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힘으로 도박에서 탈출한 ‘도박종결자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중독탈출’ (58)-도박 중독[25·끝] 치료 사례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도박중독은 다른 중독보다도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라고 했다. 이들은 스스로 의지를 작동하여 도박을 중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도박할 돈, 즉 밑천이 떨어지게 되면 그만 둘 수밖에 없는 특이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박을 치료하는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다양하고 그것이 가능한 것으로 논의되기는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쉽게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그래서 도박중독에 대한 최상의 치료법은 그들에게 돈이 모두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박중독이 반드시 치료되지 않는 것만은 아니므로 그렇게 절망적일 필요는 없다. 실제로 조금은 경미한 경우긴 해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는 수도 있다. 다만 치료자에게 중독의 성격을 정확하게 분석하여 그 핵심을 잡아내어 치료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여기서는 각기 다른 사례를 들어 치료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1. 17세 청소년의 사례

내담자는 남자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그는 공부보다는 게임을 통한 도박을 즐겼다. 학교는 그냥 다니는 편이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는 때로 부모의 카드를 빼서 노름도박을 했고, 부모가 여러 번 노름 빛을 갚아주었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는 게임도박을 안 한다는 부모로부터 협박도 받고 각서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모 몰래 집의 귀중품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린 적도 있었다. 부모는 상담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심심해서 한 것 일뿐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도리어 화를 내면서 상담치료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는 가정의 중요한 폐물을 저당 잡히면서 큰 문제로 되어 상담소에 오게 되었다. 부모는 공부를 하지 않고 도박에 빠져 있는 그를 설득하여 제압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아들에게 집착하면서 후원자처럼 울타리 역할을 해왔다. 이런 아들에 대하여 부모는 점차 그래도 아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식의 의존적이고 집착하는 행동이 아들의 도박행동을 강화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에게 돈을 주거나 빚을 해결해 줌으로써 문제가 더욱 반복된다는 점에 직면하였고, 아들에게 감정과 생각을 명료하게 전달하고 도움 요청을 거절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런 내담자에 대하여 치료자는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하여 치료를 시도하였다.

1) 환경적 요인과 분석

내담자에게 도박중독은 환경적 요인이 상당히 크다. 이는 도박이 성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에게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현상임을 말해준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청소년들의 도박 관련문제는 성인들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나 가까운 성인들이 화투를 치고 포커를 하는 것을 구경하고 즐기면서 자라날 뿐 아니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손쉽게 인터넷을 통하여 게임을 접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일찍부터 도박에 노출되고 도박이 대중화된 환경에서 성장하는 탓에 사람들은 불법이라는 자각 없이 도박에 몰입할 수 있으며, 또한 일찍부터 도박에 노출될수록 병적 도박으로 발전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도박관련 연구는 드물고, 청소년들은 성인들의 도박 행동과 다르게 오용되는 경향이 있으며, 청소년의 도박은 대개 불법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성인의 병적 도박자는 매우 어린 시절에 도박을 시작한다.

내담자는 간혹 게임도박에서 돈을 따 갖다 주기도 했지만 부모는 도박으로 번 돈은 싫다고 거절했다. 부모는 아들이 좋아서 같이 살고 싶지만 도박하는 아들은 싫다고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이다. 그러니까 도박하는 아들과 살수는 없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노름빚이 아들의 책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때로는 아들이 단돈 몇 만원이라도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거절했으며 자금을 융자해 빚을 해결해 주려는 시도도 중지했다. 이전에는 아들이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주변사람들에게 숨겼지만 이제는 아들이 도박에 빠져있어 걱정이라는 사실을 얘기했고, 여기에 하는 수 없이 아들은 상담치료를 받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내담자는 도박의 일반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유혹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아들이 인터넷을 통한 도박의 유혹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청소년들이 도박중독에 빠져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특이한 환경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이런 개인적인 환경에서 그에게 도박중독으로 빠져들게 만든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할 때 공부가 흥미롭지 않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내담자는 유달리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이는 아들이 학교가기를 싫어하는 정도가 지나쳐 학교에 가는 것이 차라리 죽기보다도 더 힘든 일이라고 말했던 데서 드러난다. 물론 공부를 그렇게 싫어하게 된 이유는 부모의 높은 기대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었다. 모든 청소년들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만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학교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이 내담자도 그런 유형에 해당했다.

2) 정서적 요인과 분석

내담자의 정서적 요인은 도박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그의 변화무쌍한 정서는 고정화를 이루지 못하게 요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청소년기의 정서적인 특징 중 하나는 격렬함과 동요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서 부모의 가정의 불화가 있다면 그것은 매우 급속도로 청소년의 정서를 부정화시키는 편이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성격을 띠는 시기로 개인적 발달 측면에서는 급격한 신체적, 정서적, 지적 성숙의 과정을 겪게 되면서 새로운 역할과 사회적 요구에 직면하게 되므로 심리적으로 많은 갈등과 불안감을 지니게 된다.

부모의 요구가 높은 청소년기는 부정성이 급격하게 높아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어 있다면 그 부정화는 극대화되고야 만다. 이런 상태에 있는 아동은 그 일성이 “나의 부모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로 된다. 내면의 부정성이 강하여 부모의 옳은 지적도 묵살하거나 거부하는 부정성으로 반응이 일어난 결과다. 내담자의 부정서 정서는 의욕이 많은 편에 비하여 쉽게 권태감을 갖는다. 이들의 권태감이나 지루함은 청소년들에게 더욱 견디기 어렵게 느껴지는 반면, 여기서 벗어날 적절한 능력이나 기술은 부족한 상태이기에, 이를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을 찾게 되고 그러한 자극에 쉽게 몰입하게 된다. 그 몰입이 부정적인 정서를 분출하려는 것으로 게임의 중독이 그 출구가 되고 있다.

3) 심리적 원인과 분석

내담자의 게임을 통한 도박중독은 매우 심리적인 측면이 있다. 심리적이란 내담자의 심리적 결핍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 결핍이란 대개는 부모와 채워져야 할 정신의 자양분이 많이 결여된 상태로 드러났다. 아마도 내담자는 성장의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그는 부모에게 많은 칭찬과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부모는 자기의 잘하는 점을 칭찬하기보다는 자신의 잘못한 점을 지적하여 고치려는 훈계로 일관한 것으로 인식된 것이다.

