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지고 충성하려고 ‘돈 선거’ 하진 않을 것”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인터뷰]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

▲최근 한국교회 각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화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 ⓒ송경호 기자

▲최근 한국교회 각 현안들에 대해 거침없는 화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높은뜻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 ⓒ송경호 기자

매번 할 말은 하는 그였다. “내 생각이 있는데 그걸 숨기는 건 비겁한 일”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이런 태도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그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내 말이 다 옳을 수도 다 맞을 수도 없지만 누가 물으면 이게 내 생각이라 말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그에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 논란을 비롯해 수쿠크법과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기도’ 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지금까지의 그처럼 분명하고 또렷하게 말했다.

김 목사는 먼저 한기총 문제에 대해 “왜 돈을 쓸까. 십자가 지고 충성하려고 그렇게 한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세속화된 권력 때문”이라고 했다.

손봉호 박사(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한기총 해체’를 주장한 것에도 “개인적이라면 동참할 마음이 있다”며 “한기총이 하는 일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는 단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교회가) 추락하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이슬람채권인 수쿠크법에 대해선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조용기 목사가 이 문제와 관련해 얼마 전 ‘대통령 하야’ 발언을 한 것엔 “유해한 발언”이라며 “교회가 힘을 과시해선 안 된다. 조 목사님이 실수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무릎기도’와 관련, 당시 기도를 인도한 길자연 목사(왕성교회)에 대해 “길 목사님께서 다른 뜻으로 한 건 아니겠지만 자신의 행동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 것인지 생각했어야 했다”며 “이를 비판하는 세상 사람들이 잘못된 게 아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 목사와의 일문일답.

‘무릎기도’, 어떤 반향 일으킬지 생각했어야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 논란을 어떻게 보나.

“금권선거는 한기총만의 문제가 아니다. 총회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일이다. 흔히 서양사 중 중세를 암흑기라 하는데 지금 한국교회가 그렇다. 교회가 성장하고 권력이 생기니 부패한 것이다. 정치인들도 따라붙었다. 교단장 선거에서 왜 돈을 쓸까 생각해봤다. 십자가 지고 충성하려고 그렇게 한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세속화된 권력 때문이다.”

-손봉호 박사님께서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신다. 동참할 생각이 있나.

“개인적이라면 동참할 마음이 있다. 그러나 손봉호 박사님과 사적인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다. 한기총이 하는 일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는 단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교회가) 추락하는 데 기여했다.”

-수쿠크법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잘 모르는 일이다. 섣불리 말하고 싶진 않다”

-조용기 목사가 수쿠크법에 반대 하면서 ‘대통령 하야’ 발언을 해 논란이 됐는데.

“이슬람채권에 동의할 수도, 위험하니 반대할 수도 있다. 그건 자유고 목회자로서도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런데 대통령을 하야시키겠다고 하는 건, 유해한 발언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반감을 준다. 교회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힘을 과시하면 불필요하게 적을 만든다. 선교에 도움이 안 된다. 조 목사님이 실수한 것이라 생각한다.

한때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한 말을 들으면서 소름이 돋았다. 아, 이제 선교 안 하겠다는 소리구나 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고객에게 민감하다. 그래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걸 말하면 반대편에 있는 고객들을 잃기 때문이다. 교회도 그래야 한다. 아무리 힘이 있어도 그걸 과시해선 안 된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한 선교사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선교지에서 원주민들의 창에 찔려 순교한 선교사였는데, 죽는 순간 그에게 총이 있었지만 선교사는 끝내 그걸 꺼내들지 않았단다. 김 목사는 “총을 쏘면 선교가 막히기 때문이었다”며 “이게 바로 선교다. 건드리면 웬만하면 당해야 하고 약해져야 한다”고 했다.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해 논란이 됐다. 당시 길자연 목사가 기도를 인도했고, 많은 언론들이 이를 “기독교가 대통령을 무릎 꿇렸다”며 비판했었다.

