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 (46)-도박 중독[13] 도박중독 치료과정①
도박중독자들은 심리적으로 조급하다. 그들은 치료시 단기간에 변화되거나 도박을 중단할 묘책을 기대하지만,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치료적 변화는 무던한 인내로 훈련을 잘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실제 도박중독 치료는 오랜 기간에 걸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행동과 성격의 변화를 획득해 나가는 점진적 과정이다.
도박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 요청한다면 더 이상 도박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을 때다. 직업상실이나 결혼생활 붕괴, 신용불량, 체포나 구금과 같은 법적·경제적·가족의 위기에 처하면서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일부 인정한다. 이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는 약물을 비롯한 상담치료 등이다. 앞에서 우리는 치료기법을 고찰했다. 여기서는 치료기법 원리와 달리 치료 과정에 중점을 두기로 한다.
1. 행동치료의 과정
행동치료(behavior therapy)는 학습원리, 특히 고전적 조건화, 조작적 조건화 및 관찰학습 등의 원리를 적용하여 부적응 또는 문제행동을 치료하는 기법이다.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 행동적 접근은 당시 우세했던 정신분석적 견해로부터 근본적으로 이탈해 1950-60년대에 생겨났다. 이 시기 동안 행동치료 운동은 다양한 문제행동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전적 조건형성의 원리를 적용한 점에서 다른 치료 접근과 구분된다. 1970년대 행동치료는 심리치료와 교육학의 중요 세력으로 등장했고 괄목할 성장을 했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기법을 발전시키고 적용 영역을 넓혀갔고,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자기통제 절차를 강조했다.
오늘날 행동치료는 다양한 관점을 보인다. 지금은 서로 다른 이론적 원리와 다양한 절차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행동치료에 인지 원리를 접목하면서 인지행동 치료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70년대에는 인지행동 치료도 발전됐는데 치료에서 주관적 사상의 자리를 굳혔다. 1980년대는 전통적인 학습이론을 넘어 새로운 개념과 기법 발달 등 새 영역에 대한 연구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행동을 수정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대인관계에 불안을 느낀다면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들에 대한 대응에 중점을 둔다. 이때 자신을 관찰해 불안할 때의 생각을 써 보고 그것을 합리적인 생각으로 고쳐 쓰는 자기탐색을 시도한다. 인지행동치료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불안이나 공포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보다는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와 어느 정도까지 불안을 줄여 회피를 덜할 수 있는지를 목표로 삼는다. 이런 행동치료의 원리를 도박중독 치료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용한다.
1) 다양한 방법의 활용
도박중독자들은 반복된 습관, 도박에 대한 강박적 집착, 전능감과 통제력의 환상, 소망 충족의 환상(wish-fulfillment fantasy), 견고한 방어기제 속에 갇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 치료기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지행동 전략과 치료기법, 심리사회적 교육이 요구된다. 많은 도박자들은 도박충동과 싸우기 어려우므로 도박충동에 대항하기 위한 여러 행동전략이 활용돼야 한다. 이러한 전략들에는 그 동안의 도박환경과 동료들로부터의 분리, 하루하루 도박을 끊고 절제하기 위한 행동 스케줄 작성과 실행 및 검토, 이완훈련, 자기암시, 상상적 둔감과 인지적 수정 등의 여러 행동·인지적 절차들이 사용될 수 있다.
2) 병적도박의 탈학습화 시도
행동주의 이론에서는 도박을 학습된 행동으로 간주한다. 도박은 탈학습될 수 있고, 도박중독자들도 도박행동을 어떻게 조절할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도박중독자들은 돈을 따려 도박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도취감을 맛보기 위해 도박한다. 이들 중에는 우울과 권태, 걱정 회피의 방편으로 도박에 몰입하기도 한다. 도박에서 주어지는 강화는 항상 처벌을 능가하고 강력하며, 강화 요인에는 금전보상 뿐 아니라 쾌감증폭, 우울감 해소 등이 포함된다. 도박중독은 도박행동에 정적 및 부정 강화가 수반됨을 학습해 유지되지만 근본적으로는 강화에 대한 기대에 따라 움직인다. 이런 행동치료는 혐오치료나 상상적 둔감화를 주로 사용한다.
