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쓰였던 신·구약시대의 경제체제는 어땠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박동운 교수의 ‘기독교와 시장경제’ (1)

1. 출발부터 시장경제를 지지한 기독교: 기독교와 경제체제

본지와 8·15 인터뷰를 진행했던 거시경제학자 박동운 명예교수의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FKI미디어)>에서 ‘기독교와 시장경제’ 종합편을 출판사의 동의를 받아 발췌 소개한다. 박 교수는 이 부분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세계 종교가 됐는가를 시장경제 시각에서 종합해서 살피고 있다.

▲박동운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박동운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경제체제는 흔히 시장경제, 혼합경제, 계획경제로 나뉩니다. 시장경제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으로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경제체제입니다. 계획경제는 사회주의 경제처럼 ‘계획된 것’으로 사람들이 집단주의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 계획에 따라 활동하는 경제체제입니다. 혼합경제는 ‘시장경제에다 계획경제를 혼합한’ 경제체제입니다.

그러면 신·구약시대의 경제체제는 어떤 체제였을까요? 신·구약에는 ‘장터(marketplace)’ 뜻을 가진 시장(마 23:7, 막 6:56, 막 12:38, 눅 11:43)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시장이 나옵니다.

노동시장을 봅시다. 예수의 ‘포도원의 품꾼’ 비유에, “자기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고용하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어떤 포도원 주인”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도원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요? 노동시장, 요즘 말로 ‘인력시장’으로 갔겠지요. 구약시대에는 돈을 주고 종을 샀는데(출 12:44), 종은 어디서 샀을까요? 역시 인력시장이었겠지요.

자본시장을 봅시다. 이자 이야기는 당시에 자본시장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출 22:25, 신 23:19-20, 잠 28:8, 겔 18:8-17, 느 5:1-13, 시 15:5, 눅 19:23). 이자 이야기는 당시에도 대부업자(貸付業者)가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그런데 이자에 관해 성경은 “가난하게 사는 나의 백성에게 돈을 꾸어 주었으면 이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출 22:25)”라고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어찌하여 내 은화를 은행에 예금하지 않았느냐?(눅 19:23)”고 한 예수의 ‘열 므나의 비유’에서는, ‘은행’이라는 용어도 나옵니다.

상품시장을 봅시다. 바울은 고린도에 보낸 편지에서 “시장에서 파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먹으십시오(고전 10:25)”라고 썼는데, 이 ‘시장’은 ‘고기시장(meat market)’으로 당시에 상품시장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구약시대에 대표적인 상품시장은 ‘두로 시장’입니다. 두로 시장은 3천여년 동안 국제무역의 중심 역할을 한 시장이었습니다.

당시에 시장규제가 있었을까요? 신·구약시대에는 이집트, 시리아, 아테네,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등 여러 형태의 국가가 있었습니다. 이들 국가는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세금은 있었지만 수입세(輸入稅)에 해당하는 관세(關稅)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신·구약시대에는 국제무역이 규제 없는 자유무역체제로 이루어졌음을 시사합니다.

신·구약시대에는 돈도 사용되었습니다. 성경에서 돈은 ‘문제 해결사, 보호자, 아무리 많이 벌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전 10:19, 6:12, 5, 10), 돈 사랑은 악의 뿌리(딤전 6:10), 유다는 돈 도둑(요 12:6)’ 등으로 언급되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세겔, 달란트, 데나리온, 드라크마 등은 화폐 이름이 아니라 계산에 쓰인 단위입니다.

신·구약시대에는 은이 일반 거래에서 화폐로 사용되었습니다. 신약시대에는 주로 그리스, 로마 화폐가 사용되었고, 주조(鑄造)화폐는 바빌로니아 포로가 된 후에 사용된 페르시아 화폐였습니다. 그리스, 로마 화폐가 국제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당시의 시장이 자유시장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기독교는 출발부터 시장경제를 지지했습니다.

/FKI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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