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전국목회자세미나 강연자로 나서
작은 체구, 아직은 검은 머릿칼에 힘이 솟은 중년의 목사가 강단에 오른다. 말에서도 소년의 감성 같은 것이 묻어난다. 좌중을 압도할 만한 카리스마?… 글쎄, 그것도 아니다.
대뜸 하는 말이 “고등학교 강당을 빌려서 교회를 개척했는데 사람들이 자꾸 모여들더라”였다. 여기, 분당 한신교회(담임 이윤재 목사)에 모인 사람들이 누구던가.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전국목회자세미나는 작은교회에서 어렵게 목회하는 이들을 위한 자리다. 아니, 그들에게 지금 이 목사, 부흥을 너무 쉽게 말한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다.
“무엇이 부흥입니까?” 그는 이렇게 다시 물었다. 그리곤 “교인이 많이 모인다고 부흥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대형교회 목사가 하는 말이라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걸 느꼈는지 “‘너야 교인들 많이 모이니까 그런 말 하지’ 하고 생각하시죠?”라는 말로 청중들의 마음을 읽었다. 적어도 입에 발린 말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청중들도 비로소 그에게 좀 더 집중했다.
“그렇지만 이건 정말 제 진심입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크기와 숫자에 상관없이 그 자체가 부흥입니다. 왜 부흥이 안 됩니까? 그건 숫자에 속고 사이즈에 속아서 그래요. 대형교회 목회하면 영적으로도 거인입니까? 작은교회 목회하면 난쟁이인가요? 교회 좀 크다고 목에 힘들어가고… 누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사람 인생이 불쌍해서…….”
본색이 드러난다. 단어 사용에도 거침이 없다. 처음의 그 ‘다소곳함’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대형교회 목사들의 회개 없이 이 땅에 진정한 부흥은 없다”고 외치던 이 목사의 기세가 이번에는 청중들에게 쏟아졌다. “여러분도 회개해야 합니다. 작은교회 목회하는게 왜 부끄러운 일입니까. 사람 끌어모으는게 부흥이라면 왜 하나님은 저나 여러분을 쓰시겠어요. 좀 더 잘생기고 말 잘하는 사람 쓰지. 안 그래요?” 침묵이 흐른다. 간간이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도 있고, 혼잣말로 ‘아멘’ 하는 이도 있다.
뭔가 작정을 하고 나온 사람 같았다. 교인들이 정말 미워 죽겠다고 하질 않나, 병 고칠 능력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아예 안수기도를 하지 않는다고 하질 않나, 심지어 안식년 때 미국엘 갔는데 주일날 예배 드리러 가기가 귀찮았다는 말까지 했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다. “오늘, 직언 좀 하겠다”는 게 괜한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저, 김 집사, 목회 훼방만 하는 저 사람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죽어라고 말 안 듣는 중등부 학생들 좀 끝까지 품게 해달라고. 내겐 병고칠 만한 능력이 없으니 기적을 베풀어 달라고 그렇게 기도했죠.” 그가 솔직했던 이유는 이 말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예배에 가기 귀찮았다는 것은 이렇게 해석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절 목사 시키셨나봐요. 목사 안 되면 예배 안 나갈까봐. 아예 빼도 박도 못하게.” 꿈보다 해몽이다.
이후에도 이 목사는 많은 것들을 토해냈다. 목사들이 정말 예수님을 믿지 않는다는 말, 그런 그들이 교회 강단에서 외부강사처럼 설교한다는 말, 교인들은 교회에서 사적으로 싸운다는 말까지… 많은 이들이 그의 말에 공감해 ‘아멘’을 말했다.
그래도 이런 것쯤, 여느 집회에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 아닌가. 이날, 이 목사의 강연이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강연이 끝을 향했을 때, 그가 “마지막”이라며 한 마디를 덧붙인다.
“뮤지컬이나 음악회를 보러 가면 항상 같은 대목에서 전 눈물을 흘립니다. 사연이 있는데요. 예전에 한 공연에 갔다가 환상을 본 게 있어서…”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의 말이 다소곳해진다. 팽팽하던 분위기가 수그러진 후였다. 그가 말을 잇는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이 공연자들을 격려하는 커튼콜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 번은 객석에서 예수님이 박수를 치고 있는 환상을 보았어요. 환하게 웃으시며 박수를 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제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그는 작은교회를 목회하셨는데, 교인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 이를 두고 산에서 40일 금식 기도를 하시다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예수님께서 마치 ‘그동안 수고했다’고 하시는 것 같았어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 목사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조용했다. 군데 군데서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는 듯했다. 이름있는 한 목사의 아버지에게서 그들은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었다.
이 목사는 마지막으로 청중들을 격려했다. “여러분, 낙심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반드시 열매맺게 하십니다. 비록 제 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셨지만 하나님은 아들인 절 통해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힘찬 ‘아멘’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찬양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를 부르며 강연을 끝냈다.
원래 이 목사가 이날 하기로 했던 강연의 제목은 ‘예배와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이었다. 예배를 강연할 줄 알았는데, 강연이 곧 예배였다.
제24회 전국목회자세미나는 이윤재 목사(한신교회), 박은조 목사(샘물교회), 피영민 목사(강남중앙침례교회) 등이 강연자로 나선 가운데 7일부터 9일까지 일정으로 진행된다. 전국에서 약 1천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충남 예산 두곡교회를 목회하는 김명곤 목사는 “그동안 너무 목회에만 치중한 나머지 예수님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며 “처음 사랑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