저자는 상담을 하면서 그의 부모가 우유부단할 뿐 아니라 아들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발견하였다. 이런 점이 아들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성으로 축적되어 반발심을 유발하는 체계를 형성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알듯이 이런 부정성이 축적된 상태에서는 부모가 한 말이 옳더라도 그것을 인정은 하지만 수용하지 않으려는 부정의지가 작동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부모의 모든 말을 잔소리로 듣게 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 데 따른 불만감을 증가시키게 된다. 내담자는 이런 악순환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공부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성적이 떨어지게 된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이런 심리적 문제는 단순한 원인이 아니라 실제로 치료의 관건이 되는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전체 청소년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청소년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들이 도박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상당히 다양한데, 재미를 위해(64%), 자극이 필요해서(49%), 심심해서(25%), 돈을 따기 위해서 (22%),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11%)로 나타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초등학생의 86%가 도박경험에 있으며, 40%이상이 1주일에 한 번 이상 도박을 하며, 12-17세의 청소년들은 80.2%가 도박경험이 있으며, 35.1%가 최소한 1주에 한 번은 도박을 한다. 미국 청소년의 5.7%(여학생 2%, 남학생 9.5%)가 병적 도박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 지방소재 대학교의 기숙사 남학생 346명 중 18.7%가 병적 도박으로 나타났다.

이런 청소년의 심리적 경향은 그대로 내담자에게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심각한 도박 문제를 갖고 있는 청소년들의 위험 요인을 확인해 본 결과, 문제성과 병적 도박 청소년들은 다른 청소년들과 비교하였을 때, 더 낮은 자존감을 보였으며, 사교성과 비문제 도박 청소년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우울을 보였으며, 다른 중독 또는 다양한 중독의 위험요인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자제력을 쉽게 상실하며, 중독율이 높을 뿐 아니라 도박이 증가할수록 약물남용, 폭력, 무단결석, 성폭력, 비행행동이 증가하고 문제성도박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도박의 상태와 증상의 진단

상담하는 과정에서 내담자의 도박하는 요인들이 밝혀졌다. 그것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경향에 연관되어 있었다. 이는 내담자의 문제를 다루면서 전체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그 범위를 넓혀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청소년들의 도박행동에 관한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경기, 인천, 대구지역의 일반고등학교, 실업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의 1,2,3 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여 분석에 필요한 문항에 답하지 않았거나 불성실한 응답을 제외하고 총 939부를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박행동 경험에 대한 질문에서는 77.9%(306명)가 경험이 있으며, 도박 경험이 있는 306명을 중 비문제 도박 집단은 69.0%(211명), 위험도박 집단이 14.7% (45명), 문제 도박 집단이 16.3%(50명)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더 넓은 경향성을 엿볼 수 있다.

학년간의 차이에서는 1학년의 위험 도박 집단의 비율이 61.8%로 높은 분포를 보이며, 또한 도박 시작 연령에서는 비문제 집단에서는 14-16세(68.5%)에 시작한 반면에 문제 도박집단은 11-13세로 29.1%의 비율을 보였다. 이는 문제가 있는 도박자들이 좀 더 일찍 도박을 시작하였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비하여 내담자는 상당히 도박중독의 상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문제 있는 도박집단의 학생들이 거의 30%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내담자는 도박체크리스트에서 60%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부모가 아들을 고치는 것을 거의 포기하는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이런 상태의 진단에 따라 치료자는 그에게 일단 내면의 결핍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상담을 이끌어갔다. 이런 방향이란 그 동안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점을 치료자가 대신 인정하는 쪽으로 나간 것이다. 물론 그는 처음에는 치료자도 부모와 한 편이라는 생각에서인지 정상적으로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치료 중에 유모어를 사용하는 등 어른의 차이와 청소년들이 차이를 설명하면서부터는 어느 정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긍정적인 상태가 2개월 정도 지속되어 나갔다.

5) 긍정성의 배양과 자존감의 향상의 치료

내담자의 치료는 단순한 방법으로 이끌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때 치료목표는 내담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런 방법은 특별한 방법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청소년상담치료의 원리이기도 하다. 임상의 경험에 의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은 그 문제의 유형을 넘어 일단은 자존감이 극히 낮은 것으로 발견된다. 일반적으로 도박 수준에서 인구통계학적 변인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에서 문제의 도박집단은 남성이 39명, 여성이 11명으로 남성이 여성의 비율보다 많다. 거기에 비하면 청소년들은 도박 정도가 심할수록, 자존감이 낮은 것으로 보는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도박행동에 몰입하여, 일시적인 자존감 향상을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청소년의 도박행동은 부적절감과 열등감을 경감시켜 주며 자신과 현실에 대한 불만을 소망 충족적인 환상과 기대로, 높은 자존감으로 증폭시키는 것을 시사한다.

낮은 자존감은 그 특성상 불안을 유발한다. 이런 것은 각종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도박 정도에 따른 불안 수준은 세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문제 도박 집단이 위험 도박 집단 및 비문제 도박 집단에 비해 상태에서 특성 불안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는 과도한 학업 그리고 그 외의 스트레스로 인해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도박 행동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면 여기에서 내담자의 불안의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청소년들의 도박 행동에 있어서 세 집단 간의 우울에서 비문제 도박집단에 비해서 유의미하게 높았다면 도박중독자의 우울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중증이 아닌 중간수준의 우울을 경험할 뿐이다. 이는 내담자가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해소시키기 위해 도박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의미한다.

낮은 자존감 외에도 치료에서는 우울증의 해소도 빼놓을 수 없다. 내담자의 낮은 자존감과 불안은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우울증은 정신 에너지가 급격하게 고갈된 것으로 의욕의 상실을 결과적으로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공부하기는 싫어도 도박은 하고자 하는 특이한 형태를 보였다. 이는 아마도 무엇인가는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도박중독의 특성처럼 도박할 때는 그의 쾌락중추에 불이 켜지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공부하는 것은 재미가 없지만 도박할 때는 쾌감을 느끼는 것이 되었다.