3) 혐오치료의 활용
행동치료에서는 강화 스케줄을 끊고 강화에 대한 기대를 중지시키는 데 중요하다. 이러한 행동기법 중 하나가 도박행위에 긍정적 강화 대신 처벌을 수반시키는 혐오치료다. 전기충격을 이용한 혐오치료로 3명의 강박적 도박을 치료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그 중 2명은 슬롯머신 도박자로 슬롯머신에 돈을 걸 때마다 반복적으로 전기충격을 줬다. 1명은 경마중독자였는데 내기를 거는 장면을 슬라이드로 보여주고 신호음을 들려주면서 전기충격을 줬다. 세 차례 모두 추적조사 결과 예후가 좋았지만, 혐오치료 효과는 일시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처벌에 의해 제지된 행동은 억제될 뿐 소거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치료 장면에서 일시적으로 강화 효과를 차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상생활에서 도박을 통해 긍정적 강화가 발생하거나 유사한 장면에 노출되는 것을 차단할 수도 없는 일이다.
4) 상상적 둔감화의 활용
맥콘나이(McConaghy) 등은 20명의 행동치료 사례를 보고했다. 20명 중 10명은 도박하면서 자극적이고 흥분된 상황을 크게 소리내 읽으면서 손가락에 전기충격을 받았고, 다른 10명은 상상적 둔감화(imaginal desensitization) 치료를 받았다. 상상적 둔감화 상태에서는 편안하게 이완한 다음 도박 장면에서 노름하지 않은 것을 선택, 상상하도록 한다. 치료 후 1년이 지난 경과를 보면 전기충격을 받은 환자 중 아무도 도박을 절제하지 못했으며 10명 중 7명은 도박패턴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에 반해 상상적 둔감화를 받은 환자들은 2명이 완전히 도박을 끊었고 5명은 도박을 절제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혐오치료와 비교해 상상적 둔감화가 도박행동을 감소시키고 도박욕구를 줄이는데 효과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둔감화가 효과가 없거나 미약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며 이와 상반된 연구결과도 있다. 8년 동안 치료한 남성 강박적 도박자 26명의 사례를 보고한 연구는 고무밴드를 손목에 감아 손목을 찰싹 때리는 혐오조건화와 실제적 둔감화(in situ desensitization) 등 다양한 행동치료 기법을 사용했다. 이들 중 5명은 어느 정도 도박을 조절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지속되지 않으면 재발이 잦았다.
5) 상상적 둔감화 과정
상상적 둔감화에서는 도박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그 때의 느낌과 정서를 확인하고 도박을 새로운 사고와 행동으로 대치한다. 도박 장면이나 도박을 자극하는 장면들을 상상하고 그 때의 느낌과 정서, 사고 등을 확인한다. 다음에는 복식호흡이나 긴장을 푸는 훈련을 통해 편안하게 이완시킨 후 유혹을 거절하거나 도박행동을 직접 행동으로 통제하는 장면을 시각화하도록 지시한다.
예를 들어 “아내는 집에 없고 퇴근해서 집으로 가는 중이다. 가까운 성인오락실이 보이고 슬롯머신을 하고 싶어진다. 칩을 넣으려고 하지만 갑자기 노름하는 것이 따분해지므로 도박하지 않고 발길을 되돌린다.”, “당신은 지금 도박장이나 그 입구에 서 있다. 도박으로 돈을 잃고 후회할 것을 상상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한심하고 따분해지기 시작한다. 발걸음을 되돌려 집으로 돌아온다.”는 장면을 지시하고 실행하도록 한다.