“길 목사님께서 그런 뜻으로 한 건 아니겠지만 자신의 행동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 것인지 생각했어야 했다. 작은 사람이라면 그런 뜻이 아니라고만 하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지만, 한국교회를 대표해 기도회를 인도한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다. 이를 비판하는 세상 사람들이 잘못된 게 아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교회, 여러 의견들 나와 여론 형성됐으면

▲김 목사는 한기총 해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먼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김 목사는 한기총 해체에는 동의하면서도 먼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항상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이유가 뭔가.

“여론이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어떤 문제를 두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그걸 접한 사람들에게도 찬반의 의견이 생긴다. 그렇게 사람들이 자꾸 끼어들어서 건전한 토론의 장이 생기면 보다 완성된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지금 한국교회는 이런 과정 없이 지나치게 선동적이다.

한기총 해체도 그렇다. 당장 그걸 하자는 건 개인적으로 조금 빠르다고 본다. 한기총에 대한 여러 면들을 많은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고 토론해 여론, 일종의 ‘대세’를 만드는 게 순서다. 아무리 한기총이라도 대세를 거스를 순 없을 거다.”

-대세가 되려면 대다수인 평신도들이 깨어야 할 것 같다.

“맞다. 지도자들은 대개 우민정책을 편다. 그게 편하니까. 하지만 불편한 게 있어야 교회가 건강해진다. 그런 점에서 대형교회 목사들에겐 약점이 있다. 수천 명의 교인들이 그에게 집중한다. 세상에 이런 추종자들이 또 없다. 목사가 여기에 길들여지면 자기도 모르게 속는다. 봐야 할 걸 제대로 못 보는 것이다.

그런데 점점 변할 것이다. 이전 세대들은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그런 세대였지만 지금 젊은이들은 다르다. 그렇게만 몰고 가선 안 되는 세대들이다. 목사들도 옛날처럼 목회하기 불편해질 것이다. 이제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대세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기독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들이 계속 불거져나오고 있다.

“지금 망하는 길로 정확히 들어섰다. 멈추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세대들 중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만큼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는 선교사들이 곳곳에 있다.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수평이동, 한 면만 보고 비판하지 말길

-천안에 ‘높은뜻씨앗이되어 교회’를 개척했다. 이유가 뭔가.

“높은뜻숭의교회가 가졌던 8천평 정도의 땅이 있었다. 여기에 기독교 학교를 세우려 했는데, 그 전에 교회가 있으면 그 일이 좀 수월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개척한 거다. 다른 이유는 없다.”

-개척 소식이 있자 수평이동을 염려하는 이들이 있다. 사실 높은뜻숭의교회도 수평이동으로 성장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내가 이것에 할 말이 많다. 한 가지 묻자. 수평이동 없이 성장한 교회 하나만 대 보라. 한 교회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큰 교회로만 수평이동이 생긴다고 하는데 작은 교회로는 과연 없을까. 있다. 지금은 농경사회처럼 정착의 시대가 아니다. 이동의 시대다. 따라서 모든 교회에 다 수평이동이 있기 마련이다. 수평이동을 비판하는 목회자의 교회에도 수평이동이 있다. 그 사람들은 다른 교회 교인이 자기 교회로 오는 것엔 아무 말 안 한다.

이동원 목사님께서 지구촌교회로 수평이동 되는 걸 막은 적이 있다. 다른 교회 교인이 오면 등록을 안 받았다. 나는 그 일에 찬성하지 않았다. 물론 대형교회가 교인들을 빨아들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건 수평이동의 한 면일 뿐이다. 다른 면이 있다. 사람들은 이걸 못 본다. 나도 동안교회를 목회하면서 다른 교회 교인들을 못 오게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후에 하나님께 굉장히 죄송했다. 한 교인이 우리 교회 왔는데 안 받아주니까 ‘그럼 나는 어떻게 하느냐’며 통곡을 하더라. 그 때 깨달았다. 교인들에게도 그들만의 형편이 있다는 걸. 그들이 바보가 아니다. 대형교회라고 무조건 가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다 사정이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수평이동을 막는 건 그런 교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그리고 헌법에도 위반이다. 교회를 선택할 권리는 교인들에게 있지 교회에 있지 않다. 헌법소원을 내면 아마 교회가 질 거다.

