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공감’, 교회가 대중과 소통하는 접촉점
교회의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기독문화 활성화의 핵심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나는 너의 친구야,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야. 나는 너의 기쁨이야.”(‘여러분’ 노래 가사 중)
최근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라는 경연프로그램에서 임재범이 불렀던 ‘여러분’이 화제가 됐다. ‘여러분’은 윤항기 목사가 동생 윤복희를 위해 기도하면서 작곡한 가스펠이다. 1979년 국제가요제를 통해 발표된 이 곡은 장년층들에겐 잘 알려진 노래지만 임재범이 부른 후, 10대 청소년들까지 따라부를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던 임재범의 자전적 스토리와 맞물려 ‘여러분’은 팍팍한 삶을 살며 ‘위로’를 바랐던 대중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사실 ‘나가수’에는 임재범 뿐만 아니라 박정현, 김범수 등 기독교인들의 출연 비중이 높다. 기독교인재들은 많지만, 정작 기독문화는 침체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러분’ 같은 가스펠이 더 많이 나오고 기독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난 19일 예음음악신학교 총장실에서 만난 윤항기 목사는 “권위주의적이고 구시대적인 발상을 버리지 못하는 한국 기독교의 문화에 대한 인식변화가 기독문화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윤 목사와의 인터뷰 전문.
-‘나가수’를 통해 목사님께서 작곡하신 곡 ‘여러분’이 화제가 됐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나는 큰 복을 받은 사람이다. ‘여러분’은 1979년 국제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알려진 곡이기 때문에 30대 이하 세대는 이 곡을 잘 몰랐다. 임재범이 다시 불러 젊은 세대들이 이 곡을 알게 됐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는데 현지에서 만난 목사님의 아들이 방송을 통해 ‘여러분’을 따라부르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전 국민이 ‘여러분’을 알게 된 셈이다. 임재범의 무대는 감동적이었다. 그는 지난 날 감추었던 자신의 아픔과 힘든 삶에 대한 절규와 통곡을 노래한 듯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여러분’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살 만한 호소력이 있음을 알게 됐다.”
-이 노래가 화제가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위로’와 ‘공감’이다. 시청자들은 임재범의 절규를 보며 함께 눈물 흘리고 감동했다. 개인이 갖고 있는 아픔의 색채는 다를지라도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임재범이 ‘여러분’을 부를 때, 누구나 위로받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임재범이 자신을 대신해 호소, 탄식, 절규, 통곡해 준 것 같았을 것이다. 위로와 공감이 연령을 초월한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교회가 이 세대 위로할 수 있겠나
-‘나가수’에 등장하는 가수들 중 기독교인 비중이 높다. 인재들은 많지만 정작 기독문화는 침체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복음은 우리를 ‘위로’한다.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어렵고 힘들 때 삶을 지키시고 위로하신다. 사실 이 시대가 가스펠이나 CCM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하지만 한국 기독교는 전통과 구습에 젖어 여전히 구시대적이고 보수적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는데 교회는 변하지 않고 있으니, 교회가 이 세대를 ‘위로’할 수 있는가. 노래 안에 기도와 성령의 역사하심, 위로가 있는데 그저 ‘음악’으로 치부한다. 찬양사역자나 음악목회자에 대한 대우도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앞만 보고 가는 경주마처럼 독주하지 말고,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야 한다. 가수 한 사람이 방송에서 불과 3-4분 동안 부른 기독교 대중음악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으며 위로를 전했는가.”
-기독음악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속된 말로 ‘히트’하려면 시대적으로 공감을 살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교회 안과 밖에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접촉점은 ‘위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 성장하다보니 위로와 사랑을 소재로 한 곡을 많이 작사했다. 인생의 경험과 토대를 가사에 반영하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몇 년 전 김석균 찬양선교사가 발표한 ‘힘을 내세요’라는 가스펠은 당시 홍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재민을 위로했다.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불신자들도 그 곡을 듣고 위로를 받았다.”
-기독문화를 활성화하려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나.
“문화사역은 당장 눈앞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홀하거나 천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일례로 집회를 인도한 찬양사역자를 ‘잡상인’ 취급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문화사역자가 공연이나 집회를 인도하면 대가를 충분히 지불하고, 그들이 발표한 CCM앨범도 적극적으로 구매하면 도움이 된다. 기독문화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요청된다. 한편으로는 세상을 ‘위로’하는 기독문화가 필요하다. 코미디언 이주일 씨가 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나.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라며 넘어지고 깨지는 이주일의 희극을 보며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이주일 씨는 실제로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지만 코미디언으로서 최선을 다해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임했다. 교회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낮은 곳에서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자를 위로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교회지도자들이 겸손하게 낮아져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나가수’를 시청하며 최선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들의 모습이 감명 깊었다. 한국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 오히려 평가를 받겠다며 나서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다. ‘나는 목사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자신 있게 출연할 수 있는 목사가 몇 명이나 될까.”
예음음악신학교, 22년간 교회음악 전문인들 양성
-기독문화 활성화를 위해 재능있는 문화인재들을 잘 길러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지난 22년간 예음음악신학교를 운영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예음음악신학교의 전신인 성음신학교부터 22년간 음악신학교를 운영했다. 음악목회자를 비롯해 교회음악지도자, 반주자, 지휘자, 음악감독 등 음악전문인들을 양성했다. 예음음악신학교는 한국에서 유일한 음악신학교다. 교회음악(클래식) 전공과 현대음악(실용음악) 전공 두 가지로 분류해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에서 예배음악은 예배의 장식품이나 들러리로 치부된 경향이 있었다. 대부분의 신학교들도 예배학을 가르치지만 말씀, 설교 중심이지 찬양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다. 예배음악(찬양)은 그 자체가 예배다. ‘준비찬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찬양도 말씀처럼 예배의 한 순서다. 이사야서에는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하나님은 찬양받기 위해 백성을 지으셨다. 요즘에는 찬양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지만 아직 답답하다. 하나님의 말씀과 찬양의 위로 가운데 참다운 교회, 목회자, 성도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크리스천들이 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이 요청된다.”
-최근 미국에서 예음음악신학대학 제자들과 함께 찬양간증집회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지 이민교회 신자들을 대상으로 이사야서 41장 10절 말씀을 붙들고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 약속하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약 한 달간 체류하면서 현지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렸는데 미국 교회는 가식적이지 않고 허례허식이 없어 편했다.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설교하는 목사도 있고, 설교도 기복적인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목사들도 오로지 순수한 복음만을 선포하고 성도들과 똑같이 낮아진 삶을 살더라.”
-지난해 가수 데뷔 50주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50주년을 맞는 소감이 궁금하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어려서 부모를 일찍 여의고 가난 속에서 성장했다. 미군부대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들으며 예민한 사춘기를 보냈다. 최초의 락그룹 ‘키보이스’를 만들기도 했는데 당시 과감한 시도에 대해 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한국 대중음악이 발전해 K-POP(케이-팝)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을 보니 감격스럽다.”
윤항기 목사는
교회음악, 인문학 박사
예음음악신학교 총장
(사)한국대중음악문화진흥협회 회장
대한예수교장로회 증경 총회장(개혁)
예음교회 담임목사
기아대책 홍보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