상상적 둔감화는 도박행동이 높은 각성상태와 흥분수준과 연관돼 있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각성상태는 혐오적 긴장상태를 유발해 추구하는 행동을 수행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상상적 둔감화는 각성상태보다 충분히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면서 도박행동을 거절하고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이완상태에서 도박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도박과 연관된 인지적, 정서적, 감각적 상태를 확인한다. 그런 다음 충분한 이완상태를 유지하면서 돈을 잃거나 패배하고 베팅을 스스로 원하지 않으며, 베팅할 것들을 던져버리고 돈을 가진 채 도박장면을 떠나는 등의 장면을 상상한다. 상상적 둔감화와 자기암시는 도박충동이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 동기를 부여하고 도박단서나 도박행동과 연관된 흥분상태를 차단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또한 거절훈련에 활용될 수 있으며 도박하는 동안의 고유한 정서, 기대, 사고, 환상을 구체적이고 빠르게 확인하여 추후의 치료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6) 간단한 상상적 둔감화기법의 활용
행동치료에서는 본격적인 상상적 둔감화 외에도 간단한 상상적 둔감화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치료 초반 간단한 이완조치 후 도박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나아가 도박하지 않을 경우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한 후 결과를 비교하도록 한다. 이는 도박으로 인한 현실적 결과에 내담자를 직면시키고 현실을 검증하도록 요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도박중독자들이 현실의 직면을 회피하기 때문에 자신이 도박으로 부딪히게 될 결과에 경악하고 놀란다. 이러한 간단한 상상적 절차들은 치료와 절제 동기를 고양시키며 그 자체만으로도 도박충동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기법은 치료저항이 심한 초기단계나 재발시 사용될 수도 있으며, 절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7) 행동치료의 한계점
행동치료에서는 도박행동에 긍정적 강화 대신 처벌이 따름을 학습하면 도박행동이 제지될 수 있다. 그러나 혐오나 이완이 행동을 중지시킬 수는 있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일 위험성이 높다. 혐오는 행동에만 작용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적 행동에만 적용할 경우 도박행동은 억압될 뿐 사라지지 않기에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고 재발이 잦으며 도박도 장기화된다. 혐오조건화와 둔감화, 이외에도 여러 행동요법을 강박적 도박자들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도박자들의 성격과 생활양식, 기대 변화라는 근본적 영역을 무시한 채 몇몇 특수한 기법만을 단독으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법만을 활용하면 가족 내 역동이나 가치체계 혹은 도박자의 기저에 깔려있는 성격적 결손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행동주의 기법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지만 치료효과를 지속하고 일반화시키는 데는 불충분하다. 그런 이유로 행동주의 기법은 도박중독자의 삶 속에 스며들어 포괄적으로 충분히 활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에 교육적 요소 뿐 아니라 자기통찰과 이해작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2. 인지치료의 과정
도박판을 운영하는 사업자 입장에서 반가운 고객이 있다. 그것은 사업자에게 어떤 고객이 훌륭한 고객인지 구분하는 것이다. 사업자에게 훌륭한 고객은 승리하는데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이 필요하며, 또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는 도박꾼들이다. 도취감과 쾌락에 빨리 빠져들고 싶어 안달난 도박꾼들은 이런 착각을 별로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도박판의 입장에서 보면 도박자의 이런 착각 덕택에 노름판이 잘 굴러가는 셈이지만 사실 진정한 기술과 전략이 필요한 도박은 거의 없다. 게임의 법칙을 좌우하는 것은 확률이며 우연이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해 인지치료에서는 다음 몇 가지를 치료에 적용한다.
1) 인지적 오류의 수정
인지치료에서 인지 오류의 수정은 일차적 작업이다. 도박중독자들은 대개 도박 초기에는 비교적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안목을 유지할 수도 있다. 도박을 좌우하는 것은 운이며, 도박으로 돈을 따는 데는 한계가 있고, 도박으로 많은 돈을 따기 바라는 것은 헛되고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많은 돈을 탕진하고도 아직도 도박에 빠져있는 중독자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은 도박에 깊이 빠지면서 점점 더 비합리적 가치와 생각들이 자라날 뿐 아니라, 정교화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제 도박으로 큰돈을 따는 꿈을 꾸고, 실력으로 도박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다른 사람은 아마추어지만 자신은 프로라거나 전문도박사라는 과대평가에 빠지기도 한다. 실력으로 충분히 도박판을 이길 수 있다고 믿거나 지금까지 돈을 잃었음에도 이번만은 특별히 운이 따르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계속 잃기만 했다는 현실적 경험도 도박행동이나 도박을 지속하게 하는 잘못된 생각을 좌절시키지 못한다.
