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 (45)-도박 중독[12-2]치료 기법
도박중독의 치료가 어려운 것은 충동이나 갈망을 제어하는 데 문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활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내외부 자극이 도박 충동을 느끼게 만들고 갈망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도박중독 치료는 도박에 대한 충동과 갈망으로 압축된다. 물론 도박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고, 친구와 대화하거나 운동, 독서 등으로 도박을 해소할 수 있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노력해도 없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은 그런 노력을 하면서도 오히려 강력한 도박 충동을 말하는 것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도박중독 치료는 어렵다.
1. 동기강화 기법
동기강화 기법(Motivation Enforcemental Methode)은 샤론 체스톤(Sharon Cheston)에 의하면 고집스런 행동을 바꾸는 방법이다. ‘동기’란 심리학에서 행동을 유발시키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세력으로 정의된다. 이런 동기의 원리를 도박중독자를 치료하는데 적용하는 것으로 도박중독자의 내면에서 작용하는 심리 세력을 치료자의 노련한 임상 실력을 동원해 그들을 설득하고 다른 힘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점이다. 이 기법에서는 도박중단 동기유발 요인들을 동기를 강화시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그리하여 그들의 도박심리를 감소 및 전환시키는데 역점을 둔다.
동기강화 기법은 처음 윌리엄 밀러(William Miller)에서 시작돼 제임스 프로차스카와 카를로 디클레멘트(James Prochaska & Carlo DiClemente)에 의해 효율성이 인정돼 치료기법으로서 자리잡았다. 동기강화의 첫번째 요소를 개발한 밀러는 인지-행동 학파의 뛰어난 알콜중독 치료자이자 연구자였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중독치료 방법들이 대인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순응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연구결과와 모순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런 결론은 여러 자료들을 연구한 결과였다. 이제 그는 전형적인 중독치료가 실제로는 변화에 대한 저항을 강하게 만든다고 결론내렸고 그에 따른 새로운 방향으로 중독자들의 내면 동기를 강화하는 일에 역점을 두는 방법을 제시했다.
밀러가 동기강화 기법을 제안하게 된 것은 변화단계 기법을 힘입은 바 크다. 그는 중독에 대한 개념과 임상 접근을 발전시켜 변화단계 모델로부터 얻은 통찰을 동기강화에 접목시켰다. 이런 점에서 접목(Match) 프로젝트라 이름붙이고 심리치료 결과를 연구했다. 그러던 것이 심리학자 프로차스카와 디클레멘트가 문제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이들은 알콜중독, 약물중독, 흡연, 식이요법, 운동 실패, 이 안 닦기, 도박, 과식 그리고 결심한 것들을 어떻게 실천하는지를 연구해 동기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핵심임을 발견했다. 그 결과 얻은 동기강화 이론을 ‘초이론적 접근’이라 부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동기강화 기법에서는 본능적 오기가 나타날 때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박중독자들이 주장하는 말에 그것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따지거나 논쟁하는 것, 그리고 설득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그 대신 정확한 공감, 진실성, 무조건적 공감을 주로 사용한다. 여기에 칼 로저스(Cral Rogers) 학파에서 이를 확인했는데, 심리치료 결과변인에서 25-66%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냈다. 이와 달리 리버만(Lieberman) 등의 연구에 의하면 중독치료 분야에서 내담자를 강하게 직면시키는 방법은 치료를 어렵게 하고 오히려 상처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시각을 중심으로 동기강화 기법에서는 다음 몇 원리를 중요시해 치료를 진행한다.
