들은 죽거나 노예로 잡혀갈 것이다. 장로들은 이렇게 제안했다.
“우리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주십시오. 그래도 우리에게 대책이 서지 않으면 조건을 수락하겠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을 번 성읍의 장로들은, 요단강 서편의 지파들에게 사신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사신이 도착하는 성읍마다 백성들이 소리 높여 울었다. 베냐민 지파도 이 소식을 듣고는, 놀라고 두려워서 울음을 터뜨렸다. 밭에서 소를 몰고 오다가 그 소식을 전해들은 사울은 분노를 터뜨렸다. 바로 그 순간,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 내렸다.
사울은 그 자리에서 소 두 마리를 잡아, 여러 토막으로 자른 다음 한 토막씩을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에게 보내면서 이렇게 일렀다.
“누구든지 사울과 사무엘을 따라 싸우러 가지 않으면 이 소처럼 될 것이다.”
백성들은 겁을 집어먹고, 모두들 싸움터로 가겠다고 나섰다. 순식간에 33만 명이 사울 앞에 집결했다. 사울은 길르앗 야베스에서 온 사신에게 말했다.
“돌아가서 전하라. 내일 낮에는 너희 성읍이 구원을 얻을 것이다.”
다음 날, 사울은 33만 명의 군사들을 세 부대로 나누어 요단 강을 건너 길르앗 야베스로 향했다. 이스라엘 군사들은 새벽에 암몬의 군대를 기습했다. 암몬 군대는 갑작스런 공격에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댔다. 한낮의 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 암몬 군사들은 다 죽거나 흩어지고 한 명도 남지 않았다. 통쾌한 승리였다.
사울은 일약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사울을 지지해 온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사울을 비난하고 반대한 사람들을 처형하자고 들먹거렸다. 하지만 사울은 이 감격스러운 승리의 날에 동족을 죽이는 일은 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을 길갈로 모이게 한 후, 하나님께 감사 제사를 드렸다. 아울러 사울을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공식 추대했다. 사울이 왕이 될 당시 그의 나이는 30세였다.
글 김영진, 그림 김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