그들의 비합리적 신념과 기대들이 중독행동을 중지하거나 조절하는 것을 깊이 방해한다. 그러나 도박중독자들은 그들의 신념과 기대가 잘못됐음을 깨닫지 못하며, 정작 중독을 끊지 못하고 계속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의식되지 않은 채 계속적으로 잠복해 있다. 이런 점에서 인지치료는 한 가지를 중요하게 지적한다. 도박중독자가 계속되는 손해에도 도박을 지속하는 이유는 인지적 오류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지적 오류는 자기식의 생각을 발전시키는데, 이를 인지적 편향이라 부른다. 그들에게 인지적 편향은 도박에 대한 심한 관여와 습관이 도박행동을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변인이다. 쾌락과 스릴에 심하게 중독된 중증 중독자가 아니라면 도박판에서 자신이 잘못된 계산과 기대를 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도박행위가 감소한다. 잘못된 비합리적 신념과 인지적 오류를 탐색해 자각하고 수정하는 것은 도박자를 치료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2) 인지적 오류의 규명
인지치료는 도박자의 특유한 인지적 오류를 규명함으로써 병적 도박의 치료적 전망을 열어 놓았다. 레듀설(Ladouceur) 등은 습관성 도박자를 대상으로 역할연기, 도박 자극(stimulated gambling), 녹음재생(playback), 잘못된 지각 수정, 언어화 수장 등 다양한 절차를 사용해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고자 했다. 도박자들은 흥미롭게도 자기 생각과 기대가 잘못됐음을 깨달으면서 도박을 계속하고 싶은 동기가 감소했으며 도박이 따분하다고 대답했다. 우선성에 대한 잘못된 지각에 초점을 맞춘 인지적 수정 결과, 5명 중 4명은 도박충동이 감소하고 통제력 지각이 증가했으며 6개월 추적면담 후에도 치료효과가 유지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도박에 대한 잘못된 지각의 인지적 수정, 문제해결 훈련, 사회기술 훈련, 재발예방의 4가지 요소로 구성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60-90분간 일주일 1-2회씩 실행했다. 치료는 도박중독자들이 도박판에서 차지하는 우연의 역할에 적절한 지각을 발달시키고 도박을 중지할 때까지 수행됐다. 그 결과 치료에 참가한 사람 중 86%가 도박중독의 기준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았으며, 도박문제에 대한 통제력의 지각과 위험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기효능감이 증가했다. 86%의 참가 목표로 했던 6가지 변인 중 최소한 3가지 이상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얻었고, 6개월, 12개월 후에도 효과가 유지됐다. 다른 연구자들도 인지수정 절차에 의해 도박빈도가 10회/1개월에서 3회/6개월로 감소한 긍정적 결과를 보고했다.
3) 인지수정의 4단계
인지수정은 원칙없는 이해, 잘못된 신념의 이해, 부정확한 지각의 자각, 잘못된 지각의 인지수정 등 4단계 과정으로 구성된다. 첫째 단계인 무원칙에서는 결과를 통제하기 위한 어떤 전략도 없는 것과 게임 통제가 불가능함을 설명한다. 두번째 잘못된 신념을 이해하는 단계에서는 통제력 착각이 도박습관을 유지시킴을 설명하고 잘못된 신념을 수정한다. 세번째 단계에서는 도박할 때 잘못된 지각이 지배적으로 작동함을 알리고, 정확한 언어화와 잘못된 언어화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마지막 네번째 단계에서는 실제로 내담자의 잘못된 지각을 수정한다.
인지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지수정 방법은 크게 소리내 말하기 방법(Thinking Aloud Method)이다. 치료자는 도박중독자들에게 게임을 중단시키지 않고 가급적 조심스럽게 게임을 계속하면서 그 동안 떠오르는 생각이나 인지는 뭐든 소리내 말하게 한다. 의도나 생각, 이미지를 검열하지 않고 자신의 말이 흥미로운지 아닌지 판단하지 않도록 지시한다. 이런 과정에서 치료자는 가급적 그들에게 많은 것을 연속으로 말하게 요구한다. 이는 생각의 명료함이나 완결성이 중요하지 않고 말하려는 것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에 크게 소리내 말하기 방법은 도박하는 동안 도박자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려는 시도다.
4) 구체적인 인지오류 수정
인지치료에서는 인지오류를 구체적으로 실행한다. 이런 과정에서 그들이 말하는 것들을 녹음해 정확한지 잘못됐는지 후에 평가한다. 이때 정확한 지각은 게임 결과가 운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을 반영하며 잘못된 지각은 통제력, 예측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도박중독자는 도박 장면을 상상하면서, 혹은 자극에 도박 회기 동안 기록한 언어화를 듣고 잘못된 언어화가 나타나면 신호를 보내 이를 찾아내도록 지시한다. 치료자는 테이프를 멈추고 내담자들에게 잘못된 언어화를 정확한 언어화로 바꾸도록 한다.