첫째, 중독자의 지지를 시도한다. 중독자의 지지는 그들의 표현에 대해 치료자가 수용과 공감, 그리고 긍정적인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이는 여타 치료에서 치료자가 그들의 행동을 문제있는 것으로 보는 태도와는 다르게 그들의 표현에 긍정적으로 대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점을 수용하면서 공감하고, 때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긍정해 주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S. Freud)는 이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치료자는 공감을 통해서만 내담자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공감(empathy)이란 상대방 입장에서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이 내 것처럼 느껴지고 이해되는 정신현상이다. 그 사람이 되지 않고도 마치 그 사람이 된듯 그가 느끼는 것을 똑같이 함께 느끼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공감이란 일시적이고 한정적이지만 건강한 동일화라 할 수 있다. 공감적 이해는 고도의 치료능력으로 치료에서 가장 효율적 결과를 산출한다. 치료에서 공감의 활용은 논리적 설명에 의한 이해는 한계가 있고 치료적 효과도 적은 것에 착안해 내담자의 무의식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활용성이 높게 평가받는다. 이런 공감능력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 개발되지만 대개는 타고난 재능으로 여겨진다.
둘째, 선택적 공감을 시도한다. 공감한다 해서 중독의 파괴적 힘을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선택적 공감 지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까 도박이나 다른 중독의 파괴적 행동이 계속돼도 선택적 공감을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에서 공감에는 양면반영(double-sided reflection) 기술이 활용된다. 치료에서 중독자들이 취하는 태도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대개 그들의 변명을 일방적으로 합리화하거나 주장하는 자세로 대하기 일쑤다. 가족이 그들의 도박 때문에 가산이 탕진돼 어려움을 겪어도 아랑곳 않고 자신의 목표만 강화하는 태도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치료에서 중독자는 치료자의 말을 따르기보다 자신들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더 불만을 드러낸다. 그런 경우도 치료자가 매정하게 그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고 수용하다 보면 저돌적이던 태도가 수그러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런 현상은 내면으로 그들의 존재를 “수용해 달라!”는 요청을 강하게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 후에야 자신의 마음을 정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그들의 마음에는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는데 치중하지 말고 그들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달라는 마음이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셋째, 자기동기적 진술을 이끌어내기다. 자기 동기적 진술을 이끌어내기란 동기강화의 원린에서 세 번째에 해당하는 원리다. 물론 이런 원리는 상담의 장면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독자들의 자기 동기적 진술이란 거의 무의식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중독자들의 자기동기적 진술을 이끄려면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일정한 방법이 활용돼야 한다.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반대하는 논쟁을 하지 말 것과 자기-동기화 진술문을 기록하게 하는 방법이다. 중독자가 표현하는 말에 대해 잘못을 따지는 형태의 반대 논쟁을 하지 말 것은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공감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반면 자기-동기화 진술문을 기록하는 것은 일단 치료자와 신롸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치료자가 치료받는 중독자와 신뢰관계를 형성한 후 작업기록지를 작성하게 하는 방법을 시도한다.
작업기록지는 대개 질문형태이며 중독자들이 거기에 답하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중독자가 도박 때문에 짜증나는 것 중 하나로 가족구성원들의 비난이 있다면, 어떤 느낌이었으며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는가에 대하여 기록하는 방식이다. 왜 그렇게 많은 부도수표를 냈는지, 요즘에도 종종 인터넷 도박 게임을 하는지, 도박을 한 것이 기분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는지, 몇 번만 하고 중단한다는 약속을 지켰는지, 못 지켰다면 왜 못 지켰는지 등을 질문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충고하는 치료자의 생각을 의문문으로 활용해야 한다. 자기동기적 진술을 이끌어내려면 치료자가 적절히 질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그들이 스스로를 통찰하고 탐색하게 만드는데 좋은 효과를 내는 점에서 유용하다.
2. 변화단계 모델
변화단계 모델(Change Step-Model)은 단계적 방법을 통해 극적인 심리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치료에서 한 가지 치료법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을 단계별로 시도해 점진적으로 심리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 모델은 동기강화 기법에 해당하지만 밀러가 메치-프로젝트(Match-Project)를 고안하기 이전에 중독에 대한 임상 접근을 발전시켜 동기강화 기법에 접목한 점에서 기법 중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 실제로 변화단계 모델은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하는 점에서는 단순한 동기강화로 보기보다는 포괄적인 기법(comprehensive methode)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변화단계 모델은 프로차스카 등에 의하면 하나의 전제를 갖고 있다. 그것은 중독자들의 행동 변화는 극적이고 불연속적이라는 사실이다. 도박중독자들의 변화는 이분법적 사건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결과가 존재하는 일련의 점진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제는 도박중독자들이 개인차를 갖고 있어 한 방법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서 비롯됐다. 변화단계 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중독에는 행동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그 방법들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점에서 치료하는 임상전문가들의 방법에 의문을 가졌다. 실제로 임상법은 단도박 모임에 참석하기, 가족치료 같은 환경적 방법이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참석자 중 20% 이하의 사람들만 행동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대안 중 하나로 그들은 변화에 실패한 사람들보다 성공한 사람들을 연구한 것이다.
