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언론회 논평] 『한글주일 제정』을 제안하며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올해로 훈민정음(한글) 반포 564돌이 된다. 1446년 당시 세종대왕은 그때까지 사용되던 한자가 우리말과 구조가 달라, 많은 백성들이 배워서 사용할 수 없는 사실을 안타까워 하여, 백성들 자신이 마음대로 표현하고 사용할 수 있는 훈민정음(한글)을 만들어 반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글은 여러 가지 이유로 널리 보급되지 못하였다. 즉 ‘반절’, ‘언문’, ‘암클’(여성들의 문자)이라 하여 천대받았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적극적인 “한글보급운동”을 통하여 비로소 우리글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기독교에 의한 한글보급운동의 시작은 이렇게 비롯된다. 1876년 스코틀랜드의 로스 선교사는 만주에서 한글로 성경 번역을 시작한다. 1877년에 로스 선교사는 상해에서 한글 문법서(Corean Primer)를 간행하였고, 1882년에 전도인(傳道人)을 통해 한글 성경이 조선에 반입되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하여 1885년 미국의 아펜젤러, 언더우드 등의 선교사들이 한글을 배우고 조선에 들어오게 되었다. 1887년 선교사들은 “성서번역위원회”를 조직하여 한글로 성경을 본격적으로 번역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1889년 주시경은 감리교의 배재학당에 재학하면서 한글문법 연구를 시작하였다. 1890년 언더우드 선교사는 <한영문법>, <한어자전>등을 간행하였고, 대한기독교서회를 조직하여 기독교 문서를 한글로 간행하였다.

1892년 장로교선교공의회는 네비어스 선교 정책의 실천 방안으로 “모든 문서 활동에 있어서 한자의 구속을 벗어나 순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기독교의 ‘한글 전용’ 원칙을 확립하였다. 이후 기독교의 신약성경, 찬송가, 교계신문, 각종 문서 등이 한글로 사용되게 되었다.

1896년 주시경은 한글 연구단체 동문동식회(同文同式會)를 창설하였고, 서재필 등 기독교 지도자들은 한글전용 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했으며, 각종 토론회에서 한문(漢文) 숭배를 버리고 한글을 사용할 것을 주장하였다.

1897년 게일 선교사는 한영사전을 간행하였는데, 미션스쿨에서 선교사들은 한글로 교육하였다. 1907년 주시경은 상동 교회에 국어강습소를 설립하였다.

일찍이 우수한 한글을 만들어 놓고서도 기득권층에 의하여 수세기 동안 천대받던 세종대왕의 훈민정음(訓民正音)은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성경번역과 함께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널리 보급되어 존귀한 문자로 간주되었다.

1915년 총독부는 미션스쿨에서 성경교육과 한글교육을 금지하였으나, 장로교와 감리교는 한글신문인 <기독신보>를 창간하여 이에 저항하였다. 기독교와 천도교가 주도한 3·1운동의 충격으로 총독부는 유화책으로 미션스쿨의 한글교육과 성경교육을 인정하게 되었다. 한국어가 이때에 필수과목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1921년에는 이상재, 윤치호, 이승훈, 박봉승 등 기독교인 유지들이 기독교창문사(基督敎彰文社)를 설립하고, 잡지 『신생명』을 통하여 문서로 한글 보급에 나섰다.

그 외에도 매년 여름, 교단별 수백여 곳의 여름성경학교 등을 통해 한글 교육이 이뤄진 기록이 남아 있는데, 복음전파와 한글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1938년 조선총독부는 황국신민화를 위해 한국어를 폐지하였고, 신사참배를 거부한 미션스쿨들은 폐교 당하였다. 그러다가 1942년 미션스쿨인 함흥의 영생여학교의 한글사건으로 조선어학회의 최현배, 김윤경, 이윤재, 김선기 등 다수의 기독교 한글학자들이 구속되는 등 기독교의 한글사랑은 중단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945년 해방으로 기독교는 신앙의 자유와 한글 사용의 자유를 다시 찾게 되었고, 한글이 대한민국의 공식문자로 공인되게 하였다. ‘훈민정음’을 만든 이는 15세기 세종대왕이지만 이를 알아준 이는 선교사들과 한국 기독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독일어 성경이 있었다면, 한국 기독교에는 한글 성경이 있었다. 조선에서 최고로 칭송받는 세종대왕도 이루지 못한 한글의 국문화(國文化)를, 기독교인들은 일제의 억압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루어 낸 것이다.

하나님은 출애굽 시에 승전장소에 사적지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역사 교육을 시킬 것을 명하셨다. 현재 역사교과서가 이념투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면서, 기독교의 한글보급운동이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제대로 가르쳐지지 않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10월 둘째 주일을 <한글 주일>로 제정하여 믿음의 일세대가 남긴 자랑스러운 업적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바로 가르친다면, 한민족을 위한 기독교의 비교할 수 없는 공헌에 자부심을 갖고 자라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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