내가 높은뜻숭의교회를 개척할 때 전국을 돌면서 전도집회에 열심히 참석했었다. 그런 집회에서 예수를 믿겠다고 결단한 청소년, 청년들의 수가 2만 명 가량 됐다. 그 때 우리교회엔 약 3천 명이 모였다. 좀 과장해서, 이걸 내가 전도해서 다른 교회로 2만 명 보냈고 다른 교회에서 우리교회로 3천 명 온 거라고 치면 그게 나쁜 건가? 수평이동을 그저 큰 교회가 작은 교회 교인들 다 빼앗아 간 걸로만 보면 교회 건강성 회복은 어렵다. 수평이동을 막으면 교회가 건강해 질까. 그 반대라고 본다. 수평이동을 강제로 못하게 막으면 목회자들이 열심히 목회해서 좋은 교회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자기교회 교인들은 다른 교회로 못가기 때문이다. 교회들끼리 서로 선의의 경쟁이 있어야 발전도 있는 것인데, 그걸 강제로 못하게 할 순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

교회 분립은 지금까지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

▲김 목사는 최근 천안에 ‘높은뜻씨앗이되어 교회’를 개척했다. ⓒ송경호 기자

▲김 목사는 최근 천안에 ‘높은뜻씨앗이되어 교회’를 개척했다. ⓒ송경호 기자

-높은뜻숭의교회는 왜 분립했나.

“지난 2008년 9월 7일 설교에서 처음 분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전날까지, 그러니까 2008년 9월 6일까지만 해도 내겐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설교를 준비하면서 어떤 영감처럼 든 생각이었다. 교회가 커지면 부목사들 개척할 때 교인들 떼 주겠다는 생각은 했어도 분립까지 계획하진 않았었다. 그러니까 분립은, 인간적으로 보면 충동적인 결정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있었다고 믿는다.”

-분립한지 약 3년이 지났다. 돌아보면, 잘 한 일이었나.

“이제까지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그런가.

“교회가 좀 더 건강해졌다. 하나의 교회가 네 개로 되니 그만큼 교인들의 참여가 훨씬 더 많아졌다. 또 만약 분립을 안 했으면 지금 각자의 교회를 잘 목회하고 있는 네 명의 훌륭한 담임목사들도 키워내지 못했을 거다. 나 자신도 그렇게 성장한 사람이다. 날 키우셨던 목사님께서 정말 작심하시고 날 가르치셨다. 그 가르침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도 후배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 역할은 거푸집일 뿐이고 젊은 목사들이 시멘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했다. 홀로 성장만 할 수 있었다. 당시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기에 성장이 쉬웠다. 하지만 내가 길을 열어줘 좋은 목사 네 명이 나왔다. 교회 분립을 계기로 나 역시 후배들을 키웠으니, 날 키우신 목사님께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후회되는 일은 없나.

“너무 많다. 그걸 정리해서 책으로 내면 아주 좋은 교과서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우니까.”

-앞으로도 계속 ‘직설가’로 남을 건가.

“내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틀릴 때도 있겠지. 다만 동기가 중요하다. 내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그 말을 내가 왜 했는지, 즉 하나님 때문인지 아니면 나 때문인지는 늘 고민할 것이다. 비록 틀려도 그것의 동기가 하나님께 있다면 하나님은 그걸 용납하신다고 믿는다. 이것이 내가 다소 편하게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람이 있다면, 서로 맞고 틀리고를 지적하기보다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며 합력해 선을 이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일면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성숙한 한국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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