변화단계 모델의 연구자들은 중요한 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도박중독자들이 회복되는 것이 종교에서 개종(改宗)과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개종의 원리는 저 유명한 사도 바울의 예가 대표적이다. 사도 바울은 개종 전 기독교를 박해하는데 앞장섰는데, 개종 후에는 기독교의 대변인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개종의 원리가 종교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를 거쳐 단주 모임의 12단계로 계승됐다. 이런 점에서인지 제임스는 미국에서 개종을 연구한 선구자로 꼽힌다. 그리고 제임스는 알콜중독과 약물중독자들이 개종하면서 중독에서 회복됐음을 기술했다. 이런 개종 경험은 물론 갑작스럽고 극적인 성격으로 깨달음, 극적인 회복, 자비심의 효과로 인정된다. 여기에 쿠르츠(Kurtz)는 제임스의 저서가 단주 모임(Alcohlics Anonymous)초기부터 회복에 항복하라는 핵심적 신념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다. 변화단계 모델의 연구자들은 제임스가 종교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에 착안하여 중독과 직접적으로 관련시켜 다음의 단계를 만들어냈다.
첫째, 전 숙고단계다. 전 숙고단계(precomtemplation) 또는 계획 전 단계라고 부르는 이 단계는 도박중독자가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단계다. 이 단계의 도박중독자는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기에 이미 실패 상태라 볼 수 있다. 이 단계의 도박자들은 투사(投射·projection) 심리를 발휘한다. 투사는 무의식에 품고 있는 공격적 계획과 충동을 타인 탓으로 넘겨버리는 심리기제다. 자신의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것도 물론 투사다. 투사를 활용하는 도박중독자들은 자신들의 도박행동을 “아내가 돈을 좋아하니 도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기방어적이고 자신의 도박중독 상태를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 이들에게 치료자가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면 곧잘 화를 낸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아이들 학원비를 벌어야 하고, 자동차를 굴리고 생활하는 등 가정문제를 책임지기 위해 도박한다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런 투사는 가장 미숙하고 병적인 정신기제로 심하면 망상이나 환각을 일으키는 정도까지 이행돼 주의가 요구된다.
둘째, 숙고단계다. 숙고단계(comtemplation) 또는 계획단계라 부르는 이 단계는 중독자가 변화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비록 행동은 없더라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고치려는 의지는 가진다. 그러나 갈등이 일어나는 단계라는 점에서 간단하지 않다. 갈등(conflict)은 정신분석에 의하면 자아가 현실과 이상 사이 어느 한쪽을 분명히 선택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모든 신경증의 뿌리로 본다. 숙고단계 도박중독자들의 갈등은 한쪽에는 도박을 중단하고 새롭게 변화하려는 힘, 다른 쪽에는 변화를 거부하는 힘이 작용해 평형을 이룬다. 이런 중독자들의 심리는 가장 힘든 상태다. 이는 스스로 변화에 대한 욕구를 알 수 있고 자신이 변하려면 노력과 손해가 동반된다는 것을 아는 상태로 일종의 양가감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셋째, 준비단계다. 준비단계(prepation)는 실제 변화를 희망하고 도움을 바라는 단계로 도박을 중단하려는 마음을 갖는 심리 상태다. 도박을 중단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 준비하는 단계이므로 치료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나 준비단계에 이르렀다고 안심할 상태는 아니다. 도박중독 때문에 치료받으러 억지로 끌려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숙고 전 단계다. 그들은 입원과 동시에 퇴원시켜달라고 의사와 보호자에게 떼를 쓴다. 입원을 몇년씩 한다고 환자가 변하지는 않는다. 입원해서도 도박에 대한 생각만 하고 방법을 설명하려 갖은 수단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치료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도 하고 혹시 도박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기발한 방법을 알아낸 것이 있냐고 반문한다. 