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서도, 신앙에서도 ‘강박관념’이 문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 (48)-도박 중독[15] 도박중독 치료와 강박관념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도박중독자들은 남이 알지 못하는 즐거움을 갖고 있다. 그들은 도박하면서 어디서도 맛보지 못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그들은 도박을 중단하기 어렵다. 치료자가 이런 도박의 즐거움을 무시하고 그들의 도박행동만을 중단하려 하면 실패하기 쉽다.

지금까지의 도박중단 치료는 거의 도박중단에 집중됐다. 이는 그들의 내면에 잠재한 즐거움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배제하고 단순히 도박행동만을 중단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내면에 잠재한 본능이나 욕망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행동을 유발시키는 원천 세력을 덮어두고 치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해 그들의 내면의 심리적 세력의 정체를 밝히고, 그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면서 치료해야 한다.

1. 도박중독에서 강박성의 작용

도박중독은 강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것이 강박성(compulsion)이다. 그들은 이런 강박성 때문에 도박을 매일 반복한다. 이는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강박성이나 강박증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다.

상담치료를 하다 보면 최근에 강박증 환자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우울증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강박증이 많다. 이제까지 강박증이 심각한 정신병으로 발견되지 않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박증이 심각한 정신장애로 밝혀진 것은 40년에 불과하다. 강박증은 정신과 4대 질환 중 하나일 정도로 매우 흔하다. 다만 강박증을 단순히 성격이 까다로운 정도로 알고 지나쳤던 것이다.

강박증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0대 질환에 지정할 정도의 질병이자, 전체 국민의 2-3%는 병원에서 치료해야 하는 정도의 정신장애다. 이 질병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시작됨에도 긴 시간은 수치심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그냥 참아 넘기려 하거나, 스스로 고치려 노력한다. 그러다 증상이 악화돼 괴로움이 심해지면 비로소 치료자를 찾는다. 우리는 강박증이 어떤 증상을 가지는지, 그리고 특징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모든 중독증이 강박성과 관련있지만 도박중독은 특히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래서 중독증은 강박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알려져 있다. 강박성이란 한 가지에 고정이나 집착하는 특성이다. 집착이란 대개 하나의 생각이나 감정에 고정되는 행동적 특성으로 설명된다. 도박중독자의 강박성은 도박을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해 견딜 수 없는 습관으로 발전한다.

어느 남성 도박중독자가 상담치료소에 찾아왔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교인이었지만 재미삼아 노름을 하다 도박중독에 빠져들었다. 그의 몸은 뻣뻣하게 고정돼 있었고 눈은 구슬퍼 보일 정도로 맥이 빠져 있었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내용들을 철저하게 지키려 했지만 그럴수록 어려움을 느껴서인지 친구의 유혹에 빠져들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가난하지만 교회의 명령에 순종했고 고난을 즐거움으로 감수하려 노력했다. 거짓된 말이나 행동으로 자신만이 잘 살아야 한다는 세속적인 방법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신앙을 굳게 지키며 살기 위해 힘을 다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앙 위주의 삶을 고수하려고 한 나머지 세상과 담을 쌓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삶의 즐거움 없이 의무만 고수하려는 강박적 특성이 작용하게 됐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신앙인이 됐다. 누구의 인도로 교회에 나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에게 신앙적인 삶이 잘 맞지 않았던 점이다. 나아가 신앙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 모순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려 할수록 삶의 갈등이 증가됐기 때문이다. 그의 문제는 그의 삶에서 어떻게 순종과 성실을 통합시킬지, 다른 편으로 그의 가족들도 허락하지 않는 전적인 가난과 자비를 어떻게 실행할지였다. 그래서 그는 세상적 삶과 신앙적 삶이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요청을 어떻게 동시에 따를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최후 심판을 어떻게 맞을까, 하는 생각도 떠나지 않았다.

