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는 수피즘, 한국에서는 수쿠크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공일주 박사의 <이슬람의 수피즘과 수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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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수피즘과 수쿠크
공일주 | CLC(기독교문서선교회) | 280쪽 | 11,000원

신간 <이슬람의 수피즘과 수쿠크(CLC)>는 서구에서, 한국에서 각각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수피즘(Sufism)’과 ‘수쿠크(Sukuk)’를 다룬 책이다. 저자인 공일주 박사는 수피즘을 ‘이슬람 율법보다는 무슬림의 마음이 알라를 갈망하는 데 초점을 둔 것’, 수쿠크를 ‘이슬람 율법에 부합된 일종의 채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아랍 무슬림들이 이슬람의 실질적 의미보다 형식적 의례를 더 강조하는 데 반해, ‘수피즘’은 무슬림의 마음과 혼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무슬림들은 수피즘이 이슬람의 정통 교리에 도전한다고 여기지만,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은 가장 온건한 색채를 지녔다고 판단되는 수피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무슬림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수피즘을 통해 이슬람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수피’들은 알라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사랑하고, 꾸란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기보다, 글자 뒤에 숨겨져 있는 내밀한(esoteric) 뜻에 관심을 갖는다. 이슬람 율법이 끝나는 지점에서 수피즘은 시작되고, 감정적 체험과 수행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더 눈길이 가는 곳은 아무래도 수피즘보다는 수쿠크다. 올해 초 격렬한 논쟁과 함께 일부 목회자들의 강력한 ‘수쿠크 불가론’으로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최근 다시 우려되는 세계 경제위기와 함께 다시 그 이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에 부합된 금전적 권리를 표시하는 증서이고, 일종의 이슬람 채권에 상응하는 말이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이 이자를 금하고 있어, 사업수익을 통한 배당으로 이익을 지급하는 채권이다. 저자는 “수쿠크는 유형 자산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흐름, 특정 프로젝트 또는 투자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소유권”이라며, 수쿠크가 이슬람 경제·금융·채권의 문제이지만 동시에 종교적인 문제라고 정리했다.

저자는 “수쿠크라는 이슬람 금융을 통해 한국 조세법까지 개정하려는 것을 볼 때, 이슬람은 글로벌화돼 종교는 물론 외교와 정치, 경제와 문화교류 등에까지 자연스럽게 파급되고 있다”며 “수쿠크 도입은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세법과 헌법, 종교적 측면에서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수쿠크 도입에 대해서는 “이슬람 수쿠크를 도입하기 위해 이제 표준안을 만들어가는 이슬람 국가들도 있으므로, 섣불리 수쿠크를 도입하기보다 시장원리에 맡겨 수쿠크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수쿠크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에 맞는지도 검토해야 하고, 수쿠크 발행을 위해서는 이슬람율법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해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세계의 금융 자체의 문제도 지적했다. 해당 수쿠크가 이슬람 율법에 맞는지 적격성 판단이 이슬람 국가와 법학자마다 다르고, 아직 이슬람 금융이 표준화되지 못해 법학자 개인의 의견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 금융을 활용하려는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이라면 법 개정보다는 이슬람 금융이 활성화된 외국에서 이슬람 금융을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이슬람에 대한 체계적 연구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한국은 아직 아랍 20여개국에 대한 이해와 아랍 이슬람 국가들의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데, 그 이유는 이슬람과 아랍을 알고 금융과 경제를 아는 학자들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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