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피조물… 함부로 죽이거나 고통 줘서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노영상 박사, ‘지구의 날’ 맞아 신학적 성찰

▲20일 동숭교회에서 지구의 날 세미나가 열렸다. ⓒ이대웅 기자

▲20일 동숭교회에서 지구의 날 세미나가 열렸다. ⓒ이대웅 기자

2011 지구의 날 기념 생태신학세미나 ‘동물과 육식에 대한 생태신학적 성찰’이 20일 서울 동숭동 동숭교회(담임 서정오 목사)에서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주최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해 11월부터 우리나라에 닥친 구제역으로 많은 가축들이 죽음을 맞은 데 대해, 생명의 아픔을 느끼고 그들에 대한 배려를 깊이있게 통찰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기독교윤리적 이해’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노영상 박사(장신대)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값싼 고기를 팔기 위해서라면 사육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존중 따위는 사치일 뿐이라는 생각이 만연돼 있다”며 “동물에 대한 사랑이 필요한 때이고, 동물의 생명이 하나님 앞에 잘 보호될 때 인간의 생명도 함께 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노 박사는 “우리와 비슷한 신경체계를 가진 동물을 하나의 물건처럼 취급하는 행동에 따라 사람 자체도 물건화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된 비인도적 행위들은 이러한 생명체들을 물건시하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고, 지상 어떤 생명체도 무참히 짓밟혀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물들이 인간과 동등한 인격체임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며, 동물과 인간의 이해가 상충할 때는 인간에게 우선성이 확실히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물보호의 윤리적 논점을 △동물을 죽이는 것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 등 두 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인간이 동물을 죽일 권리가 있느냐에 대해 노 박사는 “음식으로 사용하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경우가 많은데, 동물성 식품 섭취 자제는 여러 면에서 유익을 가져온다”면서도 “채식주의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며, 채식주의 권장이 율법주의나 하나의 공덕으로 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냥에 대해서도 “우리의 쾌락과 여가를 위해 아무 생각없이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어느 정도 법률적으로 억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언급했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문제에 대해 그는 “공장식 영농은 동물들에게 커다란 고통”이라며 “우리나라도 동물의 복리를 고려하는 사육 장려를 위한 법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물 실험’에 대해서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세상을 돌볼 의무를 부여하신 바, 동물을 착취하고 지배하기보다 청지기로서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 응답할 의무가 있다”며 “영장류 같은 고등동물들은 더 많은 고통을 느끼므로, 실험할 때 가능하면 고통을 덜 느끼는 동물로 실험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최근 잇따라 시도되는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는 “인간이든 동식물이든 유전자 조작엔 상당한 위험이 따르므로 어느 정도 안전이 확신될 때만 연구를 진척시키는 게 현명하다”며 “오늘도 실험실에서 많은 동물들이 죽고 고통당하는데, 우리는 그러한 동물들의 고통을 모두 없이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경감시킬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전 피조물은 하나님께 속해 있고, 인간의 사용과 소유권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각국의 동식물 특허경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미나에서 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세미나에서 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웅 기자

노 박사는 동물에 대한 사랑과 해방을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예해방이 노예들의 비참한 삶의 보고에서 힘을 얻었듯, ‘동물권 운동’도 오늘날 동물들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보고를 통해 제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동물들의 실험실과 공장식 농장, 투우장과 도살장에서의 현실은 우리의 생각과 예상보다 훨씬 참혹하다”며 “우리는 의학 발전과 편의성 추구라는 미명 하에 동물들에게 너무나 큰 짐을 지우고, 그러한 짐의 무게가 이제 감당하기 힘들 지경까지 이르렀음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기독교의 복음을 단지 인간의 이익관심과 요구, 유익만을 위해 축소시킬 수 없고, 하나님의 이같은 확장적이며 창조적인 사랑에 응답하면서 우리의 사랑을 인간만을 위한 사랑에서 모든 것을 향한 사랑으로 넓혀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각 교단 총회 산하 환경위원회에 동물보호 문제를 다루는 전문부서를 두고, 동물들과 함께 드리는 야외예배 등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요청된다. 또 동물과 접할 수 있는 교회 정원이나 수족관 조성, 마당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물고기를 키우는 등 동물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노영상 박사는 “무엇보다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기승을 부리는 오늘 이 시대에 우리의 죄됨을 하나님 앞에 고백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해 이 땅에 미친 재앙을 하나님께서 거두시도록 회개기도를 드려야 한다”며 “오늘날 축산농가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이를 방치한 우리의 책임을 통감하며,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이외에도 김준권 씨(농업인)의 ‘피조물의 탄식, 구제역 참사’ 증언으로부터 시작해 박병상 박사(인하대)의 ‘동물학자가 본 동물과 육식에 대한 이해’, 이영미 박사(한신대)의 ‘구약학자가 본 동물과 육식에 대한 이해’, 김형민 박사(호남신대)의 ‘창조세계 안에서 동물의 신학적 위치’, 민경식 박사(연세대)의 ‘신약학자가 본 동물, 육식에 대한 이해’, 장윤재 박사(이화여대)의 ‘동물생명권, 동물구원론’ 등 발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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