그런 고민과 갈등으로 그는 점차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다 친구를 따라 화투판에 가면서 이상한 재미를 알게 됐다. 그런 고민과 상관없이 재미가 있고, 점차 화투를 할 때는 신이 나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자신이 나서 친구를 조르다 급기야는 친구 없이 혼자서 화투판에 가게 됐다. 그의 모순된 갈등이 화투판에서 해소되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의 강박적 고민은 화투판, 즉 도박판으로 옮겨졌다.

2. 강박성의 특징과 도박중독의 행동

도박중독이 강박증과 관련이 있다고 할 때, 강박성은 치료돼야 할 요인이다. 앞에서 어느 남성 도박자가 신앙을 가졌지만 도박에 빠져든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의 신앙이 도박에 빠질만큼 문제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신앙적인 힘이 그가 도박중독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아주지 못했다면, 신앙 위주로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신앙적 강박증이 자리할 수 있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신앙적 강박증 환자에게는 모든 삶이 신앙적으로 편중돼 세상적 삶에 소홀한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경우 보편적 모순을 종교적 허구 속으로 도망가는 감상주의(sentimentalism)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감상주의는 신경증과 관련있다고 볼 수 있다. 오로지 신앙만을 중심으로 하는 형태로, 강박신경증에서 보이는 집착 증상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신앙적 강박증은 똑같은 것을 곱씹는 버릇, 지극히 예민한 양심, 결정내리지 못하는 태도, 하나님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불안 등이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증상이 심화되면 매사에 신앙에서도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것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누구를 통해 듣기보다는 하나님이 기적처럼 음성을 직접 들려주시면서 그에게 전해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런 현상은 종교적 망상의 핵심이다. 심화되면 그는 하나님과 직접 통한다며 ‘하나님과 직통한다’고까지 말한다.

강박증은 알고 보면 미래를 염려하는 특성에 기초한다. 그들은 미래에 불길한 일이 일어날까봐 모든 것을 완벽히 하려 한다. 실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태도에서 강박증을 ‘강박신경증’이라 부른다. 강박신경증은 그 심리적 맥락을 유심히 살피면 특별한 의미를 보여준다. 전술한 강박신경증 환자의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는듯 보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그는 매우 단조롭게 자신의 확신에 대한 의심을 반복하며, 모순되는 일상생활과 도저히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없는 불가능 앞에서 당황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인다. 그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갈등을 경험하기에 사태를 좀더 명료하게 볼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

사실 그는 그와 관계된 모든 것들을 소홀히 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다른 것들과 단절된 채 자신의 생각 속에 갇혀 있다. 말하자면 그는 명료하지 않은 생각의 안개 속에 영원히 삼켜진 것과 같은데, 이런 정신상태에서는 아무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그 결과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도 음조의 변화가 없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노력도 찾아볼 수 없지만 거의 경직된 그의 몸은 그에게서 깊은 불안이 그를 거의 죽음의 경지로 몰아넣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이렇게 심각한 도박중독증을 보이기 전에 강박 증상들을 보였다는 사실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는 유달리 이성(異性)을 멀리하고 동성들과 주로 관계를 맺으면서도 불안해하고 걱정했으며,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반복해서 고백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 후에 그는 무가치감과 무력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는데, 그 느낌은 자기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그에게 기독교 복음이 반대되는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는 악의 운명론이 자란다고 볼 정도다. 물론 그에게 하나님이 불가능한 요청을 한다고 하나님을 고발하는 양가감정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그에게는 그런 양가감정이 차라리 불편한 특성으로 작용하기에 단순하거나 단일한 사고방식이 더 익숙해져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나님에게 성경에 관해 물으며 전혀 유연성을 보이지 못하며,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당황했다.

