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이 있는 가정의 불안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55)

“엄마! 내일 오빠가 수능시험 잘 봤으면 좋겠지요?”
“그럼, 잘 봐서 원하는 대학에 가야지!”
“엄마! 그래서 내가 오빠 수능 잘 보라고 선물 준비했다!”
“무슨 선물인데?”
“포크!”
“포크? 고기 찍어 먹는 포크 말이냐? 엿도 아니고 왠 포크야?”
“엄마는 그것도 몰라요? 포크는 찍는 거잖아! 잘 찍으라고!”

사람은 누구나 큰 일을 앞두고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그럴 때면 의존성이 향상되어 그러한 심리를 달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한 의존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적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급제에 대한 불안과 초조로 인해서 과거 시험을 앞둔 서생들이 상서로운 비석 글자를 탁본으로 써서 부적을 만들어 속옷에 붙이고 과거 시험장에 나갔다는 기록도 있다. 아예 그 비석 글씨를 가루 내어 물에 타 마시고 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에도 입시철이 되면 수험생의 선후배 또는 부모, 가족이 초조한 입시생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시험 전에 엿이나 찰떡을 선물하는 경우들이 많다. 찰떡이나 엿의 성질이 끈적거려서 잘 달라붙는 것처럼 시험에 잘 붙으라는 뜻에서 이런 것들을 선물하게 되었다.

또한 그와는 반대로 미역은 미끄럽기 때문에 만일 밟게 된다면 미끄러져 넘어지게 되므로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에게 비록 몸에 좋다고 해도 시험 즈음에 음식으로 내놓지는 않는다. 결국 미역은 시험과 관련해서 금기(taboo)시 된 음식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가 바나나가 많이 수입되어 계절을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게 되자 바나나 껍질을 밟았을 때 매우 미끄럽다는 것을 발견하고 역시 시험과 관련해서 미역과 더불어 금기시 된 품목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최근 불건전한 상혼과 맞물려 이런 것들이 점차 많아지고 그 정도가 지나쳐서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의 심리적인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불안을 초래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백화점마다 수험생의 초조한 심리를 이용하여 영리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시철마다 많이 팔리는 물건으로는 포크, 손거울, 껌이나 엿, 휴지, 망원경, 팬티, 다트 등이 있다. 포크는 고기를 먹을 때 찍어서 먹는 도구이기에 답을 모를 때 정답을 잘 찍으라고 선물한다고 한다. 또 자석의 잘 붙는 성질을 미신화시켜서 자석 다트가 잘 팔린다고 한다. 손거울이나 망원경 같은 것은 ‘본다’는 동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시험을 잘 보라는 뜻에서 많이 팔린다고 한다. 껌은 찰떡과 엿에 해당하는 것이다. 휴지는 코를 풀 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므로 ‘푼다’는 동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래서 “문제를 잘 풀라!”고 하는 뜻에서 휴지가 잘 팔린다. 사실 이러한 물건과 밀접한 동사들, 즉 찍는다, 붙는다, 푼다는 것은 발음으로나 같을 뿐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과거에는 병원의 4층은 한자의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꺼리는 바람에 4층이지만 F층 또는 5층이라고 불렀거나 503호실 다음에 505호실로 불렀던 적이 있다. 이것은 틀림없이 상술과 어우러진 미신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남학생이 여학생 팬티를 소지하면 행운이 온다”는 속설 때문에 부적이 그려진 팬티, 양말, 티셔츠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것은 정당한 노력의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의 기본 정신과 국민의 사기 진작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미신 국가로 전락되어 노력과 수고를 등한시하고 요행을 바라는 정신이 팽배해져서 비이성적, 비합리적, 비과학적 미신 산업이 번창하고 호황을 누리게 해서는 안 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미신은 존재하지만 그 정도가 유달리 심한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세태를 악용해 영리를 취하려는 악덕 상혼은 마땅히 없어져야 하며, 학생들에게 미신을 부추겨 돈벌이에 활용하는 행위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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