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 농촌교회에 <피해상담 지침서> 무료보급
구제역으로 인해 30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살처분되고, 그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새롭게 대두되는 가운데 피해축산농가에 대한 목회적 돌봄의 방법들을 모색하는 세미나와 워크숍이 열렸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대표회장 김삼환 목사, 이하 한교봉)은 17일 강원도 원주 소재 치악산명성수양관에서 구제역 피해지역 목회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구제역 피해농가의 목회적 돌봄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한국기독교농촌목회자연대(회장 김정운 목사) 주관으로 개최된 이번 워크숍은 김정운 목사의 인도로 진행된 예배 후 노영상 박사(장신대)가 ‘신학적 관점에서의 구제역’, 최의헌 박사(연세로뎀정신과 원장)가 ‘정신의학적 관점에서의 구제역’,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가 ‘생태적 관점에서의 구제역’, 박응순 목사(동면감리교회)가 ‘목회적 관점에서의 구제역’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노영상 박사는 “성경은 인간과 동물을 상호의존적이며 동일한 이해관계에 놓여있다고 이해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사람 뿐 아니라 짐승들에게도 구원의 방주가 된 노아의 방주”라고 전제하고, “인간은 동물을 포함한 전 피조물들에 대해 절대적인 권리를 가진 것이 아니라, 청지기적 관리인임을 자각해야 한다”며 “육류소비의 폭증으로 인해 가축이 ‘사료를 고기로 전환하는 기계’로 취급되는 공장식 영농(factory farming)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의헌 박사는 “구제역은 당장의 재앙이 눈앞의 현실로 보이는 여타 재난과는 달리, 뒷수습 과정에서 더 큰 심리적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한 후 “일반적인 상실감을 넘어 일상생활이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의 혼란이 있거나 자살의 위험이 있을 때는 주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주민들이 충분한 생각과 감정의 표현을 통해 긍정적인 기대와 안정적인 미래를 제시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재성 목사는 “현재 하루 4만 명 이상이 아사하는 가운데, 지나친 육식문화로 인해 대량의 곡물이 가축사료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번 구제역 사태는 정부의 초동대응 잘못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탐욕적인 육식문화가 불러온 과잉축산에 의한 공장식 밀식사육의 일반화가 원인”이라 진단한 후,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고 새로운 밥상문화의 전환과 축산방식의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순응 목사는 “구제역 가축 3백 마리와 닭·오리 6백만 마리 등 천만 마리의 생명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참혹한 순간을 우리 기독교인들이 아픔도 느끼지 못하고 무감각하게 방관하고 있는 것이 슬프다”며 “이는 예전의 우리 아버지들과는 달리 가축들을 유기체로 느끼지 않고 유기적인 것으로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라 평가한 후 “적은 양의 축산을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좀 더 좋은 사료로 키우고, 도시의 소비자들이 절제의 식생활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 후 참석자들은 토론시간을 갖고 발제된 내용들을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워크숍의 발제자료와 지침 등은 토론내용 등과 함께 정리한 후 내용을 보완, <구제역피해 축산농민 돌봄을 위한 상담 지침서>로 편집되어 전국 구제역 피해지역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3월 중에 무료로 보급될 예정이다.
한교봉은 지난 1월 9일에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한 특별기도회>와 ‘구제역 사태에 대응하는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 <구제역 대처를 위한 TV 토론회>를 개최해 CBS기독교방송을 통해 방영한 바 있다. 이후로도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한국교회의 구제역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처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