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우리의 순수한 영혼 일깨우다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이윤미전: 상상공간의 접속

공간의 장소성과 일상의 오브제를 건축적으로 드로잉해오고 있는 이윤미는 세오갤러리 접속지대전시의 연장선상의 전시를 9월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평창동 세줄 갤러리에서 한다. 그녀는 주변의 일상적 장소와 오브제로 회화와 조각의 영역을 확장시켜 공간을 드로잉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작가는 수지의 오피스텔 작업실에서 세오갤러리가 있는 교대역으로 계속 오고 가면서 만나게 되는 환경, 오브제, 사람들의 기억, 경험들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갤러리 현장공간에서 작가의 해석과 함께 입체적 드로잉이란 예술적 장치에 의해 이미지로 전환된다. 작업실이라는 작가행위의 모든 것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접속지대의 공간은 그 생생함을 그대로 간직하는 가운데 화이트큐브의 관객들에게 개방되는 공적인 공간이 접목되어있다. 그곳은 작품의 컨셉에서부터 설치 후의 전시결과물 모두를 보여주는 매우 실험적 공간이었다.

이윤미는 장소설치성이 강한 작가로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들어 나가지만 갤러리전시공간에 의해 작품이 시작되고 결정되어진다. 작가는 이전시를 오랫동안 준비하였는데 수지, 서초역, 평창동의 장소까지 결합된 3군데 지표로부터 그리고 과거의 독일 브레멘의 기억도 포함해 오고간 행로에 대한 경험을 선으로 연결한 궤적이다.

회화에서 빠져나온 공간, 공간이 만들어낸 회화, 그리고 상상의 공간

이 전시는 그녀의 작업실에서 전시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날씨, 사람, 지역분위기 등 환경을 작가의 감성과 함께 관찰하고 느끼고 해석한 것들이다. 접속지대의 세오갤러리 마루바닥 면을 색띠로 붙인 것은 외부 자연환경을 안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관객 또한 준비된 색띠를 붙여 같이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봄의 생동하는 기운과 도시의 활기찬 느낌이 갤러리 공간으로 들어오고 참여한 관객은 그 감흥을 경험하고 또 다시 외부로 나갔을 때 일상의 환경은 경험된 예술과 함께 다르게 보이게 된다. 그것은 상상의 세계를 제작한 작가적 경험인 고유의 예술방식을 관객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갤러리 벽면은 강철봉을 용접한 선으로 되어 그림에서 금방 빠져나온 것 같은 평면이미지 탁자들이 독자적으로 설치되거나 겹쳐져 조명과 함께 그림자를 만들어 공간전체가 하나의 그림이 되는 착시적 효과를 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연장선상으로 각기 다른 모습을 한 의자의 이미지가 천정과 벽면에 매달리고 걸리며 공간의 유희를 제공한다.

회화에서 빠져 나온 투시원근법적 선으로 된 의자는 조명된 그림자의 평면과 더불어 실제공간전체를 이미지화 시킨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의 생성된 이미지는 매번 왕래할 때 마다 받은 외부환경의 느낌을 고스란히 안고 작가의 새로운 드로잉일기가 된다.

이 작은 그림들은 갤러리공간 안에서의 풍경이 되는데 사실적 기법이 아닌 왜곡되거나 비틀린 원근법에 의해 완전히 다른 이미지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하나의 틀 안에 갇혀 회화적 상상력을 갖고 그것은 전체의 일부가 된다.

이윤미는 갤러리라는 공적인 공간과 정해진 시간의 일상을 함께 섞어 독특한 자신만의 작업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작가의 삶 자체가 온전히 예술과 접속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반짝이는 작은 쟁반에 쌀알을 올려놓는 작업과 연관된다. 그녀의 독일 유학시설 브레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작은 놋 접시 위에 까만 점들이 찍힌 쌀들을 설치한 것으로 쌀알은 점을 통해 생명체가 되어 각각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쌀은 한국인으로 매일 먹는 밥의 재료다. 그것자체로 농부에 의해 적당한 자연의 일조량이란 일 년의 시공간이 들어 있으며 ‘늘 먹는’ 이란 일상이 포함된다. 10년 전 독일에서의 구입한 놋쇠쟁반역시 누군가의 일상적 시공간들이 담겨 있다. 작가는 하찮은 것으로 치부될 수 있는 사적이고 일상적인 기능과 식재료에 영혼을 불어 넣어 갑자기 풍요로운 상상의 다양한 세계를 열어 소통하게 한다.

이윤미는 주변에서 발견되는 흔한 오브제, 환경자체를 예술을 위해 내뿜어대는 기호로 사용할 수 있기에 작품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그 표현 역시 가장 단순하면서도 담백한 방식을 사용한다. 그녀는 복잡한 미디어매체시대에 아날로그적 점, 선, 면이란 조형의 기본요소를 사용하며 회화와 조각이란 기초조형 안에서 일루전을 얻어내는 방식 또한 시대적 의미가 있다. 그녀의 작업은 상상공간의 이미지 회화로 바로크나 라이프니치의 주름처럼 시공간, 사물, 자연, 사람들 간의 공유함으로 통과되는 점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일상의 소소한 사물이나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간결한 조형 언어로 조우시켜 잔잔하면서도 파장이 긴 감동으로 잃어버린 우리의 순수한 영혼을 일깨우게 한다.

김미진(홍익대미술대학원 교수, 세오갤러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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