이런 점은 내담자가 위험감수 성향과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지속한 경우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 동일한 청소년이라 해도 문제성 도박집단은 위험 도박집단 및 비문제 도박 집단에 비해 위험의 정도를 낮게 생각하며, 위험을 매력적인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예측해볼 수 있으며, 오히려 그들은 위험행동을 즐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도박 중독에 있어서 우울, 위험감수 성향이 유의미한 설명의 변인으로 나타난 점과 그 중 우울증이 가장 큰 설명력을 지닌 것으로 드러난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6) 치료의 종합과 예후

내담자의 치료는 도박행동을 중단하려는 것보다는 그의 내면의 충족에 집중하였다. 그의 내면에 가득한 부정성을 해소하고 긍정성으로 채워가는 치료적 노력을 한 것이다. 이로써 내담자에는 치료자의 인정은 물론이고 자신의 존재를 부모가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 내담자는 숨통이 열린다고 했다. 그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긍정성이 채워진 결과일 것이다. 그의 도박은 다행히 지독한 습관성이라기보다는 반항성 도박이었다는 점에서 치료를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 진정한 도박중독이라면 청소년이라 해도 그렇게 쉽사리 도박을 중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모로부터 아들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문제는 비단 도박의 문제만 아니라 모든 정신장애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실로 내담자는 부모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도박을 중단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것은 치료자에게도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이때 치료자는 부모가 그에게 부정적인 자극을 하지 말아야 함도 일러주었다. 사실이 옳고 그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훈계하는 것이 그대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부모님도 잘 몰랐다고 말했고 그런 잔소리성의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했다. 알고 보니 그의 어머니가 성장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자라났음이 밝혀졌다. 아버지도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하기는 했지만 모든 것을 아내에게 일임하고 아내를 거의 따라가는 형편이었다.

두 달 후에 알아보니 학교는 잘 다니고 있고 성적도 약간 올라간 상태로 되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어머니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상담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새 1년을 맞게 되었다. 어머니는 아들도 문제지만 자신이 더 문제라는 것을 상당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되어서 자신 뿐 아니라 가정이 화목하게 변화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실로 변화는 어려운 것이지만 그 것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오히려 아들의 문제 때문에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는 있게 되어 치료자를 보람되게 만들고 있다.

2. 30대 후반의 남성 사례

38세의 기혼남성이다. 그는 3년 전 우연히 직장동료들과 노름판에 끼었다가 6개월 만에 수천만 원을 잃었고 이후 단숨에 만회할 생각에 카지노에서 밤을 새며 다시 많은 돈을 잃었다. 수만 원어치씩 복권을 구입하였으며 사설 도박장을 출입하였다. 급기야 배우자가 사실을 알게 되었고 두세 번 도박 빚을 갚아준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배우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집을 정리해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였다. 이사한 후에는 우연히 친구 따라 경륜장도 찾게 되었다.

내담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 늘어났다. 심지어 그는 낮에도 술을 마셨고 만취상태가 되어 집에 들어왔다. 이러다보니 그는 내면으로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지만, 겉으로는 가족을 돌보는 것도, 아내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것도 귀찮았다. 이런 현상은 아내에 대한 원망감이 지배적인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는 술이 깨면 허무하고 우울했지만 허무한 마음을 잊기 위해 다시 술을 마셨다. 첫 면담에서 내담자는 술이 안 풀린 피곤한 얼굴로 “술을 마시면 모든 것을 잊고 마음이 편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잘못한 게 많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자신을 질책하면서 “죽고 싶다”고 자살사고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용한 순간에는 그의 생활이 집에 있으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해 집에 있기 힘들어서 밖에서 술을 마시고 차에서 자는 것이 편이 낫다고 했다. 이는 도박중독이 알코올중독으로 이어진 사례이다.

1) 도박의 원인과 분석

위의 사례는 병적 도박에서 알코올중독과 우울증으로 발전한 사례다.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도 내담자는 도박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회사의 공금을 쓰고 가정이 파괴된 상태에서 심한 자괴심에 빠져 있으면서도 도박을 지속하고자 하는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였으며 자제할 결심을 하지 않고, 치료에 동의하지도 않았다. 이런 현상은 그만의 문제만 아니라 모든 도박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내담자에게 도박의 최종적 결과는 상실이며, 상실감은 자기 처벌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내담자에게서 상실감과 자기 처벌적인 행동이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게 상실과 자책은 결과론적이지만 그 근본적인 동기는 자신의 욕구에 아내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에 따른 반항으로 가족을 돌볼 생각도 포기한 채 도박과 알코올을 선택하게 하였다. 이제 그의 상실감은 보상과 회복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그에게 도박을 탈출할 수 있는 통로는 도박밖에는 없는 것으로 지각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원인을 분석하면 그가 원래 잃어버린 것들은 도박판에서였으며, 그것은 실제로 더 많은 상실과 파국을 재촉한 것이다. 실로 내담자는 경제적 능력 뿐 아니라 가족과 모든 것을 잃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도박에 대한 파스칼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파스칼은 “도박을 즐기는 모든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확실한 것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박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이유에서, 각기 다른 과정과 경과를 거쳐 확실하지도 않은 도박에 빠진다. 그리고 그들의 도박하는 패턴이나 도박에 빠지는 이유도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즐기기 위해 도박하는가 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괴로움을 잊기 위해 도박에 빠진다. 그런가 하면 돈을 따기 위해 맹목적으로 도박에 덤벼드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도박 종류가 다양한 이유다.

어떤 사람들은 경마나 경륜 같은 스포츠 경쟁게임에 열광하며, 어떤 사람들은 복잡한 카드 게임을 선호한다. 슬롯머신이나 룰렛과 같이 단순하고 간편한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도박에 빠진 상태의 위험성이나 그 수준도 각기 다르다. 지나친 도박을 하면서도 가족과 친구, 일을 생활의 중심으로 유지하는 도박자들이 있는 반면 도박이 완전히 생활의 중심이 되어버려 그 외는 모두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도박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이혼, 해고, 신용불량, 법적 처벌을 불사한 채 눈앞에 몰락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계속한다. 오죽하면 “도박은 아내까지도 팔아먹는다.”고 했을까 싶다.