언어화 과정은 그들이 가진 생각을 표출하게 한다. 언어화 과정은 도박중독자들의 인지적 오류를 발견할 중요 단서다. 치료자는 도박중독자들에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크게 소리내 표현하고, 도박중독자의 말에서 잘못된 신념과 언어화를 찾아내 수정한다. 예를 들어 “연속 다섯 번 돈을 잃었으니 다음번에는 딸 때가 됐다”, “꼭 우승할 경주마인데 지난번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우승한다”, “1열에 여러 번 베팅했다. 다섯번째에는 3번째에 베팅하면 보다 나은 베팅이 될 것이다” 등의 생각들은 실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전 사건이 이후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인지오류다. 이러한 생각들은 공통적으로 실제 무원칙적인 게임결과에 모종의 질서가 있으며, 이러한 질서를 예측,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인지오류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5) 간단한 인지절차
인지치료에서는 간단한 인지절차도 활용한다.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오해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간단한 인지절차는 그들에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 알락(Allock)은 도박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도박할 때 이길 것으로 기대하는 정도와 현재 도박을 중지하고 실제로 돈을 딴 정도를 0점(전혀 없다)부터 10점(확실하다)까지 연속선상에서 비교해 평가하는 간단한 절차를 활용했다. 평가 결과, 실제로 이긴 점수는 1.77인 반면 도박을 실제로 하고 있었을 때 이길 것으로 기대한 정도는 6.99였다.
더욱이 경마나 경륜, 블랙잭처럼 기술이 적용 가능한 경우 자신을 평균 도박꾼보다 기술이 뛰어난 숙련된 사람에 가깝다고 평가한 도박들이 많았다. 이와 더불어 알락은 도박에 대하여 정확한 진술문이 기록된 3가지 카드를 지갑에 갖고 다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나는 지난 6개월간 3000만원을 잃었다”, “나는 겨우 10%을 이길 따름이다”, “도박은 내 결혼생활과 가정생활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진술문이 기록된 카드를 갖고 다니면서 돈이 필요하고 도박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때마다 카드를 보면서 도박에 대한 정확한 진술문을 읽도록 했다. 알락은 간단한 행동·인지적 방법을 지지상담 치료와 함께 사용했고, 이런 절차만으로도 어떤 도박자들에게는 도박을 통제하는데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인지수정만으로 치료절차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도박과 관련 인지편견이 도박중독을 유지시키는 주된 원인이지만 과도한 도박은 많은 문제와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유발하기 때문에 문제해결 훈련과 사회기술 훈련을 치료하는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3. 비공식적인 도박치료의 원리와 과정
도박중독은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병이지, 불명예스럽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도박치료는 전문적 의학치료 외에도 어디서든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는 편이다. 반드시 병원이라는 장소 뿐만 아니라 복지단체나 종교단체에서도 시도된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도박자는 자신의 문제를 솔직히 드러내 도움을 받는 태도가 회복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도저히 치료될 기미가 없는 심각한 도박중독자라 해도 회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기어이 치료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공식적 도박치료 과정에서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돼 활용되지만 공통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원리로 진행되는 편이다.
1) 확인하기
확인(Validation)하기는 도박중독 상태를 인식하기 위한 방법이다.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는 행동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실제로 정확한 인지는 행동 변화를 일으키는 좋은 방법이다. 도박중독자라 해도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는 사람이 있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확인하기에서는 “나는 걱정한다”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여기에는 다음 사항들이 고려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도박중독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도박보다 그에겐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나는 걱정한다” 라고 단순하게 다가서지 말고…
-“나는 걱정한다, 당신은 우리 가정의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등의 긍정적인 면을 제시한다.
2) 증거 조사하기
증거조사(Documentation)하기는 도박중독자가 행한 것에 분명한 근거를 남기는 작업이다. 증거조사는 대개 시스템을 제작할 때, 시스템을 분석한 시점부터 프로그램 작성을 완료할 때까지 분석한 내용, 프로그램의 기능, 이후 수정사항 등을 기록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시스템에 따라 오는 설명서, 사용안내서 등의 문헌류. 기록 정보의 축적, 검색, 이용 또는 전송 목적으로 계통적인 기록 정보를 계속 수집, 처리하는 것, 특정 목적을 위해 수집된 문헌의 집합 등이 해당한다. 이런 증거조사의 방법을 도박중독의 치료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에서 치료자는 “내가 생각할 때”, “내가 느끼기에”, “나는 당신의 의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여러 행동들이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것을 방해합니다“ 등의 말을 하면서 진행한다. 이때 도박중독자에게 편지를 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증거조사하기에는 다음 사항들이 고려된다.
