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움, <한국적 이마고 부부치료> 제안
어린이날(5월 5일), 어버이날(5월 8일)로 이어지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념일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의 가정들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이혼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 급속한 증가세를 보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번째에 올라서는 불명예를 안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혼인 이혼 통계’에 따르면 혼인인구는 30만4천9백 쌍으로 2002년의 30만6천6백건보다 0.6% 감소했으나 이혼인구는 16만7천1백 쌍으로 15.0% 증가했다. 미국은 1980년 조이혼율(粗離婚率, Crude Divorce Rate, CDR: 이혼빈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비율로 1년 동안에 발생된 이혼건수를 해당연도 총인구로 나누어 1000을 곱하여 산출한 이혼발생건수를 말하며 보통 이혼율이라고도 한다)이 5.3건으로 절정을 이룬 뒤 점차 감소추세인 반면, 한국은 1993년 조이혼율이 1.3건이었는데, 2002년 3.0건 2003년 3.5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2004년에 2.9건으로 잠시 주춤해졌다.
그러나 이혼의 심각함에 있어서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이혼국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혼은 가정이 깨어지게 만들고 가정의 붕괴는 사회 및 국가 문제로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성경은 이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 기독교인이나 목회자들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 이혼율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 특유의 유교중심적인 전통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가부장적 문화와 현대사회의 남녀평등사상이나 개인주의 사상과 부딪히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심수명 박사(한기총 다세움상담목회대학원 원장)는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시대적 사회적 환경 변화와 더불어 부부관계가 종전의 제도적 관계에서 우애적 관계로 바뀜에 따라 결혼관계에서 부부간의 친밀감과 만족도를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여성의 자존욕구와 평등의식이 남성의 가부장적 사고와 충돌하는데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부부의 역할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박사에 따르면 유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부부관계는 가족 중심의 가족주의가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나 이익은 가족보다 앞설 수 없었다.
가부장적 가정 안에서 부부관계는 가족 구성의 필수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에 머물렀으며, 부자관계가 부부관계보다 우선이다. 결혼의 목적 역시 자녀의 출산에 있었으며 여자는 그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는 결혼과 동시에 생가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시가에 흡수돼 최하의 위치에 있게 된다.
심 박사는 “이러한 수직구조는 부부관계를 보은관계, 상하관계로 만든다. 남편은 부인을 통제하고, 부인은 남편의 통제에 공손히 복종하는 것을 이상적인 부부생활로 보았다”면서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부부관계란 상호 인격의 결합과 동등한 만남으로 우애관계를 중심으로 한 행복한 인간관계를 추구하도록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부관계에 대한 남녀간 인식차는 여전하고, 젊은 세대로 갈수록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1990년대 이혼 사건을 보면 20대가 45%로 가장 많고, 30대가 39.7%, 40대가 11% 순으로 이혼에 대한 세대간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여자 측의 소송 비율도 57%를 차지하고 있어 1980년 이혼 소송이 48%였던 것에 비교하여 여성의식의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심 박사는 이같은 급증하는 이혼을 막기 위해 “한국의 전통가정의 가치관이 현재 우리 부부관계 양식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가치관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부부치료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부부치료 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적응증진과 이혼방지를 위한 조기교육 및 관계향상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부부교육적 측면에서 미국은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접근의 치료 및 예방 프로그램들이 개발, 실시되고 있으며, 각 접근방법들 간의 다양한 치료적 요소들을 절충한 통합적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있다.
심 박사는 그간 한국에 소개된 부부관계증진 프로그램은 주로 부부의 결혼적응이나 결혼만족도를 높이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부부상담이나 치료에 심층적인 접근과 여러 치료적 기법들을 통합하고 소화한 통합모형의 프로그램을 연구한 <한국적 이마고부부치료>(도서출판 다세움)라는 저서를 최근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심 박사는 행복한 부부관계란 자신의 이마고로 인한 무의식적 관계의 반복이 아닌 치료를 통해 의식적인 부부 관계로 전환하여 성경적 원리에 따른 섬기는 배필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부부 관계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마고(IMAGO)는 ‘이미지’의 라틴어로서 우리 마음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어떤 현상에 대한 생각을 말한다. 이마고는 어린 시절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의 복합적인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회화 과정에서 받은 영향들이 개인의 주요 성격적 특질들로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복합적인 이미지로서 타인과의 관계양상에서 표출된다.
이마고 부부치료는 무의식 속에 형성되어 있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정서적 경험들을 확인하고 그것의 심리적 역동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상처를 오히려 치료적 도구로 활용하여 건강한 부부 이미지를 재창조하도록 도와준다.
심 박사는 “이마고 이론은 하빌 헨드릭스(Harville Hendrix)가 이마고 커플 테라피(Imago Couple Therapy)로 미국에서 소개하였고 이론적 배경은 대상관계와 애착이론 그리고 가족치료의 체계이론 등을 통합하여 재구성한 이론”이라며 “이를 한국적 상황과 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연구하여 재구성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