2) 도박 당시의 상태

내담자는 면담 시에 말을 자주 더듬었고 얼굴도 붉게 상기된 상태였다. 이런 사실을 치료자가 지적하자 그는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특히 말을 더듬고 심하게 가슴이 뛴다.”고 얼버부렸다. 내담자가 말을 더듬는 버릇은 도박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중 1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시골에서 도시로 전학을 와서 따돌림을 당하면서 6개월 가까이 말을 더듬었다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아버지가 찾아와 ‘말을 더듬으려면 차라리 발표하지 말라!’고 하였고, 선생님은 그런 그를 수용하지 못하고 비꼬았다는 것이다. 이후로 친구들은 놀리지 않았지만 학교가 싫었고 스님이 되려고 가출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런 점을 해소하기 위해 중 3때 다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적응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런 중에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무렵에 소풍을 갔다 몰래 빠져 나와 야구장에 간 적이 있었다. 야구장의 열기는 달아올랐지만 아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후 그는 14년 간 혼자 야구장에 다녔으며, 경륜을 안 이후에는 주말마다 경륜장에 다녔다.

내담자의 어머니는 생활력이 강하고 알뜰한 사람이다. 아버지는 무능하고 독선적이며 따뜻함이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남자답고 키가 크고 말을 잘 하는 쾌남형이었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섯다, 지꾸땡 등 노름을 좋아했으며 바람기도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말을 잘 하고 똑똑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런 아버지에 비해 자신은 “말주변도 없고 체구도 작고 자신감이 없다.”며 열등감을 표현하면서 “도박하는 나쁜 버릇만 본받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내담자는 성격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는데, 회피성 성격에 따른 사회공포증상을 갖고 있었다. 그에게는 다른 사람들처럼 같이 일하는 사람 외에는 친구가 적었고 여러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낯선 자리를 피했다. 특히 여성 앞에서는 얼굴이 붉어지고 말더듬이 심해져서 이성을 제대로 사귄 적이 없었다. 전학 와서 따돌림과 창피를 당한 이후로는 부적절감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내담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강했지만 소망은 성취될 수 없었고, 그는 특히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싶었지만 아버지처럼 될 수는 없었으며 본받은 것은 도박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비웃거나 놀리고 거절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야구장에서, 이후에는 경륜장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답답하고 공허하거나 연민에 빠질 때마다 경륜장을 찾았고 이후에는 습관성이 되어 도박을 지속하게 되었다.

3) 도박 전 내담자의 생활

내담자는 자주 화투에 심취하였다. 내담자는 일은 열심히 하는 편이었고, 직장에서도 인정을 받고 월급을 아내에게 꼬박꼬박 갖다 주었다. 먼저 도박판을 벌리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자 회사친구들과 어울려 도박판을 벌렸고 지난 2년 간 화투를 하다가 안 하다가 하는 등의 패턴이 반복되었다. 몇 개월 동안 도박을 자제하거나 출장을 가고 돈이 없으면 안 할 때도 있었지만 노름하는 친구들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상가(喪家)집에 가는 날에는 술을 마시고 자제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화투를 하게 되었다. 화투를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었다. 노름하는 것이 즐거웠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돈을 따고 승부를 겨루는 것이 즐거웠다. 돈을 잃으면 오기와 승부욕에 돈을 빌려 노름을 계속하였다. 게임이 끝나고 모두 잃으면 허탈하고 곧바로 후회를 하였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보다는 다음 판에서 만회할 욕심이 더 강했다. 그는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아”, “아내가 알 것이 두렵고 아내 모르게 빨리 잃은 돈을 채워놓을 생각에”, “노름하는 재미에” 다음 유혹을 저버리지 못하였다. 일주일에 2번씩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서 화투판을 벌리면서 간혹 따기도 하면서 아내 몰래 빌린 돈을 갚기도 하였으나 이로 인해 오히려 도박을 중지할 수 없었고, 결국 늘어난 빚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그의 도박을 아내가 알게 되었고 아내의 압력 하에서야 상담을 요청하였으며 노름을 중지하고 치료를 받는데 동의하였다.

내담자는 도박중독자에 비해 일상생활의 기능에 미치는 손상이 적은 습관성 도박자이다. 일이나 가족에 큰 나쁜 영향을 미치지도 않았으며 관심을 잃지도 않았다. 정기적으로 노름을 하느라 자주 늦거나 간혹 외박하였지만 그 다음날은 제대로 출근을 하였고 아내는 남편이 노름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였다. 노름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절부절 하거나 초조해 하지도 않았으며, 금단증상이나 내성도 심하지 않았으나 그는 노름하는 것이 즐거웠고 도박판에서 승부를 겨루는 것이 즐거웠다. 다만 도박에서 지는 경우에는 유달리 자존심이 무척 상했고 노름할 기대에 돈을 빌리러 다니고 다음 도박판을 계획하면서 흥분하기도 하였다.

4) 내담자의 성장과정

내담자는 도박에 심취하면서 이미 많은 돈을 탕진해버렸다. 그가 잃은 돈은 순전히 가정의 재산에 해당하는 것이며, 아내는 그의 도박에 대하여 처음에는 어느 정도 하다가 중단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아마도 심심풀이삼아 실수로 그렇게 돈을 잃을 것이라고 동정까지 하면서 빚진 돈을 갚아주기까지 하였지만 그의 도박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되어 갔다. 그러다보니 아내는 생활의 어려움을 남편에게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도박을 중단할 줄 모른다.

아내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나 남편의 도박 때문에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작은 아파트 하나를 간신히 마련했으나 남편의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팔아야 했다. 아파트를 팔고 전셋집에 살게 되었으나 남편의 도박을 고칠 수만 있다고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남편의 문제는 거기서도 끝나지 않는다. 그때 아내는 그 현실을 깊이 깨닫게 되어 남편의 도박이 보통일이 아님을 깨닫고 고모를 통하여 상담소에 오게 되었다. 이는 온 집안의 친척들이 나서게 되어 요란을 떨다가 강제적으로 상담소에 왔으니 내담자가 고분고분 할리 만무하다.