-가장 최근 도박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언급하고, 리스트를 만든다.
-각각 행동들의 정확한 시간과 장소, 즉 그 일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에 대한 것을 제시한다.
-빚, 카드 대금, 외박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상세히 묘사한다.
-각각 행동들이 당신에게 가져다준 느낌들을 묘사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카지노에서 도박하느라 집에 들어오지 않은 날, 우리 가족들은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와 같은 말은 피해야 한다.
-사건들은 시간 순으로 열거해야 한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이야기해준 것이 아닌, 당신이 직접 본 것에 대해 먼저 언급해야 한다.
-치료자는 최대한 침착해야 하며, 비난해서는 안 된다. 당신의 감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상대방과 교감이 이뤄져야 한다.
-가족이 썼던 내용을 상대방이 읽은 후 도박자의 감정을 차분히 들어줘야 한다.
3) 충고를 제안하기
충고를 제안하기(Recommendations)는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권고한다. 이런 제안에는 도박중독의 중단을 위해 추천할만 하거나 권고할만한 방법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치료자는 도박중독자가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관련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 “난 이러기를 원해요” 등으로 부드럽게 권유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비교적 구체적 또는 자세히 제안할 수도 있다. 이때 권할만한 제안들을 제시해 도박중독자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항목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제안을 하나 선택하세요!”하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제시한다.
-익명의 도박자 모임에 참석하라. 여성 도박자는 ‘여성 전문’ 모임에 참석하는 게 좋다.
-돈 관리를(빚, 카드 등등) 위한 계획을 세운다.
-도박중독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
-어느 기간 동안 꾸준히 개선되는 행동의 변화를 증거로 나타내 본다.
-도박중독자를 위한 모임이나 세미나에 참가한다.
-만약 필요하다면, 입원치료를 받는다.
4) 결과 예측하기
결과(Consequences) 예측하기는 행동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때 기대되는 예상치를 상정한다. 여기서는 대개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 등의 형식이 된다. 결과 예측은 어떤 행동을 취할 때 반드시 상응하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때 치료자는 제시된 제안들을 따르지 않았을 때의 결과와 함께, 치료자나 가족이 제시한 제안을 도박중독자가 실행했을 때 결과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결과들을 나열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당신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행한다면, 그 결과는 ............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 ............, ............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그 제안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할 것입니다. 그땐 내가 ................. 해야만 할 것입니다.”
4. 비공식적 치료과정으로서 단도박 모임
비공식적인 치료과정에서는 단도박 모임이 가장 대표적이다. 단도박 모임은 자조치료 과정이다. 자조치료는 의학적 수단이 아닌 자발적 노력의 치료방법이다. 이러한 자조 치료에는 단도박 모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단도박 모임은 최초의 치료 수단이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병적도박에 관심을 기울이기 전까지 치료 개입은 주로 단도박 모임에 의해 이뤄졌다. 미국에서도 아직까지 주로 단도박 모임이 가장 보편적인 개입형태를 차지해 대략 1천개 정도의 지부가 운영되며 한국에서는 현재 30여개의 모임이 있다.
1) 단도박 모임
단도박 모임은 도박을 끊고 재기하려는 도박중독자를 지지하고 돕는 자조모임이다. 단도박 모임은 단계적인 치료를 하는 세미나와 모임의 형태로 진행되며, 도박에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영적’ 혹은 ‘심리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12단계의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춘다. 단도박 모임은 동료들 앞에서의 공적인 사죄, 자기비판과 절제를 통한 자기가치의 회복, 하루에 하나씩 삶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것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것들이 때로는 정호가성이 담보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위대한 힘에게 자신을 양도함으로써 영적인 구원을 얻는 복음주의적 기반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도박 모임은 도박중독자의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단도박 모임은 처음에 “익명의 도박자 모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익명의 도박자모임의 핵심철학을 신중하게, 열린 마음으로 연구하면 심리적 성장을 위한 건강하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입원치료나 개인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단도박 모임에 참여함으로써 더 효과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며, 개인치료와 단도박 모임에 동시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단도박 모임에 참여하면서도 전문적 치료를 병행하면 절제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단도박 모임은 노력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포기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조금 잘 되면 치유된 것으로 알고 떠나는 것에 대해서 도박증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도박은 뿌리가 깊은 병이기에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단도박 모임 회원이 설득해도 믿지 않고 재발하면 더 무섭게 강한 힘으로 도전해 오는 병마 치료를 위해 한평생 모임을 다니겠다는 결심을 강조한다.
