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를 위해서 끝까지 기도해 주세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고] 한국컴패션 경영지원실 김미라 부장

▲ 김미라 부장.

▲ 김미라 부장.

아이티 강진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사고 직후, 마음 같아선 한 걸음에 달려가고 싶었지만, 아이티에서 가까운 미국의 국제컴패션을 통해 아이티 현지컴패션을 돕는 것으로 11개 후원국이 뜻을 모았다.

아이티 어린이를 후원하는 한국 2천여명의 후원자들이 매일같이 현지 소식을 물었다. 가수 션 씨와 주영훈 씨도 아이티 어린이를 후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국제컴패션으로부터 연락온 게 없는지 전화를 걸어왔다.

사고 이틀이 지났을 무렵부터 아이티컴패션 직원들과 선생님들은 인구조사를 하듯 등록 명단을 들고 어린이들을 찾아 헤맸다. 직원들 중 한 명이 구조직후 숨졌지만, 동료를 잃은 슬픔을 가눌 겨를도 없이 집이 있던 자리며, 임시 보호소 등으로 뛰어다녔다.

그 과정에서 마침내 션 씨과 주영훈 씨의 아이를 만났다.

“지진이 났을 때 저는 가족들과 함께 집 밖으로 뛰쳐 나왔어요. 몸이 막 흔들리고 벌벌 떨렸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이제 우리 가족은 집으로 돌아왔어요. 일부가 무너졌지만 비를 피할 순 있어요. 먹을 건 컴패션으로부터 식량키트를 받아 해결하고 있어요. 제가 무사하기를 기도해 주신 후원자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 살아있는 건 주님의 은혜에요. 조만간 편지로 자세한 이야기 전할께요.” -신티치(11, 션∙정혜영 부부 후원)

영상 속의 신티치는 의젓했다. 끔찍한 재난을 겪은 아이같지 않게 표정도 밝았고, 믿음의 확신이 강해 보였다.

“후원자님께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얼른 다시 컴패션에서 공부하고 노래했으면 좋겠어요” -나이카(5, 주영훈∙이윤미 부부 후원)

나이카와 신티치가 말하는 컴패션은 아이티 현지의 컴패션 협력교회를 말한다. 그곳에 어린이센터를 마련해 방과후 아이들을 돌보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아이티에는 이런 교회가 230개 있고, 이번 지진으로 65개 어린이센터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또 최근까지 파악되기로는 2천여명의 한국컴패션 후원어린이 가운데 2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총 353명의 어린이가 부모의 사상 또는 가옥 피해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계속해서 어린이들의 안부가 속속 전해져 오고 있다. 우리에게 아이티 강진은 두달 전 사건이 아니라 현재다.

컴패션은 긴급 구호기관이 아닌, 어린이 양육단체다. 그래서 컴패션이 하는 일은 어쩌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국제컴패션에서도 아이티 복구 전략 보고서를 통해 “진짜 문제는 언론이 지치는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때가 전환점이 돼 세계인들이 상처받은 아이티 어린이들의 양육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되길 기도한다. 우리는 아이티에 보다 장기적인 헌신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고맙고 다행인 것은 한국교회와 성도님들, 컴패션 후원자들의 반응이다. 편지를 통해 아이들 이름을 수없이 부르며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해주는 분들, 수만명에 달하는 지진 고아들을 돕기 위해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한 걸 아시고는 새롭게 아이티 어린이의 후원자가 되기로 하신 분들, 그리고 교회와 더불어 아이티돕기 기금을 지금껏 보내주고 계시는 분들…. 그런 분들이 있기에 아이티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1년 전 바로 이맘 때, 차인표 씨를 비롯한 컴패션밴드 멤버들과 함께 아이티를 방문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로 활용되는 교회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다. 어린이는 아이티의 희망이다.

그러나 절망을 경험한 아이티 아이들에게는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일깨워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앞서 소개한 션, 주영훈 씨의 후원 어린이들이 영상메시지를 전하며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존귀하다고 말해준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아이티 재건 기간이 10년이라고 한다. 컴패션은 1968년부터 40여년을 아이티와 함께해 왔다. 앞으로 10년, 아이티가 복구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것이다. 앞으로 20년, 상처받은 아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되고 성장하도록 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60년, 아이티가 컴패션의 또다른 후원국이 될 그날까지 돕고 또 도울 것이다. 이땅, 한국이 전쟁직후의 폐허에서 오늘날 후원국이 된 것처럼….

소재가 파악된 아이들이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아이티컴패션 230개 어린이센터의 목사님들이 쓴 편지가 두 달만에 한국컴패션 사무실에 도착했다. 편지의 마지막엔 하나같이 이런 문구가 들어있었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아이티를 위해 끝까지 기도해주세요…”

믿음의 동역자, 바로 우리, 한국교회와 성도님들을 향한 간절한 부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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