이런 점에서 준비단계의 도박자들이라도 치료자가 조심성있게 대하며 서서히 마음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넷째, 실행단계다. 실행단계(action)는 변화를 실행하고, 실제 행동을 조정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두 달이나 여기 갇혀있지 못한다고 퇴원을 위해 온갖 방법을 다 강구하던 그들도 2주 정도 지나면 조금씩 바뀐다. 지내다 보면 여기가 ‘살만 하구나!’하는 형태로 적응하기도 하고,?퇴원시켜 달라고 조르면서 수단을 부리던 그들이 치료자 말대로 교육을 받고 자연스럽게 퇴원하자고 생각이 돌아선다.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교육받던 그들이 주 2회, 8주 프로그램의 알콜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앓고 있는 중독에 대해 조금씩 배워간다.
이때 치료자는 “당신은 거짓말쟁이가 아닙니다. 도박을 끊겠다는 당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당신의 병이 당신을 거짓말쟁이처럼 보이게 하는 것 뿐입니다”고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신의 성격이 원래 짜증스럽고, 난폭한 것이 아닙니다. 도박중독 상태에서는 자제력이 떨어져 난폭할 수밖에 없고, 도박을 하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는 도박 갈망이 해결되지 않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짜증부리고 화내는 것입니다” 하면서 격려해야 한다. 이렇게 격려하면서 자조집단에 참석하기나 신용카드 자르기, 가족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 등을 시도하도록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유지단계다. 유지단계(maintenance)는 달라진 행동 변화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단계다. 유지단계 변화는 대개 6개월이나 그 이상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유지단계에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잘 유지하다가도 어느 때 갑자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퇴행(退行·regression)이라 한다. 퇴행이란 현재보다 더 유치한 과거수준으로 후퇴하는 상태다. 이런 퇴행에도 양성과 악성이 있는데, 양성 퇴행이 좋은 쪽으로 어린애 같은 순진한 모습이라면, 악성 퇴행은 심각한 정신병으로 이행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병적으로 아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상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유지단계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도박중독 치료는 잃어버린 자존감 회복부터 시작해야 한다. 10년, 20년 도박하며 살던 그들은 주위에서 모두 그들에게 ‘노름쟁이’, ‘의지 없는 인간’, ’망나니’ 등 부정적인 이름만 붙여줬을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자신과 병을 분리시켜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은 대개 자신에게 씌워진 자기혐오 때문에 재활의지조차 없는 상태다.
이상에서 기술한 변화의 5단계는 순환된다. 유지단계를 몇 년씩 지속하다가도 또 도박을 하면서 숙고 전 단계로 돌아가기도 한다. 도박중독 치료는 그만큼 어렵다.
변화단계 모델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변화시키는데 다음 9개의 전략을 사용한다.
1) 문제 인식은 가장 초기단계이며 문제의 깊이와 수준을 깨닫게 한다.
2) 도박을 금지하는 법률 등 사회적 접근은 사회 환경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3) 정서 각성은 그 행동이 부정적인 결과를 보게 하여 중독자에게 강한 감정이 생기게 한다.
4) 자기폭로는 도박행위에 반대되는 개인적 가치를 돌이켜 보게 하여 그들을 자극시킨다.
5) 공표는 변화하기로 마음먹었음을 공식적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6) 대항하기는 부적응 행동을 적응 행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7) 현금을 배우자에게 맡기는 등의 환경통제는 환경을 바꿔 재발을 줄이려는 것이다.
8) 보상은 새로운 행동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주어진다.
9) 관계 돕기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게끔 지지해주는 것이다.
