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언론인협의회 제14회 심포지엄
‘봉은사 땅밟기’, 이슬람 채권, 템플스테이 등으로 종교간 갈등이 불거지려는 상황에서 한국종교언론인협의회(대표의장 홍순현)에서 ‘다문화 사회의 종교적 역할’을 주제로 10일부터 제주도 일대에서 제14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개신교를 비롯해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한국 4대 종교 언론인 50여명은 1박 2일간 제주도의 각 종교시설을 둘러보며 이웃 종교를 이해하고 종교 언론인들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특히 종교 업무를 담당하는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참석해 언론인들을 격려했다. 박 차관은 “어느 때보다 종교간 대화와 소통을 위해 종교 언론인 여러분들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이번 심포지엄에서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 의미있는 결과를 이뤄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도 그 비결을 궁금해 하고 부러워할 정도로 그동안 종교간 화합과 공존, 평화가 잘 유지되는 모범국가”라며 “연평도 도발사태가 일어난 지금이야말로 종교가 평화의 정신을 보여줄 때이고, 이를 위해 종교간 화합이 필요하고 화합을 위해 서로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절실한 때”라고 밝혔다.
이어 ‘다문화사회와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발제한 고광영 소장(인문정신연구소)은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탈북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고 있는 종교계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이미 다문화로 진입했음을 일반 대중, 특히 종교인들에게 일깨워야 한다”며 “우리 문화를 강요하고 적응하라고 닥달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문화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멸시, 차별을 극복하는 데 노력하고, ‘약자에 대한 충심어린 배려’라는 종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며, 이웃 종교들에 대한 관용과 이해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고 소장은 “우리 사회의 다문화·소수자들은 양날의 검과 같다”며 “이들을 우리 사회가 편견과 차별 없이 따뜻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 큰 축복이 되고 이들은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우리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별 제언도 이어졌다. 천주교에서는 서상덕 취재팀장(가톨릭신문)이 “한국 천주교회의 이주(민)사목은 이주민들을 찾아가는 사목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같은 노력에 더해 각각의 종교가 지닌 축적된 노하우를 교환하며 한국적 상황에 맞도록 각자 영역에 반영하고 확산시키려는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불교에서는 이성심 편집부장(원불교신문)이 “다문화사업은 지금이 이주 여성에서 2세 자녀로 전환되는 과도기”라며 “어머니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문화 2세 아동들을 글로벌 리더로 길러 아시아 회랑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대한민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교에서는 윤완수 편집차장(금강신문)이 “다문화인들 중 중국, 동남아 등 친불교국가 출신들이 많은데도 이들을 위한 인적·물적 지원은 이웃 종교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불교계가 보다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그들의 문화를 우리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도 한국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개신교 역할을 발표한 이현주 편집부장(기독교연합신문)은 “선교사 파송이 어려운 이슬람권 이주민 가정에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다면 큰 선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슬람권 여성들에게 자신들이 받는 억압과 부당한 차별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한다면 직접적인 선교보다 장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교언론인들은 심포지엄 외에도 제주영락교회(개신교), 제주성당(천주교), 약천사·정림사(불교), 제주교구(원불교) 등을 돌아보며 각 종교 성직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종교언론인협의회는 종교간 이해와 협력을 위해 지난 1998년 출범했다. 협의회는 심포지엄 기간 정기총회를 열고 새 대표의장에 홍순현 부국장(기독교신문), 사무총장에 여선암 국장(한국교회신문)을 각각 선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 개신교에서는 기독교신문, 기독교연합신문, 한국교회신문, 크리스챤연합신문, 크리스천투데이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