물론 그렇게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것만이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믿는 것이다. 그들은 회복 프로그램에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잘못을 자기 탓으로 생각하며 반성적으로 성찰하면서 새롭게 변화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모임 회원들이 잘 실천해 나가다 노력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면 그들의 심리가 180도로 바뀌어 누구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화를 내게 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을 경계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교만이라는 악마가 방해를 하는 것으로 여기고 거기에 속지 말아야 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2) 단도박 모임의 역할
단도박 모임 참여는 여러모로 큰 장점이 있다. 단도박 모임은 치료 목적에 의거해 긴밀하게 연결된 동료의 지지시스템으로, 새롭게 회복에 참여하는 도박중독자들이 회복 중에 있거나 도박에 대한 자제력을 회복한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된다. 자제력을 회복한 회원들은 이제 막 도박을 끊기 시작한 초심자들에게 건강한 모델이 된다. 이때 초심자들은 믿고 따를 수 있는 모델을 보면서 건강한 행동과 대처방법을 학습하고 극복과 재기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다. 이는 단도박 모임이 재발을 막도록 압력을 넣는 견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그들은 도박문제를 공유하면서 도박을 끊고 자제력을 유지하도록 서로를 독려하고 생산적인 행동을 강화한다.
단도박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무서운 유혹을 이겨내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모임에 참여한다고 생각하고, 도박에서는 이기려 안간힘을 쓰면서 악마와의 전쟁에서 지면 그 인생은 끝나고 만다는 신앙적 교훈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하면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들은 도박과 수없이 싸우고 도전하고 다시 반성하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도전하기 위한 긴 투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많은 세월이 흐른 것에 대하여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감격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이젠 더 이상 버틸 것도 싸울 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데, 아직도 도박하는 성질들이 살아있음을 인식하고 언제 또 그 병이 도발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잠재의식에는 “도박병이란 잠재울 뿐이지, 치료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매일 밥 먹듯 모임에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 생각한다.
단도박 모임에서 경험 많은 회원들은 새로운 사람들의 거부적 방법에 적절하게 도전하고 조언하면서 재발을 예방하도록 돕는다. 이런 과정에서는 서로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가운데서 그 동안 도박을 지속하는 원인이 됐던 왜곡된 사고와 믿음을 확인하고, 부정적 가치관과 환상에 도전해 이를 수정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잘못 이해하거나 조롱하고 비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릴 수 있는데 비해 단도박 모임에서는 회복중인 도박중독자들이 서로간의 감정을 공유하고 탐색할 수 있는 안정된 공간을 제공한다. 동일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신뢰의 관계를 성취해 나가고 자존심과 자신감을 고취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동질성을 확인하고 서로 상처를 치유하며 치료적인 동맹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3) 단도박의 문제와 한계점
단도박의 모임은 자조적인 치료이기는 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치료적 시도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1987년에 테버와 맥코믹(Taber & McCormick)은 도박중독자를 더 이상 단도박 자조모임에만 맡길 수 없다면서 사회와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관심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다양한 치료법과 재활요법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병적 도박을 정신적 문제로 받아들이기고 회복과 재기를 도울 준비를 갖추어 나가야 할 시기다. 돈이 없어도 치소한의 비용으로 입원할 수 있어야 하며, 지속적으로 안정된 치료와 재발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병원 이외에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복구시설이나 재활시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양한 치료 및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보급되고, 치료자와 치료기관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도박 모임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혹 자기중심적인 독선에 휩싸여 같은 도박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오류를 저지르는 도박중독자들이 있다. 이런 문제는 오랫동안 익명의 도박자모임에 참여한 일부 회원들도 간혹 이런 오류를 저지른다. 