3. 강박증의 특성과 도박중독의 관계

강박증(obsessive disorder)은 집요한 생각에 지배되는 현상이다. 그 생각을 떨쳐버리려 하지만 쉽게 떨칠 수 없기에 심리적으로 고통스럽다. 이 지배적 생각은 정신에서 병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강압적으로 밀려드는 고집센 관념은 개인의 이성(理性)이나 의지(意志)에도 불구하고 부적합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강박 증상은 정신을 지배하는 관념에 선점(先占)된 것으로 항상 불합리한 행동을 암시한다. 이 강박적 행동에는 반드시 저항하기 곤란한 충동이 작용하는데, 이 충동은 자기의 보다 좋은 판단이나 의지에 대립되는 것으로 어떤 행위를 행하고자 하는 심리적 세력으로 행동을 유발하는 동인(動因)이다. 사람은 누구든 이런 강박적 충동에 강하게 사로잡히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어떤 생각이 떠올라 불안하고,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이나 생각을 되풀이한다. 강박증의 특성은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사고의 집착

강박성의 일차 특성은 사고의 집착성이다. 강박증은 어떤 생각이나 무엇엔가 집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집착성은 대개 신경성을 유발하기에 강한 집착이 나타나면 이미 신경성이 되고, 이 신경성이 도박중독자의 행동을 지배하는 강박관념을 특징으로 하는 강박신경증이 된다. 이런 이유로 강박증은 그들에게 원치 않는 행위나 의례적 행동을 자신에게 강요하며, 원하지 않는데 반복되는 생각 또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강박적 충동을 유발한다. 이런 집착은 주변에서 보기에 매우 고집스러울 뿐 아니라 사고의 집착으로 이행해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데 문제를 보인다. 그래서 집착성이 심한 정도에서는 사람을 대하는 데도 유연성이 부족하고 관용적으로 대하기 어렵다. 이는 강박증을 인격장애적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런 이유로 강박증은 대개 더러운 것이 묻어있다는 생각 때문에 수시로 손을 씻거나 샤워하는 것, 가스 밸브나 문을 잠그고도 안심이 안돼 수시로 점검하는 것, 정리정돈이 안돼 있으면 불안해지는 것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처럼 강박증이 집요하게 매달리는 관념이나 사고에 지배되는 현상이기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 더 강박적이 되는 역설적 측면이 있다. 강박사고를 중단한 채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결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의도에서 더 강박적이 된다.

도박중독자들에게 사고의 집착성은 대개 도박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엄격한 고집으로 나타난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과도한 억제, 지나친 양심적 강박, 과도한 성실성, 결단 주저, 완벽성 등을 나타내 긴장을 풀지 못하는 것을 도박판에서는 스스로, 아니 즐겁게 긴장을 푼다. 그들은 다른 일은 수고로움이나 심지어 고통이 될지라도 도박하는 순간에는 밤을 샌다 해도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의 연속이다. 이는 실로 집착이 즐거움이 되는 묘한 원리를 생각나게 하는 특성이다.