남편은 아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끌려온 것이지 진정으로 상담을 받으려는 태도는 아니었다. 그러기에 내담자는 아직도 상담을 어떻게 진행하려는 지에 한번 해 보려면 해보라는 식이다. 물론 그의 마음에는 뭐 상담 좀 받는다고 자신의 도박습관이 고쳐지겠느냐고 말하면서 비웃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의 말이 틀리지 않는지 모른다. 오래도록 계속되어온 도박이 한 순간에 고쳐지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그가 적극적으로 도박을 고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도 않으니 더욱 그러하다. 얼마나 오래도록 습관들인 도박이 쉽게 중단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물론 습관성 도박이라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래 도박이란 그렇게 뿌리 깊은 것이다.

5) 욕망의 결핍과 그 충족의 시도

상담을 진행하는 중에도 내담자의 도박하고 싶은 욕망은 변하지 않았다. “도박하는 게 상상된다. 도박은 스릴이 있기에 돈이 없어도 도박만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도박충동을 인정하였지만 “혼자 내버려두면 알아서 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과대적인 신념을 내비치었다. 압도적인 도박충동과 자제력의 착각이 모순되며 공존할 수 없는 것임에 직면하자 이제는 “잃은 돈을 회복하려면 도박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길은 불가능하다.”며 도박행동을 합리화하였다.

내담자의 도박의 원인에는 욕망의 결핍이 관련되어 있었다. 내담자의 아내는 남편이 도박한다는 이유로 잠자리를 거부한지 오래다. 물론 남편도 그런 아내에게 대하여 반드시 잠자리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아니었다. 내담자는 이런 문제에 앞서 아내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는 것이 불만의 큰 이유였다. 이런 내담자의 행실은 아이들에게도 부정적으로 비춰져 남편은 적이 곤혹스런 모습이었다. 욕망의 문제는 부부의 근본적인 것으로서 서로의 관계나 친밀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요건이다. 내담자는 그런 아내에 맞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박으로 돈을 따서 자신이 상당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자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도박을 할 때에는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어 지칠 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내담자의 심리는 진정한 것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내담자의 그런 심리적 이면에는 자신의 존재의 가치감이 아니라 자기 처벌적 욕구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전능감이 숨어있던 것을 보지 못한 것이다. 치료자가 그런 측면을 지적하자 그는 순순히 순응하여 “도박하기 전으로 돌아가거나 뭐든지 내가 해결했으면, 내가 먼저 풀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하였다. 점점 더 집에 들어오지 않는 시간이 늘어났고 급기야 공금을 횡령하여 도박장에 출입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상담치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치료자 앞에서 그렇게 말할 뿐 밤마다 불법 도박장에서 고스톱과 빠찡코에 빠져 지냈다. 이로써 도박 빚은 계속 늘어나면서 폭음이 반복되었다. 아내는 폭음을 하고 들어오는 남편을 보면서 속이 상할 대로 상하였고, 아이들은 복통과 설사를 호소하면서 따로 살자고 하였다. 이는 남편의 도박으로 인해 가족 전체가 가족 갈등과 신경성 질환에 시달렸다.

6) 남편의 도박으로 인한 가족의 고통

앞에서 내담자의 가족은 그의 도박으로 인해 아내는 물론 자녀들도 심리적 고통에 시달렸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은 불안해했고, 아내는 불면증과 노이로제에 시달렸다. 게다가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이 알지 못하는 다른 빚이 있는지 두려웠고 자신이 장사하는 영업에까지 차압이 들어올까 걱정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남편이 “정신을 차리면 받아들이겠다.”고 응수하였지만 그것은 말뿐이었고, 실제로는 그의 내면에서는 계속 “내버려 달라!”하면서 오히려 이제는 “전세금까지 빼자!”고 하였다. 심지어 그는 이전에는 비관해서 술을 먹는 것 같더니 이제는 “내가 뭘, 어떻게 하라고?”하면서 당당해졌다. 그 결과로 그는 점점 성격이 황폐화해짐에 따라 이제 아내는 남편을 포기하고 이혼하고 싶었고 아이들과 살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내담자는 몇 번의 상담을 받는 흉내를 내었으나 상담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상담치료는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두기에 내담자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물론 상담치료는 내담자의 증상의 정도가 약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내담자의 경우는 상당히 심한 정도다. 이런 경우에 일단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바람직하므로 치료자는 약물치료를 권하였으나 내담자는 약물치료의 선입견 때문인지 약물치료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아마도 내담자는 약물치료를 하면 자신의 뇌에 이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을 갖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상담치료는 적절히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니까 아내는 남편의 약물치료를 원하였지만 내담자인 본인이 원치 않은 경우로 상담치료는 효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굳이 실패한 사례로 보아야 하는가? 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내담자는 치료를 원하지 않았고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는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7) 가족의 협조와 치료

도박중단을 위한 상담치료는 매우 쉬우면서도 어려운 점이 있다. 도박을 위한 상담치료는 치료의 양면적인 특성이 잘 드러난다. 도박을 위한 상담치료는 도박자의 인식의 변화를 가진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이지만 내담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점에서 도박중단을 위한 상담치료는 매우 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족의 협조적 치료가 필요하다.

가족의 협조가 없으면 치료는 더딜 뿐 아니라 자칫하면 자살로 끝내는 것만큼 쉽게 도박자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쇠약을 가져올 수도 있다. 도박치료의 희망은 회복과정으로 되돌아가 다시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다. 회복계획이 도박자로 하여금 도박에서 멀어지게 하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어떠한 시설과 환경에서 치료를 받든, 가족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그러므로 도박중독 치료는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가족을 치료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도박중독자는 가족들이 치료 프로그램을 마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 때문에 고통을 받는 가족의 모습을 본다. 그러면서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결심과 각오를 더욱 굳게 할 수 있다.