특히 그들은 문제행동에 직면한 후에 이런 방어적 합리화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익명의 도박자모임의 선임회원이 이런 오류에 빠져있을 때는 다른 회원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도박중독자만이 다른 도박중독자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합리적이며 비생산적이기 때문에 단도박 모임에서는 '우월한 권능'의 지지와 사랑을 강조하므로 도박중독자들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하고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종교적 태도에 거부감이 있는 도박중독자들은 종교적인 색채를 갖는 치료에도 거부감을 가질 소지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들 중에는 치료자와 경쟁하려 할 수도 있다. 더욱이 단도박 모임과 외래치료는 치료목표와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로 인해 치료계획의 목표와 갈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
단도박 모임은 비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 탈락률이 매우 높으며, 단도박 모임에 참여해도 완전한 절제를 유지하는 비율이 1년간 8%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다. 단도박 모임에서 참여하여 일시적으로 도박문제가 경감되더라도 도박증이 빈번하게 재발한다. 재발은 자제력의 회복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재발은 도박하도록 유인하는 요인을 외적, 내적 요인을 찾아내어 도박을 통제하는 새로운 훈습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재발이 적절히 다루어지지 못하면 크게 좌절한 도박중독자들이 완전한 절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느끼면서 자기 패배적으로 도박에 다시 흥청망청 탐닉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도박에서 탈락률과 재발률이 높은 이유는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치료동기가 없는 도박중독자의 특성에 기인하지만 일각에서는 단도박 모임의 목표가 완전하고 복음적인 절제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입원치료나 단도박 모임에서는 병적 도박을 질병으로 보고 완전한 절제에만 배타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이로 인해 오히려 치료범위가 제함되고 문제성 도박자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를 제한할 수도 있다. 사실 병적 도박을 질명 모형으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치료목표의 설정 역시 내담자의 요인과 치료단계에 따라 변화, 점진적으로 설정될 수 있다. 특히 완전한 절제는 치료에 양가적인, 도취감과 환상을 잊지 못하는 초기 단계의 도박중독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높은 목표일 수 있다.
5. 결론: 밑바닥 체험해야 도박 치료에 나설 것
지금까지 도박중독의 치료과정을 고찰하였다. 치료과정은 기법을 소개하는 것과는 달리 치료하는 과정에 무게를 두어 고찰한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치료과정은 아마도 행동치료와 인지치료로 볼 수 있다. 행동치료는 자극과 반응이라는 학습 원리를 기반으로 치료하던 것이 인지적 요소를 결합하여 인지행동치료로 발전시킨 점이 특이했을 것이다. 행동을 수정하여 심리를 변화시키려는 것이지만 혐오치료나 상상적 둔감화가 보여주듯이 치료적 효율성이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을 것이다. 인지치료는 인지의 관점을 변화시켜 행동을 바꾸려는 것이었다. 인지의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산출한다는 것이었다. 부정적으로 보는 인지를 긍정적으로 보게 만들어 긍정적인 행동의 결과를 산출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런 치료과정과는 다르게 진정한 도박의 치료는 "자신의 힘으로 도박행동을 어떻게 해 볼 수 없다는 무력감"을 맛보고 자기 책임을 깨닫는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무력한 도박중독자로써의 절박한 "밑바닥 체험"을 해야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회복을 전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실로 강박적 도박을 치료하는 단기적이고 마술적인 비법은 없다고 해야 한다. 도박중독자들을 전문가가 상담할 수는 있지만 치료가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궁극적으로 그들의 협조와 승낙, 지속적인 치료 참여에 달려 있다.
현대 사회는 유례없는 기화와 도전 및 제한을 주는 엄청난 기술적,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삶을 혼란시키는 왜곡된 사회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다. 정보와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전 세계가 상호의존적 관계를 갖는 세계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 기술과 세계 시장의 영향력은 사람들이 생계를 의지하는 직업활동을 재구조화 할뿐만 아니라 재배치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변혁을 유발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도박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킬 것이고, 다음 세대는 더욱 더 중독에 노출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는 사회적 차원에서는 물론 정신건강 전문가들조차 장애로서의 병적 도박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는 예방이나 치료적인 개입이 전혀 이루어져 있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와 도박 산업 관계자들도 부작용을 회피하고 도덕적 잘못이나 범죄행위, 개인적 책임으로만 돌리는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 대하여 교회가 치료의 기치를 내걸고 병들어 가는 사람들을 구원해 내는 구조선의 역할을 감당하는 마음을 간절히 기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