2) 의례적 행위의 시도

의례적 행위의 시도는 강박증의 이차적 특성이다. 강박증은 어떤 생각에 압도되면 그런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생각이나 특정 행위를 시도한다. 그들에게 일어나는 걱정은 일정한 해소를 위한 것이기에 그들은 먼저 생각으로 해소하려는 강박사고에 매달리다 결국 행동하게 되는 의례적 행위(ritual)를 시도한다. 물론 이런 생각이나 의례들은 대개 스스로 원치 않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이다. 그러면 그들이 행하는 행동은 집요하게 따라붙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한 방법이다. 이들은 걱정이 시작될 때마다 의례적 행동을 해야 한다고 느끼므로, 강박사고는 그들에게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이나 이미지이고 강박행동은 그런 불안을 없애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은 강박적 사고로 인해 야기되는 심리적 고통을 강박적 행동으로 해소시키려는 현상이다. 이들의 반복적이고 부정적인 생각, 이미지나 충동들의 강박 사고들은 불안, 두려움, 혐오, 수치 등 심리적 고통을 유발시키게 될 때 반복되는 사고와 이미지나 행동들에 관련되는 강박 행동을 취한다. 이런 행동을 통해 그 고통을 일시적으로 감소하거나 해소시키려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 반복 행동의 의례적 행위는 불안증을 기초로 한다. 실제로 강박증의 불안은 중요하게 작용하는 정서적 특징이기에 일종의 노이로제적 성격이 가미돼 강박적 불안을 유발한다. 이는 강박증이 불안신경증으로 분류되는 측면으로서 어떻게 될까 걱정되는 미래에 집중되는 노이로제적 성격이 가중돼 반복적 확인을 요구하고 걱정을 유발시킨다. 예를 들어 어느 누가 현관문을 닫은 후 실제로 잠갔는지 아닌지를 걱정하기 시작한다고 하자. 그러면 잠그지 않은 문을 누가 들어와서 가족의 물건을 훔치거나 그의 가족들이 집에 왔을 때 그들을 해치기 위해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불안에서 그는 자신의 안전을 확신하기 위해 집을 나서기 전 이미 잠근 손잡이를 여러 번 빠르게 위아래로 움직여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의례적 행위가 도박중독자들에게도 나타난다. 그들은 반드시 도박판에 가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도박행위를 할 때 마음의 위안을 얻고 즐거움을 누린다. 이렇게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 그렇지 않으면 불안한 것이 바로 의례적 행위다. 그래서 도박중독자들은 돈을 잃든 따든 도박을 계속해야 한다. 도박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도박을 하지 않더라도 도박판에 있을 때 가장 좋다고 느낀다.

3) 반복적인 행동의 시도

강박증은 그 특성상 반드시 반복성을 기초로 한다. 이러한 반복성은 생각이나 행동의 반복으로 나타난다. 물론 행동의 반복은 생각의 반복으로 나타나며 그 유형을 결정짓는 기준이기도 하다. 어떤 행동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그 유형의 강박증으로 분류되는 것이기에 이러한 반복성은 증상을 발전시키며 인격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강박행동에서 문을 확인하기처럼 귀찮은 정도거나 또는 손을 씻기처럼 인간을 황폐화시킬 수 있으나, 이런 황폐화는 정신분열에 비하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이런 특성이 도박중독자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들은 도박을 반복할 때 마치 하루에 할 일을 했다는 느낌을 갖는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강박증의 반복이 불안하므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행동을 신뢰하지 못한데 있다. 즉 불안해서 다시 행동하기 때문에 강박증에서 씻기, 접촉하기, 물건 확인하기, 정확한 순서로 놔두기, 행위나 말, 문장, 숫자, 기도를 반복하기 등의 의례적 행위들은 모두 불안(distress)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면 도박중독자들이 도박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도박할 때 그들이 갖던 불안한 심리가 해소된다. 하루라도 도박판을 가지 않으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의 불안이 유발된다. 이런 점을 보면 실로 도박중독자들에게는 엄청난 역설이 일어남을 알 수 있다.

4) 편집증과 유사한 특성

강박증은 그 특성상 편집증과 유사하다. 매우 집요하다든가 지적인 정신병이라는 점, 그리고 타인에 대한 투사를 기제로 한다는 점 등이다. 이런 시각에서 프로이트는 강박증을 편집적 사고와 같은 유형으로 분류한다. 편집적 특성 중에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는 투사가 특징적이다. 이때 투사는 자신의 나쁜 면과 악한 면을 외부로 투사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나쁜 증상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측면이 강하다. 이런 투사에 강박증 환자는 자신의 지적 열등감을 투사해 내부로부터 오는 판단을 외부로 투사, 외부로 향하게 함으로써 내부에서 오는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할 수 있다. 이는 강박증이나 편집증이 집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특징이다. 이는 프로이트가 “자신이 견딜 수 없는 것에 대해 강박적 및 편집적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도박중독자들에게 강박적이고 의심스러운 것이란 대개 억압된 고통스러운 생각들이므로 그 생각은 자기 비난의 한 형태로 간주된다. 여기에 투사기제란 프로이트에 의하면 보통 정상적인 삶에서 경험되며, 내적 변화가 외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 추정한다. 그 과정은 내적 변화를 인식하는 한에서는 비교적 정상적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는 비정상적으로 되는 점에서 프로이트는 강박증을 편집증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정상적인 정서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굴욕감이 병리적으로 빗나간 형태로 봤다.