가족은 내담자의 도박과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도박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기억하는 것,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 잠자는 것 그리고 몸과 마음을 조정하는 기능이 어려워지는 내적 기능장애로 시작한다. 내담자는 자신에게는 잘못된 것이 없다고 부정하는 동안에도 기피행동, 방어, 긴장위기의 강화 그리고 구속은 종종 심각한 우울증과 궁극적으로 통제기능 상실을 초래한다. 이 단계까지 공공연하게 도움을 거절하면서 도박자는 모임이나 치료를 그만두고 마음을 닫고 고립된다. 자신의 인생이 너무나 무너져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바빠질 것도 없다며 도박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에 가족은 내담자를 많이 이해해야 한다. 가족이 도박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인정하는 한에서는 충분히 헤어날 수 있다. 그러나 가족이 남편이나 아버지의 자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는 새로워질 수 없다. 이는 가족의 협조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치료를 받으면서 내담자는 스트레스, 나쁜 생각, 기억력 감퇴, 수면 장애, 육체적 조정 문제, 거부, 걱정 그리고 불안, 회복을 위한 의논 회피와 방어적인 자세, 두려움과 무능력, 허황된 사고, 공상, 작은 문제에 대한 과민 반응과 화를 잘 내는 성격, 심한 우울증, 폭식, 늦잠, 의욕 감퇴, 모임참가와 후원자와 만남의 중지, 도움의 거절, 도박에 대한 생각이나 대화, 계속되는 부정, 신용의 사기, 도박의 시작, 중독의 증세 악화 등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때 반드시 고쳐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대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내담자가 도박을 완전히 끊는다는 것은 자기 성장과 변화의 작업이다. 도박자는 감각과 스릴에 탐닉하면서 자기 과대감을 충족시키던 유아적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모습을 직면하고 인정해야 한다. 현실과 자아에 직면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더욱이 도박자는 현실적 문제를 정확히 느끼지 못한다. 실제 도박자들은 도박에 빠져있는 동안 진정한 우울증을 경험하지 못한다.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은 도박을 끊은 후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탐색하기 시작할 때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무엇 때문에 그렇게 도박에 몰두했을까?”하면서 실존적 우울증이 찾아온다.

이와 더불어 내담자는 자신이 스스로 행동해야만 할 것들이 있다. 치료받기 시작해도 가족들의 계속된 불신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가족과 치료를 지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도박 재발을 야기하는 요인과 증상을 사전에 알려 재발을 사전 예방하고, 가족을 회복모임 참석자들에게 소개하고, 최소한 가족 중 어느 한 사람을 회복 파트너로 정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정직하게 의논하며 의지하는 일,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하여 육체적 건강으로 정신건강을 도모한다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가능한 본인이 모두하고 도움이 필요한 일은 가족에게 요청해야 한다. 내담자의 회복은 가족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어디까지나 자신에 달려있지 가족들의 태도나 행동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내담자는 도박중독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고, 읽고, 공부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카지노에서 운영하는 도박중독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다음 제안들은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나 친구가 그 도박중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다가가서 그 또는 그녀에게 도움을 청해 볼 것을 권유하는 것을 도우려는 시도다. 이것은 전문치료자, 심리학자 또는 다른 건강 전문가들의 지도하에 행해지는 전문적인 도박치료를 대신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8) 치료의 종합과 예후

각종 도박에 손을 대어 도박의 상태가 깊어진 경우의 사례였다. 그로 인해 가족이 많은 고통을 당하였지만 그는 도박을 중단하려 하지 않았다. 아직도 밑천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마도 아내의 식당까지를 잡혀야 그만 둘 모양이다. 가장으로서 생계의 책임을 지지 않는 태도가 더욱 도박에 빠져드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내담자의 치료는 성공하지 못한 사례로 남는다. 그가 상담을 받았지만 전혀 변화하려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담은 치료자의 능력이나 경륜도 중요하지만 치료를 받으려는 내담자의 태도나 자세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치료자가 아무리 설득하고 권면해도 그가 달라질 마음의 태도를 갖고 있지만 않으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담은 언제나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고 때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특히 외도하는 남자의 경우가 그렇다.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상담소에 따라왔지만 자신이 중단할 마음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하게 된다. 이 사례가 그것과는 다르지만 바로 변화하지 않으려는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정신장애가 그렇듯이 상담을 받는 내담자가 진정으로 상담으로 변화되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특히 중독증은 더 어려움이 따른다. 상담을 통해서 어느 기간 동안은 치료되었다 해도 재발이 일어나거나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퇴행이 일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현상은 중독이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중독의 중등도에 이르면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특징을 가졌기에 여기에는 가족이 얼마나 협조적이냐가 중요하다. 함정에 빠져버린 사람이 스스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태이기에 가족이 이끌어내 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내담자 자신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좀처럼 고쳐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중독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40대 후반의 남성 사례

내담자는 40대 후반의 남성이다. 그는 자녀의 등록금을 노름으로 날린 후 상담을 찾았다. 이전에는 가게와 집이 있었으나 지금은 월세집에서 아이들과 막노동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처지였다. 내담자는 십여 년 전부터 노름과 경마에 심취하고 있었다. 처음에 우연히 산 것이 큰 배당에 맞으면서 “일할 필요 없구나. 고수익이 되겠구나!”하는 기대에 투기목적으로 경마를 받아들이면서 주말마다 꼬박꼬박 베팅을 하였다. 게임을 못하면 결과가 궁금하고 “땄을 텐데”하는 아쉬움에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적은 돈으로 베팅을 하면 손맛을 느낄 수 없었다. 도박을 못하면 잠이 안 오고 도박하는 장면이 꿈에 나타나기도 하였으며, 안절부절 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내는 도박을 못하게 쫓아다니다가 지쳐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는 도박을 끊지 못하였다.