3. 자극통제와 환경관리 기법
자극통제와 환경관리 기법(Stimulis Control & Enviroment Managemental Methode)은 도박유혹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법이다. 이 기법은 사회학습 이론에 의한 것으로 다르게 말하면 도박 유혹과 ‘담 쌓기’다. 도박을 부추길 수 있는 자극을 통제해 환경을 관리하는 차원이다. 주변 여건을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해 도박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어 일종의 자기조절 이론과 성격이 유사하다. 사회학습 이론에 따르면 인간 행동에는 다양한 환경적 연결고리들이 있다. 행동은 하나의 인과관계가 아니라 많은 환경적 단서들이 행동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런 신호에 따라 인간은 행동하고 생활해 나간다. 도박도 그런 신호에 응답한 행동이라 생각해 유혹의 신호를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할 때 도박을 중단할 수 있다는 원리다.
그뿐 아니라 하나의 행동은 일련의 연쇄를 이루는 다양한 행동사슬의 마지막 연결고리와 같다고 설명한다. 하나의 행동이 다양한 연결고리로 돼 있다는 생각은 정신분석에서 아동기의 선행사건을 중요시하거나 카오스 이론에서 비선형성과 비예측성을 강조하는 이론과는 다르다. 이런 시각은 사회학습 이론이 다양한 근접 연결고리들을 차단하거나 바꾸면 결과가 바뀌리라 생각하는 바탕이다. 이때 도박중독자와 관련되는 주변의 환경 고리들을 확인하고 차단하는 것이 중심이다. 환경고리들은 도박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도박연구자들은 병적 도박자들의 자극 추구성에 주의를 기울인다. 자극 추구성은 그들이 도박에 빠져들 성격 특성 중 하나라는 것이다. 병적 도박자들이 일반인과 비교해 높은 자극추구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추커만(Zuckerman)은 이런 상향을 실험으로 발견했다. 그는 30명의 병적 도박자를 대상으로 한 이 집단이 표준 자극측정도구(Standard sensation-measuring instument)의 4개 하위척도상에서 모두 유의하게 높이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자극통제와 환경관리 기법에서 초점은 도박자들이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때 지지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들이 적절히 자신을 통제할 때까지 가급적 많은 회기동안 함께 참여할 필요가 있으며, 지지자가 없다면 재정관리 전문가나 회계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재정관리 전문가는 법적으로 의뢰인 요청을 따르도록 돼 있어 중독자가 충동에 대비해 미리 세운 계획을 번복하도록 허용할 수 있어 주기적으로 인출내역을 치료자에 알려주는 것이 유용하다. 어떤 유형의 지지자도 없다면 중독자가 환경을 관리하도록 치료자가 지지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때 치료자는 중독자가 요구한다 해도 그들의 재산이나 계정을 직접 관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원리에 따라 자극통제와 환경관리 기법은 다음과 같은 몇몇 방법을 시도한다.
첫째, 돈을 추적하기다. 도박자들은 돈을 마련하는데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다. 이들의 재주는 정상적인 방법부터 비정상적인 방법 모두 동원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치료자는 구분해서 추적을 시도해야 한다. 정상적 방법으로는 그들의 저축통장, 당좌예금,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주식, 보증금, 신탁기금, 연금기금, 저당대출, 아는 사람에게 빌리기, 집 소유 대출, 이차 저당,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등을 추적해야 한다. 비정상적 방법으로는 은행, 주식, 신탁기금, 연금 등의 계좌 횡령, 종교적 기관, 소년소녀 클럽, 대학에 준 연구비, 집 소유자 공동자금 등의 감사(監査)되는 자금 횡령하기, 수표 쓰기, 보험사기, 심지어는 무장 강도도 추적해야 한다.
도박자들에게 재정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은 때때로 비극적 결과를 초래한다. 직업상 부유한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던 한 부동산 중개인이 도박으로 막대한 돈을 잃고 나서 더 많은 빚을 졌다. 그가 생각한 유일한 해결책은 자살하면서 살해당한 것처럼 보이도록 도와달라고 친구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채권자들의 빚을 자신의 생명보험금으로 갚고 빚이 해결된 채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 계획을 꾸민 것이었다. 물론 그의 그런 시도는 자살하기 전 발각됐다. 이런 점은 특별한 경우지만, 돈을 구하기 위해 못할 짓이 없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때로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감별해야 하는 문제를 야기시킨다.