이는 강박증의 주된 징후가 타인에 대한 불신 또는 과도한 민감성이므로 투사 기제는 자기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거부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어의 부분적 실패, 그리고 그에 따른 억압된 생각이 왜곡된 형태로 되돌아오는 것은 자아의 이차적 변화를 가져온다. 이는 우울의 형태, 즉 왜소함이나 무가치한 느낌의 형태를 띠거나 과대망상증, 즉 자아가 스스로를 ‘거대하다고’ 느끼어 유식함을 자처하는 현학성 등의 더욱 심각한 투사적 망상을 사용해 방어기제를 다시 만들어내는 형태를 띨 수 있다.

5) 자기애의 충동과 투사의 측면

자기애의 충동과 투사의 측면은 강박증이 편집증과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방어의 신경정신병에 대한 보충 설명’이라는 논문에서, 출산 후 편집적 징후를 보이는 젊은 어머니의 사례를 논의한다. 그는 그 징후의 방어적 측면을 더욱 강조하면서 그것을 우울한 기억에 대한 억압과 관련시키고, 다시 견딜 수 없는 생각의 부담은 투사기제를 통해 완화된다고 봤다.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유아적인 성적 경험에서 파생된 죄책감은 환각적인 비난의 목소리로 다시 나타나며, 이것은 중독자가 자기 비난에 대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강박적 상태에서 최초의 자기 비난은 억압되고 자기 불신으로 대치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지만, 편집증에서 자기 비난은 억압되고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투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상적 생각 형태로 되돌아오는 억압은 자아에 의해 수용될 것을 요구하며, 자아는 방어의 보존을 위해 이러한 생각에 적응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렇게 망상적 생각은 이차적 방어의 사용을 거쳐 자아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도 편집증처럼 애정어린 충동이 적대적 충동으로 변하고, 사랑이 증오로 변하는 사실과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이는 강박증이나 편집증에서 유난히 자기애적 충동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은 불안장애로 분류되기도 한다. 범불안, 공포증, 두려움을 경험한 증상들을 포함하는 심리적 문제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박증의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DSM(정신장애의 진단분류)의 진단기준에 해당되는 증상을 가져야 하고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환자의 일상생활과 직업활동에 방해될 정도로 심해야 한다. 수년 동안 세계인구의 0.5%는 강박증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추정되다 최근에는 2.5%로 증가하였는데, 미국에서는 약 5백만명이 강박증으로 고통받고 있을 정도다.

이상에서 다룬 강박증의 특징은 한 마디로 매우 심각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성격이 까다로워서 자신이 힘들고 타인을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치료받아야 할 현대인의 흔한 질병 중 하나다. 그리고 치료자들은 이 강박증을 도박중독자들과 상당히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강박성이 도박중독자들에게 투영되면 자신은 매우 철저히 도박하는 것으로 포장하기 마련이다.

철저하게 도박하고 타인에 대해 매우 엄격한 사람은 타의 모범이 되어 좋은 칭찬을 받지만, 실제로 자신의 자녀들에게나 가까운 주변사람들에게는 융통성있게 대하지 못해 심리적 괴로움을 안겨 주는 사람일 수 있다. 성격적으로 소심하고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조용히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은 일상생활의 철저함이 얼마나 인위적 요인을 갖고 있는가를 깨닫게 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치료자는 도박중독자들에게서 이런 강박적 특성을 고찰하고 점검해 치료에 적용하면서 치료 효과를 올릴 수 있어야 한다.