1) 도박의 대물림

내담자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으로 일찍 사망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말이 없었으며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거나 부부싸움을 하기 일쑤였지만 자녀들에게는 후하게 돈을 주었다. 무력한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집안 살림을 대신 맡았다. 장남인 내담자에게 큰 기대를 하며 돈을 풍족하게 주었고 “아버지처럼 되지 말라. 성공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내담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직장생활해서 언제 돈 벌고 성공하겠냐?”며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대신 운영하게 하였다. 내담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노름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딱지치기, 지꾸땡을 배웠고 중학교 때는 거짓말로 돈을 마련해 몇 십만 원을 화투에 허비하였다. 고등학교부터는 구슬치기를 하는 오락실에서 밤을 새웠고 친구들과 내기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졸업 후 어머니와 큰 장사를 하였지만 그는 어머니의 대리자아, 보조 역할에 불과하였다. 일에는 흥미가 없었고 동료들과 수백 만 원씩 화투판을 벌이다 벌금형을 맞은 적도 있었다.

내담자는 도박에 일찍 접했다. 아버지가 도박하는 것을 보고 자랐고, 일찍부터 도박하는 법을 배웠으며, 도박의 묘미를 알았다. 어머니의 과잉보호와 기대, 풍족한 환경 속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절약하고 저축하거나 운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다.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하지도 못하였다. 그는 부모의 애정에 목말라하는 한편 지나친 기대에 숨막혀 반항을 하기도 하였으나 청소년기의 반항은 적절한 독립으로 정착되지 못하였다. 그에게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은 욕구, 성공환상과 곧바로 도박으로 성공하리라는 무의식적인 기대가 숨어 있었다. 내담자는 수십 년간 “큰돈을 따봤으면... 다른 방법으로는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자기정당화와 도박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였다. “치료를 받으면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다. 아이들을 맡아 달라!”면서 치료를 거부하였다. 아이들이 보육기관에 갔더라도 내담자는 여전히 도박을 계속했을 것이다.

2)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내담자는 가락시장의 가게를 날리고 집도 팔아야 했다. 그리고 추운 날에 거리로 내몰려 고가다리 밑에 콘테이너로 된 집에 살아야 했다. 중 3의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무척이나 원망했지만 아내는 신앙을 가진 때문인지 그다지 실망하지 않았다. 저자는 그 아내의 정신에 너무나 놀랐다. 아내는 외모도 아름답지만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남편은 처음에는 몇 번의 돈을 따면서 큰 희망을 가졌다가 급기야는 가게와 집을 날리게 된 것이다. 아마도 가락시장에서 도박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의 수법에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도박은 실로 무서운 병이다. 도박중독은 가장 심각한 수준의 병적 도박이라고 했다. 이런 병적 도박과 동일한 의미로 강박적 도박이란 용어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 강박적 도박이란 억제할 수 없는 압도적인 도박충동에 휩쓸려 행동하게 되는 중독성 질환이다. 충동의 강도와 절박함이 점점 커지면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 정서적, 재정적 자원을 소비하게 된다. 이로써 도박자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을 잠식하고 때로는 파괴하게 된다. 다만 이런 용어의 사용은 사용집단에 따라 조금 다르게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병적 도박이라는 용어를 애용하는 반면에, 일반인들 사이에는 강박적 도박이라는 말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단도박 모임에서도 강박적 도박이라는 말을 더 애용하고 있지만 강박성이란 용어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 상태를 가리킨다는 점에서는 적절하지만, 도박하는 동안에 도박자가 불쾌한 정서를 경험한다는 의미로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적절하다.

확실히 도박중독은 강박성을 특징으로 한다. 강박성이란 원래 “불쾌하며 자아 이질적으로 경험하는 활동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강박성 질환과 달리 심각한 수준의 도박자들은 도박이라는 특정행동을 제외하고는 다른 영역에서는 통제력을 잘 유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더군다나 도박을 즐겁고 자아동조적인 것으로 경험한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심리학자들이나 정신의학자들은 강박성이라는 용어 대신에 병적 도박이라는 용어를 선호하고 있다. 이때 병적 도박이란 용어는 만성적인 진행성 질환으로 습관성 도박과 분명하게 구분된다는 장점이 있다. 병적 도박은 가장 심각한 부적응적 도박행동이며 통제력의 장애로써 흔히 그 행위가 해로운 줄 알면서도 행위를 하고 싶은 유혹이나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패하게 된다. 도박행위를 하기 전에는 흥분이나 긴장감이 증가하지만 도박행위를 한 다음에는 후회, 자책, 죄책감이 수반되는 경우도 있고 수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병적 도박은 개인적 역량과 가족기능, 직업 역량을 붕괴시키는 지속적이고 부적응적인 도박행동이다.

3) 아내의 희생적 정신

내담자에게 아내는 매우 다른 사람이었다. 도박하는 남편에게 대하여 사랑하고 신뢰하는 일에 변함이 없었다. 내담자는 무역회사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서 회사 일에 헌신적으로 전념한 능력도 인정받아 다른 동료들에 비해 비교적 빠르게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젊어서부터 도박에 소질이 있어서 젊은 시절에는 몇 년 동안 경마도박에 열중해서 많은 돈을 잃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평소에 취미삼아 하던 포커노름에 점점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친구소개로 시장의 비밀 전문 도박판에까지 뛰어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횡재도 몇 번 하는 바람에 신바람이 난 일도 있지만 점차로 돈을 잃게 되다 보니 금전 손실도 엄청날 뿐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이 핑계 저 핑계로 꾸어 쓴 돈도 점차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다보니 회사 일도 자연히 등한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돈 꾸어 쓴 사람들로부터 빚 독촉과 냉대를 점차로 받게 되고, 한 달 봉급만 가지고는 갚을 수도 없어 다시금 도박판에 운명을 걸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상담하는 동안 저자는 아내의 마음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녀는 도박하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이 감당하려는 모습이나 여느 도박자를 둔 아내들과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내담자는 빚 갚을 돈만 따면 깨끗이 손을 때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계속 돈만 더 잃게 되자 마침내는 고리대금업자로부터 집문서를 맡기고 돈을 빌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안가서 잃어버리게 되자 더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안 고리대금업자로부터 갖은 위협을 받게 되었다. 그 위협이 두려워 마지막 수단으로 회상의 공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그 동안 걸핏하면 도박으로 외박을 하고 생활비도 장기간 가져오지 않고 집안일에 등한시하게 되었다.