둘째, 관계의 원칙을 활용하기다. 관계의 원칙은 치료자가 보호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확인하는 작업이다. 치료에서 지지자를 두는 이유는 도박자들이 자극통제 기술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지자와 도박자에게 협동 관계가 필수적인데 특히 지지자가 배우자 또는 친밀한 파트너일 때 더욱 그렇다. 관계의 원칙을 사용하는 이유는 도박자가 도박에 대한 유혹에 담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때 관계의 원칙을 활용하여 치료자는 도박자들과 의사소통을 점차 증가하게 되는 경험까지 부차적으로 얻을 수 있다.
관계의 원칙을 활용하기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보호자에게 정보를 넘치게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호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치료자가 아무것도 가정하지 않는 것이다. 병적 도박자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의 도박행동을 보호자가 모르게 하는 것이다. 이 결과 의사소통이 감소할 뿐 아니라 종종 오해가 생기는데 이를 해소하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역설적 기법이라는 ‘정반대로 하기’가 효과적 전략으로 사용된다. 이를테면 보호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의사소통하기에 하찮은 정보란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할 정도다. 이로써 도박자들이 집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모두 알수록 좋다. 그들이 식품점에 들러서 물건을 사는 일, 점심 계획을 바꾸는 일도 모두 알아야 한다. 여기에 치료자는 보호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아무것도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어떤 가정을 하려면 보호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을 단지 2-3주 정도만 사용해도 가족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이 감소하면서 집안 분위기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무장해제를 시도하기다. 무장해제는 도박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그들은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싶거나 앙갚음을 하고 싶을 때 사용할 상대방의 약점을 알고 있다. 이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치료자는 그들에게 그럴 소지가 있는 것을 드러나게 유도해야 한다. 이를테면 도박할 때,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가 어떤지, 도박을 시작할 때 행동패턴, 그들이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는다고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이 믿을 수 있도록 속이는 방법들,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들, 도박을 하는 때와 장소, 이유, 방법 등이 모두 해당한다.
무장해제를 위해 치료자는 작업기록지를 활용할 수 있다. 치료자는 도박자가 기록한 기록지를 갖고 부부가 서로 논의하는 것을 중재할 수도 있다. 이런 무장해제의 원리는 도박자가 진정으로 도박을 끊으려 할 때 중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도박충동 둘레에 담을 쌓는 것을 비롯해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여러 속임수와 비밀을 공개해 두는 것이다. 비밀 공개는 그들이 진정으로 도박을 중단하려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만약 도박자들이 그들의 비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진정으로 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해야 하고, 만약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치료자는 앞에서 논의됐던 동기강화 전략을 다시 사용해야 한다.
