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사랑 밤길걷기 발대식 및 포럼 열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2010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를 앞두고 발대식 및 생명사랑 포럼이 31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2010 ‘해질녘서 동틀때까지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는 오는 10월 8-9일 서울시청 앞 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5년째 열리는 이 행사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밤길을 걸으면서 삶의 위기를 이겨내고 희망과 용기를 나누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생명의전화(이사장 박종철)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는 1부 발대식과 2부 생명사랑 포럼 순으로 진행됐다. 발대식은 인사말과 격려사, 생명사랑 밤길걷기 영상 소개와 생명사랑 10대 선언 등으로 구성됐다.
박종철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가 힘차게 뻗어나가 발전하고 있지만, 사회 한 구석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 급기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갖게 됐다”며 “여기에 자살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수십만의 유가족들은 큰 충격과 깊은 슬픔, 죄책감과 수치감, 분노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어 이같은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를 올해로 5번째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창희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은 격려사를 전했다. 조 실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음을 누구나 느끼고 있다”며 “생명경시 풍조를 생명존중 문화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자살예방 방법이라 생각하는데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가 우리 사회의 등불을 밝히는 계기가 되고, 이를 통해 종교인들과 사회복지인, 시민들이 앞장서서 생명존중 공동체 문화를 조성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생 대표들이 ‘생명사랑 10대 선언문-우리의 신념·책임·비전’을 낭독했다. 10대 비전의 앞부분은 △우리는 모든 사람과 생명체의 절대적인 존엄과 가치를 믿는다 △우리는 어떤 이유로도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은 문제 해결의 한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믿는다 △우리는 사랑과 공감의 대화를 통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위기 상황이 불행이 될 수도 있지만 성숙과 전환의 시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삶의 신념을 갖는다 등이다.
나머지 5개는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해치지 않도록 돕는다 △우리는 위기에 처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문적인 능력이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봉사를 한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지키고 구조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생명존중 사회의 구현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간다 △우리의 국가와 사회가 자살예방 활동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바란다 등이다.
발대식과 포럼 후에는 관계자들과 포럼 참가자들이 함께 광화문까지 행진하며 가두홍보 캠페인을 실시했다.
김경동 교수 “자원봉사 운동, 자살예방에 유효”
이어 ‘시민사회 공동체 운동과 자살예방’을 주제로 생명사랑 포럼이 개최됐다. 주제강연에 나선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는 “공동체의 시각에서 자원봉사 공동체 운동이 자살예방에 유효하고, 필요하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김 교수는 “현대 사회의 특성인 외로움을 극복하고 극단적인 자기중심적 개인주의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과연 이기적인 욕망을 자제하고 모두 서로 보듬고 나누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이 노력의 대표적인 보기가 바로 자원봉사 운동”이라고 밝혔다. 또 자원봉사는 공동체 운동의 일환인 동시에, 공동체 운동의 핵이 자원봉사로 상호 연관성을 갖는다.
자원봉사에는 네 가지 차원의 공동체적 관계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먼저 활동에 참여하는 봉사자들 사이, 봉사자와 관리자 사이, 자원봉사자와 수혜자들 사이, 수혜자들 사이 등이 관계를 맺으면서 공동체를 이룬다는 논리다. 공동체는 인간의 삶에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 안에서 인간은 관계를 맺으며 잠재력을 계발하고 발휘하게 된다.
김 교수는 “자살은 기본적으로 각자 스스로 예방할 수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이라며 “이럴 때 누가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위로하고 이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데 여기에 공동체적 유대의 중요성이 있다”고 정리했다. 자살 시도자들에게 스스로 예방할 능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의 주위에 공동체적 유대가 강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도사린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살예방 운동은 이미 자원봉사의 요소가 강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살예방 문제 자체를 자원봉사의 눈으로 분석 및 해석하고 그에 입각한 현실방안을 탐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여기서 공동체 문제가 부각될 것이고, 이를 주시하면서 접근하는 길이 유용하고 유효하며, 성숙한 시민사회 자원봉사 공동체가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후에는 종교계와 시민·복지분야 자살예방 활동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종교별로 기독교에서는 조기연 교육국장(한국기독교총연합회), 불교에서는 이범수 교육위원장(불교여성개발원), 천주교에서는 윤경중 부장(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이 각각 나섰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박지영 교수(상지대)가, 시민운동 분야에서는 김연태 부회장(참스승다솜운동)이 발표했다.
생명사랑 밤길걷기 참가문의: 한국생명의전화(www.walkingovernight.com, 02-745-9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