4. 강박성의 불안과 도박중독의 행동유발

강박증은 겉으로 행동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심리적 특성이 작용한다. 이는 강박증의 특징으로, 강박사고와 전반적인 걱정들로 정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스스로 세운 도덕적 기준이 매우 높지만 목표에 위배되지나 않을까를 걱정한다. 강박증 환자들이 지나치게 양심적이거나 도덕적이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런 높은 양심이나 도덕성 때문에 이들이야말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은 너무나 착한 것이 문제라 볼 수 있는 역설을 갖고 있다. 다만 이런 특징들은 그대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유발시키는 요인이다. 우리는 이런 심리적 특징을 고찰하면서 강박증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불길한 예감은 강박증의 중요한 특징이다. 불길한 예감이란 그 특성이 암시하듯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그러니까 이들의 불길한 예감은 대개 미래의 불안과 관련된다. 아마도 이들은 불길한 예감이 혹시 현실화되지 않을까 불안해질지 모른다. 이런 불길한 예감이 그들에게는 때로 현실화되는 사실은 흥미롭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 된다”는 것을 연상시키며, 생각이 그대로 현실이 된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사람은 어떤 것을 생각하든 그 생각이 점차 행동에 가까워지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도둑질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도둑질을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와 같다. 생각은 언젠가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원리는 강박증에서 더 확인되고 있다. 이런 불길한 예감을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미래의 불안과 도박

도박중독자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리한다. 도박중독자들은 도박이 즐거워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적어도 남이 알지 못하는 미래의 불안이 있다. 도박중독자들의 심리 기저에는 불길한 예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자리한다. 이들의 불안은 이미 자신의 경험 측면이 있다. 전에 잘못했다가 낭패를 본 일이 다시 미래를 걱정하게 만들지 모른다. 이제 불안은 자신이 가장 신경을 기울어야 할 요소로 마음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불안이 바로 현실이 충분해졌다고 생각되지 않은 미비점이 또다시 미래의 불안을 유발한다고 본다.

상담을 하다 보면 도박중독자들은 미래의 걱정에 압도돼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지금의 현재에 집중하기보다는 항상 마음이 미래의 일에 앞서 나간다. 상담자가 제발 “현재에 집중합시다!” 말해도 귀에 들리지 않나보다. 그래서 그들은 강박사고에 동반되는 걱정으로 미래에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일어나는 일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안정된 심리를 갖지 못한다.

이들의 불안은 물론 크게는 재해에 관한 공포이지만 때로는 사소한 걱정이 큰 두려움으로 발전하는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돈에 대한 걱정에서 처음에는 단순한 걱정이나 불안에서 출발하지만, 이런 생각이 점차 커져 더 큰 걱정이나 불안을 유발시키고 나중에는 파산으로 치닫는다. 이런 걱정은 처음에는 작지만 점차 자신이 직업을 잃게 돼 매월 갚아야 되는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 상상하고, 급기야 융자회사가 집을 압류하고 은행은 모든 재산을 압류하면 작은 아파트에 살게 되고 결국 버스로 직장에 출근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때 버스노선은 대부분 직장인들에게 있어 편리하지 못해 자주 지각할 것이고, 수개월 만에 직장에서 해고당해 급기야 거리로 내몰린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2) 불안이 두려움으로 이행

도박중독자들에게는 불안이 두려움으로 발전한다. 불안은 특성상 점차 발전된다. 그들에게 불안이 가중되면 더 큰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그들에게 불안은 생각할수록 더 분명하고 좋은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두려움으로 진전된다. 이런 점에서 도박중독자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이 두려움으로 변질되고 앞날이 암울하게 생각된다. 생각을 긍정적으로 한다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하기에 누구든 일시에 그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제거해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과히 치료 대안이 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불길한 생각을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인데, 이런 생각 중단은 그들에게 안타깝게도 가장 어려운 점이다. 이들에게는 그런 불길한 생각이 두려움으로 이어져 어두운 생각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그러면 이들에게 그런 생각의 중단을 가져다 줄 묘책은 없을까? 물론 묘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한 방법부터 상당히 복잡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존재한다. 단순한 방법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의지로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고, 복잡한 방법은 전문적으로 도움을 받는 방법이다. 여기서 우리는 무시해버릴 만하지만 간단한 방법을 소개할 수 있다. 앞날을 “될대로 되라”는 식이나 포기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믿고 노력해 본다면 생각 이상의 결과를 거둘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불행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마치 지구가 두쪽 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라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강박증을 이해하는 데 어려운 점이라 할 것이다.