넷째, 재정통제 전략을 사용하기다. 재정통제 전략은 도박자들에게 돈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줄이는 일환이다. 재정통제 전략은 도박자의 절제 통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도박자에 대한 재정통제는 방법론이 중요하다. 어떻게 재정을 통제할지, 그리고 책임을 어떻게 질지를 계획해야 한다. 이는 도박자에 대한 개인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심값이나 교통비 정도만 허용하는 정도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모든 지출영수증을 챙기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 등이 통제수단이다. 때로는 수표발행, 대출,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서비스, 특정 계좌에 접근하는 것을 막거나 어떠한 대출 신청도 못하도록 은행에 요구하거나 신용카드 발급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적절히 사용돼야 한다.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 도박자는 다른 수입에 손대지 못하도록 하고, 항상 제한된 돈만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와 반대로 최소한의 감시만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진행과정을 관찰하면서 신뢰가 쌓이면 점차 증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몇주 동안 성공적으로 실행한다 해도 재협상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할지는 신중성이 요구된다. 이미 이런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도박자들은 원래 자유로운 생활을 요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치료자는 그들을 잘 설득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훈련이 필요함을 강조해 시간끌기를 시도하면서 어느새 생활에서 훈련되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다섯째, 위험성 높은 다른 상황 관리하기다. 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도박자가 도박자금을 확보하려 돈을 가지는 것을 통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여기서는 그 외 다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치료자는 도박자가 돈을 가지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다른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노력과 필요한 경우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는 지금까지 지침을 지키는 것을 관찰한 결과를 갖고 다양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전략을 함께 구성해야 한다. 도박자들에게는 도박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주변 자극이 수시로 주어진다. 이런 자극은 그들에게 위험성 높은 유인 자극으로 작용하는 것을 상정한다. 도박자에 따라서는 가장 자극을 잘 받을 수 있는 유인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채무변제 계획을 수립하여 위험성을 줄이거나 은행에 가서 돈을 찾을 기회를 가급적 만들어주지 않는다거나 친척을 만나 돈을 빌리거나 구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위험성 높은 다른 상황 관리하기에서 치료자는 도박자들이 행동의 사슬을 다시 활용하려는 심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들은 기회만 생기면 행동 사슬을 이용하려는 심리를 작동시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비디오 포커기계를 사용하는 것은 웬만한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서 가능하고, 인터넷을 통한 도박게임을 집이 아닌 PC방에서도 가능하다. 예전 함께 도박하던 친구나 동료들을 만나는 것은 가장 큰 위험이다. 그들을 만나 도박에 대한 정보를 듣고 다시 한번 시도하려는 유혹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그들이 그런 곳에 가지 않도록 다짐받아야 하고, 부득이 가야 한다면 지지자가 동반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 이런 위험성 정도를 감안하면 도박자는 이전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그들의 도박중단 의지도 작용하지만 치료자가 그들을 설득하고 포용하며 격려하면서 새로운 생활로 이끄는 기술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재발에 대처하기다. 재발 대처는 치료 후 도박하려는 심리를 차단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아직 치료받지 못한 상황에 있는 도박자에게는 해당되지 않기에 그만큼 적용에 거리가 있다. 그래도 치료받은 도박자들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대처가 필요하다. 그들은 치료받은 후에도 여전히 도박 위험성에 노출돼 있는 점에서다. 오늘날 재발 대처 또는 재발 방지는 필요성과 효용성이 상당히 인정되는 편이다.
재발 대처는 무기력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시된다. 이들의 무기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타당성이 검증되고 있는 자기효능감을 강조하는 쪽으로 강화시키는 작업이 실행되고 있다.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작업은 도박자들의 도박중단 신념을 더욱 강화시켜 다시는 도박행동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때 그들에게 나타나는 부정적인 신념과 실수를 분석하는 일이 일차로 중요하다. 그들의 실수는 다시 예전 도박행동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 점에서다. 이들은 실수를 합리화시키면서 점차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결과 자기존중감 상실을 가져온다. 작업기록지를 이용해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4. 자기조절 기법
자기조절 기법은 도박자가 스스로 자기를 조절해 도박행동을 중단하게 하는 방법이다. 스스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도박충동을 떨쳐버리고 생각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이런 통제는 그들에게 일어나는 강력한 갈망에 의해 무력화될 수가 있기에 말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병적도박 행동이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보여도 그들은 쉽게 자기패배적 행동을 하고 싶은 갈망에 의해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갈망은 도박 뿐 아니라 알콜, 약물, 과식, 적절하지 않은 성관계 또는 다른 강렬한 것이든 강력히 일어나 다시 중독적 행동을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바우마이스터(Baumaister) 등은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어느 누구도 충동 통제를 연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에게 충동은 그냥 일어난 것이므로 통제가 불가능하기에 그저 충동을 일으키는 행위만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도박자들은 자기조절 전략을 잘못 사용하기 쉽기에 그만큼 욕망이나 생각을 조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자기조절 이론에서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때 자기조절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먼저 충동에 대한 세가지 측면을 알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이 세가지 측면은 잠재동기, 활성 자극, 충동으로 구분되고 있다.
