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 “북한이 날 믿는 이유 알아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평양 숭실 복원’ 세미나서 기조강연

▲기조강연에서 김진경 총장이 로동신문을 펼쳐보이고 있다. ⓒ김진영 기자

▲기조강연에서 김진경 총장이 로동신문을 펼쳐보이고 있다. ⓒ김진영 기자

최근 워싱턴포스트(WP)가 공과를 보도해 주목을 끈 평양과기대(PUST)의 김진경 총장이 28일 오후 서울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평양 숭실 복원’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평양과기대를 홍보했다.

김 총장은 지난 2009년 개교해 지난 해 말 수업을 시작한 평양과기대를 WP 등 미국의 주력 언론들이 보도했다며 참석자들에게 해당 언론 기사의 복사본을 배포하고, 대학 홍보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WP가 평양과기대에 대해 “핵무기와 사이버테러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북한에 과학기술을 전수하는 일은 위험할 수 있고, 자본이 투자되면 김정일 독재체제가 더 공고해진다”고 한 비판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총장은 “지금 김일성 종합대학을 비롯해 북한에 있는 모든 대학들은 지난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문을 닫은 상태”라며 “그러나 평양과기대는 지금도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를 보고 많은 북한 사람들이 ‘왜 저 대학만 문을 닫지 않느냐, 왜 미 제국주의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느냐’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는 간단하다. 평양과기대가 국제대학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이에 앞서 북한이 그를 신뢰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왜 김정일 위원장이, 그리고 북한이 나를 신임하는지 알아야 오해가 없다. 또 (그것을 알아야) 숭실대를 평양에 지을 가능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김 총장은 “내가 1998년 북한 감옥에 잡혀 있었다. 당시 연변과기대를 통해 많은 탈북자가 생기니 북한에서 나를 잡아 죽이려 한 것”이라며 “그 때 나더러 유서를 쓰라고 해서 미국 정부에 내 죽음 때문에 북한에 절대 보복하지 말라고 썼다. 그렇게 쓴 건 예수님께서도 십자가에서 자신을 죽인 자들을 용서했기 때문이다. 이 유서를 보고 북한이 나를 석방했다. 내 진심을 알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면에서 나를 공격한다. ‘왜 이 대학은 문을 닫지 않고 공부를 시키느냐, 이 사람(김진경 총장)을 어떻게 믿느냐’고 한다”며 “그러나 북한은 이렇게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보다 나를 더 믿는다”고 했다.

▲‘평양 숭실 복원’ 세미나가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평양 숭실 복원’ 세미나가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김 총장의 기조강연에 이어 보훈교육연구원 오일환 원장이 ‘통일과정에서의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오 원장은 “통일은 힘의 우위에 의한 눈에 보이는 체제나 영토의 통일이 아닌 화해를 통한 심리적 통일이 우선돼야 한다”며 “심리적 통합이 결여된 단순한 체제적, 영토적 통일은 또 다른 심각한 민조적 갈등을 수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진정한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심리적 통합이 우선돼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만이 이를 가능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교회는 영적으로 ‘빚진 자’의 심정으로 북한을 대해야 마땅하다”며 “그렇게 할 때라야 북한은 ‘너 죽고 나 죽자’라는 식의 ‘치킨게임’ 선택이 아닌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남북한 공생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평양 숭실 복원’ 세미나는 ‘통일과 교회, 그리고 평양 숭실 복원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열렸고 주도홍 교수(백석대), 박정신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 이정철 교수(숭실대 정치외교학과) 등이 각각 ‘독일통일과정에서의 서독교회의 역할’ ‘숭실의 역사성과 정체성’ ‘평앙 숭실,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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