3)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한 도박행동의 유발

불안과 두려움이 이상한 행동을 유발시킨다. 강박증 환자들은 불안감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도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도박중독자들의 도박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도박중독자들에게 도박행동은 미래를 대비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그러나 이런 도박행동에는 사실상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기저에 있다. 이미 성장 과정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축적하지 못한 심리적 상태가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도박중독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도박행동의 뿌리는 상당히 깊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성장기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 가까운 사람들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성장한 것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축적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기에 도박중독자들의 도박행동은 병리적 측면으로 불안을 넘어 공포감을 가진다고 본다. 이들의 공포는 대개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엄청나게 잘못된 결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종류의 공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도박행동은 실제로는 자신의 머리에서만 일어나고 있다. 다만 겉으로는 행동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을 강박증의 심리적 특성이라 이름붙일 수 있다. 이들의 도박행동은 순전히 자신의 머리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반향이다.

4) 공포감 해소로서의 도박행동

도박중독자들은 불필요한 생각이나 행동을 도박으로 대처하려 한다. 이들의 공포감은 이제 반복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고 있다. 공포감은 그들에게 어떻게든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몬다. 그럼에도 자신은 미래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이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불필요한 행동을 하게 되는 점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이런 심리적 측면은 그들의 반복적 확인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고 질문하는 데서 드러난다. 그에 대한 전형적인 대답은 “나는 누군가가 집안으로 들어와서 나의 아이들을 죽이고, 전 재산을 가져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문과 창문을 닫고 열쇠로 잠그었는지를 확인한다”고 대답한다.

그들의 생각은 매우 논리적이다. 그들의 생각은 논리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고, 오히려 일어날 현실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하는 듯 하다. 다만 문제는 일어날지도 모를, 아니 어쩌면 일어나지도 않을 사실에 생각이 집중되고 있는 점이다. 어느 정도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지나치게 미래를 대비해 강박증으로 진전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적당히 해두고 넘어가는 사람들은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여도 이런 경우에는 무척 건강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역설이 나타난다.

5) 과도한 경제적 책임감으로서의 도박행동

도박중독자들은 도박을 경제적인 책임의 일환으로 간주한다. 다만 도박은 그들이 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유쾌한 놀이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도박중독자들은 미래를 생각하다 경제적인 책임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그들은 미래에 잘못된 일과 관련해 이렇게 생각한다. “만일 불길하게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것은 내 책임이며 그런 현상들은 나의 무책임을 비난받게 될 것이다.” 이는 강박증 환자들이 남달리 책임성이 높은 이유다. 예를 들어 “만일 내가 타이핑 한 것을 7-8번 확인하지 않으면 나의 상사는 나의 모든 잘못을 지적할 것이고, 나는 굉장히 부끄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강박증의 특징으로 미래의 걱정과 관련되기에 일종의 노이로제다. 그래서 강박증을 대개 ‘강박신경증’이라 부른다.

도박중독자들에게 경제적 책임성은 일정 부분 신경증적 측면이 있다. 미래에 일어날 일에 자신이 책임을 지려 자주 생각하는 것이 불안을 유발한다는 점이 특이성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신경증, 즉 노이로제(Neurose)를 이해하게 된다. 노이로제란 미래에 집중하는 현상으로 지나치면 병리적 증상이 된다. 노이로제는 한 마디로 미래집중 현상이다. 다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당겨서 고민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럼에도 이런 노이로제 현상은 강박증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근거인 점에서 소홀히 할 수 없다.

