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메섹’의 시리아와 격돌… “원조보다 미래 희망 선택”
지난달 31일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WCC 총회 유치를 위해 함께 뛰었던 유치준비위 위원들을 집행위원장 박종화 목사는 ‘전방부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김삼환 위원장님 등 여러 분들이 기도해준 것이 등이 뜨거울 정도로 느껴졌다”고 감사를 전하며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WCC는 천주교를 제외한 그리스정교회와 개신교회의 연합체다. 그러면서도 신앙과 직제, 교회 일치를 위해 천주교와도 협력하고 있다.
WCC가 추구하는 세 가지 큰 덕목 중 하나가 바로 갈라진 교회를 하나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이번 WCC 유치 배경에는 보수적인 교회와 진취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일부 개신교, 천주교, 정교회, 그리고 오순절교회 등이 잘 연합해서 한 몸을 이루는 모습을 한국교회가 잘 보여줬다는 점이 있었다고 박 목사는 말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에큐메니칼의 현장을 한국에서 확인해 보자는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교회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시리아는 그리스정교회의 근거지로 기독교의 ‘온상’과도 같았다.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는 바로 사도 바울이 회심해 복음을 전파한 ‘다메섹’으로, “원조를 택할 것인가 미래를 택할 것인가 고민 끝에 ‘미래의 희망을 택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돼 한국교회가 선정됐다”고 박 목사는 설명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와 시리아의 정교회 모두 열심히 기도했을 텐데 과연 누구의 기도를 들으실까 걱정했었다”며 웃음지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과거의 전통보다 미래의 희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신 듯했다”며 “‘미래의 희망 속에 과거의 전통이 있어야 한다. 정교회를 다 끌어안고 가라’고 말씀하시는 듯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 결과가 발표된 직후 시리아 대표진에 가서 악수하고 포옹하며 “‘하나님께서 미래를 위해 결정하셨지만 과거를 끌어안고 가겠다’고 말하니 상대방이 ‘God bless you’라고 축복해줬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한국이 중동과 같이 종교간, 인종간 갈등이 내제되어 있는 ‘화약고’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자 종교가 어떻게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파하면서도 갈등을 최소화하고 평화를 이루며 자신들의 본질을 찾고 있는지 지켜보자는 큰 의미가 선정 취지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기독교 역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정적인 선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세계가 알고 있으며,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고 과연 세계 복음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직접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 이승만 대통령에게 위로를 보내고 구호물자를 보낸 곳,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남북의 평화를 위해 도움을 준 곳이 바로 WCC”라며 “다시 한 번 세계를 위해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는 게 한국의 유치 목적 중 하나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 때에 전통과 미래, 서구와 비(非)서구, 북반구와 남쪽 어려운 나라의 통합을 한국이라는 곳에 위임하셨다”며 “한국의 모든 교회가 같이 손을 잡고 미래를 열어나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