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글쎄, 저 사람이 그렇게 큰 돈이 있을까?
이 책은 전주 예수병원 개원 110주년을 기념하여, 예수병원에서 봉사한 여러 선교사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서 만든 옛 풍경 에세이입니다.
그런데 사진 한 장 한 장에 선교사들의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미개한 나라의 신기한 모습을 웃으면서 촬영한 것이 아니라,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의 따스함을 잘 담았습니다. ‘정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은 사진 촬영도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옛날 사진만 싣지 않았습니다. 사진 하나 하나에 정말 깊은 글을 실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사진을 더 풍성하게 볼 수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기획을 갖고 만든 책입니다.
우선 책 표지에 나오는 까까머리 형제 사진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책 제목과 관련된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형, 형아, 무서워, 누가 우리 사진을 막 찍어. 그건 우리가 멋있어서 그러는 거지. 근데 형아, 우리 초상권은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저 사람이 그렇게 큰 돈이 있을까?” 어려웠던 그 시절, 백인 선교사가 찍는 카메라는 그들에게 너무나 낯설고 신기했을 겁니다. 그 어색함을 멋진 언어로 표현하며 동생에게 안도감을 주는 형! 과거는 그래서 소중한 것 같습니다.
또 책에는 이런 사진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머리 위에 보따리를 올리고 걸어갑니다. 손으로 잡지 않았는데도 그 보따리는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돈 쌈지를 허리에 두르고 위엄 있게 장터를 걸어갑니다. 그 사진 아래에는 이런 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머니는 장에서는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돈 쌈지는 허리춤에 단단히 감춰 두었고 언제나 물건 주인과 제대로 흥정을 했다. 그러면 졸래졸래 따라간 아이는 오히려 상인들에게 미안해했다. 해도 해도 너무하셨다. 그러나 …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필요한 것을 사야만 했고 쌈지에 돈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늘 어머니가 승리하는 것을 보았다.”
이 사진을 보며 어머니 생각이 참 많이 났습니다. 어려운 시절 작은 방 한 칸에서 세 아들을 기도와 믿음으로 양육하신 어머니! 어머니는 항상 부족한 돈으로 살림하셨지만 우리에게는 좋은 것을 먹이시려고 했습니다. 닭 날개, 닭 다리. 그리고 당신은 항상 닭 목을 드셨습니다. 그 부분이 제일 맛있다고 하시며….
또한 맞담배질을 하는 사진이 있는데, 담배에 대한 상식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17세기 초 조선에 들어온 담배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 급속도로 퍼진다. 피폐한 삶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던 백성들은 너도나도 담배를 피웠다. 특히 여성 흡연자가 남성 흡연자보다 더 많았고 궁궐의 상궁들까지 담배를 피웠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맞담배를 피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신하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광해군이 심하게 꾸짖자 그 이후부터 몰래 피우는 관습이 생겨 흡연 예절이 만들어졌다. 젊은이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일곱 명이 지게에 나뭇짐을 하고 상체를 숙인 채로 줄을 지어 걸어가는 사진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지게는 중간에 쉬지 않았다. 웬만하면 그대로 끝까지 갔다. 90킬로그램까지 거뜬했다. 그 괴력을 처음 보는 외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 말’이라고 표현했다. 그 절대의 성실에 숨이 막힌다.”
이 시대에도 절대의 성실을 보며 숨이 막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성실은커녕 게으름과 연약함만 가득한 이 시대의 우리 모습! 먼저 목사인 나부터 성실과 신실함으로 살아야겠다는 묵상을 해 봅니다.
갈치, 감, 쌀, 배추 등을 파는 상인들과, 이를 구매하러 온 사람들이 가득한 장터의 사진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옹기전, 어물전, 우시장, 철물전, 장에서 장으로 이장 저장 떠도는 온갖 장돌뱅이에 뜨거운 국물 국밥집, 갓 눈뜬 강아지도 팔러 나왔다. 사고 파는 이가 따로 정해진 것도 없었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별도 없었다. 사방의 장사꾼이 모인 장터엔 세상의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축제가 됐다. 모두가 주인공이고 각 부문의 감독이었다. 한 명의 관객도 없는 역동하는 완벽한 축제의 한마당 그 자체였다.”
정말 사람들이 사는 냄새가 나는 곳. 얼마 전 정선에서 전교인수련회를 할 때, 유명한 정선 5일장터에 가보았습니다. 장날이 맞지 않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우라지 근처를 보는 것만도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왜였을까요? 과거에 대한 향수였던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우리는 완전히 잊고 삽니다. 그래서 이 책이 너무나 따스하게 다가왔나 봅니다. 아련한 추억! 그 옛날이 담긴 사진과 따스한 글을 보세요. 정말 행복해질 겁니다.
이훈 하늘뜻섬김교회 담임목사(www.servingo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