6) 도박행동과 신경증의 유발

앞에서 우리는 강박증이 노이로제 측면이라고 했다. 실제로 도박중독자를 치료하다 보면 이런 점이 뚜렷하게 경험된다. 도박중독자들은 미래불안과 신경증을 기반에 두고 있다. 그들은 왜 그런 미래에 골몰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는 현재 조건이 미비된 상황이나 상태가 미래의 불안을 유발한다. 그들의 불안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실제로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조건이 미비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면 도박중독자들의 강박증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결벽을 생각하기로 하자. 청결벽은 깨끗함을 지향하는 행동으로, 여기에는 자주 씻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청결벽은 더러운 것에 닿거나 오염의 무서운 결과를 걱정한 것이다. 이들의 걱정은 “내가 충분히 씻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병에 걸릴까? 다른 증상들을 병들게 하지는 않을까? 뭔가를 만지고 씻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등이다. 이런 강박증 현상은 돌아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점에서 신경증적 성격을 포함한다. 다시 말하면 미래를 앞당겨 고민하고 걱정하는, 이른바 강박신경증이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그들이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런 점에서는 그들이 미래에 집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집중이 필요한 일에 생각을 몰두하는 것이라면, 집착이란 불필요한 일에 생각이 얽매어 있는 현상이다.

5. 결론: 신앙인들도 이분법적 사고는 경계해야

지금까지 우리는 도박중독자들의 강박증의 여러 증상 중에서 특히 심리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하여 고찰해 보았다. 그것은 미래의 염려와 불안, 그리고 두려움에 매여있다. 처음에는 작은 염려나 걱정에서 출발하던 것이 점차 생각할수록 커져 두려움으로 진행된 경우다. 이런 점에서 도박중독자들에게 작용하는 강박증을 치료하려면 일단 믿음을 갖는 것이 최상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지 말고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자는 것이다. 앞날을 하나님께 맡기고 지금이라는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은 하나님께 맡기는 만큼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들이 조용히 가슴으로 들어야 할 성경구절이 있다. 그것은 베드로전서 5장 7절,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겨버리라 이는 주님께서 너희를 권고하심이니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이 바로 그들의 심령에 꽂혀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아무런 걱정 없이 현재에 집중해 즐거운 생활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박증과 관련하여 우리는 신앙인의 강박증도 경계해야 한다. 신앙인의 강박증에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축과, 더불어 정신분열증적 자기애는 모든 것을 드러낸다. 신앙인은 대개 자비로워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그들에게 맡겨졌지만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아 생각으로만 이루어지는 시점에서도, 모든 관심을 극도로 가난해야 한다는 걱정에 쏟아부을 수 있다. 물론 이는 극단적 경우에 해당하지만 신앙인의 심리적 기저에는 이런 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관점이 매우 현실적이지 못하다면 종교적 망상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종교적 망상의 핵심에는 대개 침울한 침묵과 하나의 생각에 매달려 있는 편집증적 특성이 작용하기 쉽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하는 생각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러면 신앙인들은 특별히 신앙에로 부름을 받았다고 느꼈던 것과 달리, 삶은 점점 더 비열한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그들의 의지도 갖지 않으며, 그것들을 무마시키려고 몸과 마음까지 주면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려는 근본적인 욕망은 결코 개인적인 의지가 아니라는 점에 귀착된다. 그것은 신앙인들에게 지워지고 받아들여야 하는 필요성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결과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은 몸을 배제하는, 그 존재의 경직성이다.

신앙 위주의 삶이 때로는 이것 아니면 저것, 육적인 것 아니면 정신적인 것, 그리고 영적인 것 아니면 세상적인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구속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신앙인이 세상을 보는 눈이 지극히 편협되어 악화될 수 있다. 이는 도박중독자가 중독에 빠지게 된 점도 심리적 결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앙의 에너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진정한 신앙 에너지를 충만하게 해 도박에 빠져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신앙인 중에도 도박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음을 기억하며 목회적으로 돌봄을 효과적으로 행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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