4) 아내의 신앙으로 극복

앞에서 아내는 다른 아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그 아내는 남편이 모든 것을 다 잃어도 교회로만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녀는 남편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신앙으로 돌아오는 것만이 전부라고 했다. 실제로 남편은 모든 재산을 남김없이 날리고 난 다음에야 교회로 돌아왔다. 그것은 교회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이제 더 이상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던 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내는 그런 남편을 보면서 내심 반가워했다. 정말이지 진정한 신앙을 가진 아내의 모습임이 분명했다. 그것은 돈보다도 오로지 남편의 영혼을 구하겠다는 그 일념뿐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저자는 실로 신앙의 위력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내담자는 교회로 돌아왔지만 완전히 소속하지 못하고 언저리를 서성이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그가 가족에게 지은 죄 때문에 그랬을 테지만 주변사람들 보기에도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회사에서 막대한 공금을 횡령한 사실까지 들통이 나서 형제들이 어떻게든 공금은 변상해 놓겠다는 각서를 연서로 써 주어서 형사입건은 겨우 모면했으나 직장에서 퇴출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몹시 수치스럽게 여기고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후회하였다. 자신의 도박증이 지나친 것이었고 그로 인해 현재의 가정 파탄이 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도 어떻게든 한 번 더 도박을 해서 잃은 막대한 돈을 따 내고 싶은 강한 충동을 이기지 못하겠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하소연하고 있다.

내담자의 도박은 습관성 도박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습관성 도박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병적 도박과 조금도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습관성 도박은 그 특성상 좀체로 끊을 수 없고 계속되는 경우에는 병적 도박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습관성 도박은 그 정도에서 다소 경미한 편이지만 오히려 습관성이 더욱 끈질길 수도 있다. 위의 사례의 내담자는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게 많은 빚을 지고 직장에서 퇴출되고 가정이 파괴되었지만 도박에 대한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습관성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실례다.

5) 치료종합과 예후

내담자의 도박치료는 본인이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아내가 대신 받은 특이한 사례였다. 아내는 답답해서 3개월 동안의 상담을 받게 되었고 남편의 도박은 중단되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상담을 통한 도박의 중단이 아니라 모든 재산을 잃고 난 후에 도박이 중단되었다. 다만 힘들어 하던 아내가 상담을 받으면서 거기에 대응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도박치료는 치료되었다기보다는 자동적으로 중단된 사례에 해당한다. 도박할 돈이 없자 도박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의 헌신적인 신앙으로의 권유에 응하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가게와 집을 날리고 도박을 중단하게 된 특이한 사례이기도 했지만 더욱 신앙으로 귀의하여 지금은 상당히 신앙생활에 열심을 내고 있는 편이다.

신앙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내담자는 자녀들의 원망의 소리를 들으면서 아빠로서의 잘못함에 대하여 많이 후회도 하고 새롭게 살려고도 한다. 그러나 그는 그 동안에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고 어떤 것을 할 만한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의 형편이 되었기에 무기력하게 생활하고 있다. 도박을 중단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는 것이다. 아내가 옛날에 하던 단골들에게 개인적으로 물건을 대기도 하는 등 살아가려고 대단히 노력하였다. 저자도 그것이 너무나 가상해서 물건을 사는데 동조하기도 했다.

상당히 젊은 시절에 가락시장의 가계를 마련하고 집까지 샀지만 이제 모두 날려버린 것이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려는지 그 앞날이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신앙을 가진 그녀답게 다시 일어서는 노력을 하겠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저자는 실로 도박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재산을 한꺼번에 날리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 것이다. 치료자로서 그녀가 이제는 살만하게 되었다고 하는 말을 언젠가 듣고 싶은 마음이 있다. 새로운 가정에의 출발이 그렇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4. 결론: 가산을 탕진하고도 정선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지금까지 우리는 도박중독의 치료에서 성격이 다른 3가지의 사례를 다루었다. 17세의 고등학교 2학년의 사례는 청소년이 빠지기 쉬운 게임성 도박이었다. 이 사례는 부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 주된 것으로 반항적인 것이었기에 비교적 치료가 쉬웠다. 그의 존재를 인정하고 부모가 부정적 자극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숨통이 열렸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특징이 그렇듯이 부모의 높은 기대감에 따른 출구를 찾으려는 일종의 표면적 향락의 추구를 하는 특성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점에 중점을 두어 치료한 결과 좋은 성과를 얻게 되었던 사례다.

반면에 두 번째는 30대 후반의 남성 내담자의 사례로 다양한 도박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 사례는 내담자가 변화지 않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아내에 끌려서 온 것으로 처음부터 어려움을 갖고 있었던 사례로서 성공하지 못한 사례였다. 상담을 받으려고 상담소에 오긴 했으나 도박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은 터라 성공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내담자가 상담을 받는 태도가 치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세 번째 사례는 내담자가 재산을 모두 날려버린 후에야 도박을 중단하게 된 사례였다. 이 사례는 도박하는 당사자가 상담을 받기보다는 그 아내가 상담을 받은 것으로 신앙으로 극복한 것이었다. 젊어서 가락시장에서 가게와 집을 마련한 것을 남편이 도박으로 날려버린 후에야 도작이 중단된 사례였기 때문이다. 이는 내담자가 도박할 밑천을 모두 날린 후에 교회로 돌아온 것으로서 자연적으로 중단이 된 전형적인 사례였다.

이런 사례들을 정리하다 보면 도박중독은 매우 어려운 치료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정선의 카지노에서 그 일면을 보게 된다. 도박으로 집을 날려버린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자리를 맡아주거나 대신 베팅을 해 주어서 조금의 수당을 챙기는 형태의 이른바 “카지노 앵벌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은 도박에 맛을 들인 후 재산을 날려버렸지만 일반적인 사회생활로 돌아오지 못하고 여전히 카지노 주변을 맴돌고 있다. 물론 그런 자신들 주변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도 문제는 있다. 새로운 삶으로 돌아와서 생활하고 싶지만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그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감당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돌면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한 순간에 잘못 생각한 것이 그들의 삶을 돌이킬 수 없도록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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