잠재 동기는 욕구와 희망이 내면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잠재 동기에는 단순하게 배고픔을 해소하려는 것에서부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사람이 되는 욕구와 희망이 존재하는 상태다. 충동은 때로 동기 변화를 가져오는 힘을 가지기에 사용하기 따라서는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박자들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어떤 자극에 눌렸던 심리적 발동이 걸리듯 하는 것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다만 그것이 조금 더 자극되는 경우 바로 활성 자극으로 이행된다. 이때 활성 자극은 충동을 자극하는 직접적 상황으로 변한다.
치료자는 도박들의 활성 자극에 대하여 도박관 관련된 사람이나 장소, 그리고 물건의 형태로 드러나는 외부적 환경을 유의해야 한다. 복권이나 TV광고를 보고, 카지노 옆을 지나다 갑자기 도박충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이들에게 활성 자극은 때로는 그들의 생리적·정서적 상태와 같이 내부에서 일어나기도 하므로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갈등이나 직업 실패에 대한 반응부터 연결돼 도박 충동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그들에게 일어나는 충동은 사실상 잠재 동기와 활성 자극이 상호작용한 결과다. 실제로 자기조절은 충동을 다루는데 직접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 도박자는 조만간 스포츠신문에서 경마 결과를 보게 될 것이고 TV 광고를 보고 복권을 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또 골프 친구가 한 타마다 돈을 걸면서 “재미로 하는 것에 불과해” 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므로 외부의 모든 활성 자극을 영원히 피할 수 없다. 외부 활성 자극으로부터 일어나는 충동에 대처하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런다 해도 즉각적 충동을 다루는 것은 불완전하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긍정성 축적이 필요하다.
긍정성 축적의 일환으로 자기조절 수용 원리를 활용한다. 이때 수용은 웨그너(Wegner)에 의하면 부정적 사고를 억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하는 태도다. 사고 억압은 자기방어가 약화되면 억압된 사고의 반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웨그너는 이런 현상을 백곰과 관련시켜 ‘백곰 효과’라 불렀다. 백곰효과는 레오 톨스토이(Leo Tolstoy)의 어린시절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그의 형이 백곰에 대한 생각을 멈추기만 하면 같이 놀아주겠다고 말했다는 데서 유래됐다. 이는 생각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익한지를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도박자들의 도박에 대한 생각을 억압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도박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기에 이를 억압하고 회피하려는 태도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런 점에서 수용전략은 노출치료와 마찬가지로 도망가지 말고 충동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5. 결론: 핵가족화 시대에 도박중독 치유란…
이상에서 우리는 도박중독을 치료하는 기법을 다뤘다. 겉으로는 많이 달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면의 통제와 관련됨을 발견하게 된다. 외부적 여건도 유혹의 자극을 보낼 수 있지만, 실제로 도박자가 마음을 어떻게 갖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도박을 하지 않도록 동기를 강화하거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변화시키려는 것, 자극통제와 환경관리, 그리고 자기조절 기법도 도박자의 내면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이는 외부의 어떤 것에 도박을 하려는 자극을 받을 수 있지만 마음을 잘 조절해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의미다. 그것은 도박자에게 치료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려운 도박중단 문제에 치료자가 책임지지 않는 인상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맞는 말이다. 치료자가 그들을 일일이 따라 다닐 수는 없다. 이제 도박자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각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해도 모든 생각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생각은 오가는 것이 많아 싸우기보다 기다리는 편이 더 낫다. 그리고 이런 생각과 연관된 감정의 강도도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기에 어떤 생각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줄이고, 생각을 통제하려고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기효능감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도박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잘 훈련하는 것이란 주변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여기는 가족의 협조가 일차적이고 가까운 친구나 친지 등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교회가 오늘날 핵가족화가 되는 사회 현상으로 인해 고독한 생활을 하는 상황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여리고로 내려가다 불한당을 만난 사람을 당시 멸시받던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돌봤던 심정으로 이웃을 돌보는 자세를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