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목사의 ‘지구촌교회 목회 성숙의 여정(4)’
2008년: 영성 사역과 사회복지 사역
2008년 사역의 가장 큰 보람은 영성 사역과 사회복지 사역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오랜 동안 목회자인 나 자신의 기도 제목이요 공동체의 기도 제목이기도 했던 지구촌교회의 영성센터인 필그림하우스가 드디어 준공된 일과 노인 주간보호센터가 열려 이웃을 향한 교회의 문을 활짝 열게 된 일입니다. 영성 사역이 우리들 내면의 순례를 깊이있게 하는 일이라면, 사회복지 사역은 세상을 향한 교회의 외적 순례의 행진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필그림 하우스를 설계하는 분에게 나는 이 집이 한국의 기도원을 닮아서는 안된다는 것과 수도원의 맛을 느끼게 하되 수도원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좀 까다로운 주문을 했습니다. 그것은 한때 기도원 사역이 한국교회 영성의 젖줄이 된 적도 있었으나, 이제 그런 전통적 기도원으로는 한국교회의 영성적 필요를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한 까닭입니다. 그렇다고 중세적이고 퇴행적 수도원의 부활이 아닌 우리 시대에 걸맞는 수도원 영성의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머징교회 운동이나 넥스트처치 운동은 이런 나의 전망을 입증하고 있다고 봅니다. 나는 이런 운동의 비판적 수용이 복음주의나 개혁주의적 교회들의 소명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음주의나 개혁주의의 시대적 소명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강력한 날개가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포스트모던 시대인들은 단순한 교리교육이 아닌 성경에 근거한 신앙의 실존적 표현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필그림하우스는 이런 복음주의적 영성의 목마름에 대답하는 샘터가 되고자 하는 희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수지성전 가까운 곳에 문을 연 노인복지 센터는 교회가 이웃을 기다리기보다 이웃들 곁으로 다가서는 구체적인 노력으로 시작됐습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족들의 힘만으로 24시간 가료가 어려운 이웃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기도로 그 문을 열었습니다. 수지교회가 속한 용인시와의 협력으로 문을 연 노인복지 센터는 문을 열자마자 자원자의 대기 현상을 낳았고, 최선을 다한 섬김의 결과로 용인시에서 가장 모범적인 노인복지 기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2007년: 셀교회로의 전환, 영성적 교회로의 발돋움
2007년 지구촌교회 사역에서 두 개의 정점은 셀교회에로의 전환과 함께 우리 교회가 진정으로 전도지향적 교회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 교회적으로 영성의 깊은 샘물을 사모하는 영성적 교회로의 발돋움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면적으로는 영성 깊은 성숙이 이루어지고 외면적으로 믿지 않는 이웃들을 보듬어안는 공동체가 되는 공동체의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말 우리 교회에 등록한 모든 새 교우들은 약 2,600명에 달했는데, 그중 80%가 교회 배경이 없는 불신자로 나타나 우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문자 그대로 이제 수평이동에 의지하는 교회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교우들이 참으로 셀을 중심으로 전도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도가 구체적인 현장의 열매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이런 건강한 징후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교회에 새롭게 영입되는 가족들의 50% 이상이 순전한 불신자일수 있다면 우리 교회는 덩치만 큰 메가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끌어안는 건강한 교회로 설 수 있다고 믿고 그런 복음의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로 계속해서 전도의 사명을 다해주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2007년 10월 우리 교회는 국제 레노바레 영성부흥 컨퍼런스를 지원했습니다. 약 6천여명의 국내 지도자들이 모인 국내 최대의 영성 축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달라스 윌라드와 리차드 포스터를 위시한 우리 시대 영성의 거인들이 내한하여 우리에게 진정한 영성이 무엇인가를 도전하고 한국 교회가 양적으로만 성장하는 교회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보는 교회가 되도록 교훈받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07년은 한국교회가 평양대부흥 1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여서 여러 기념행사들이 열렸는데, 10월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우리가 펼친 진지한 영성의 마당은 부흥의 표지가 단순한 개교회 부흥을 넘어서야 하고, 소리만 요란한 아우성의 모임이 아닌 진정 하나님 나라 백성들을 하나님 앞에 세우는 영성 계발이어야 한다는 소중한 화두를 한국 교회에 던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도 이런 시간을 계기로 공동체내에 묵상과 QT가 보편화된 것은 이 한 해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아름다운 영성의 선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