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동포가 겪고 있는 육체적 고통 5가지(1)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인간이 사는 사회가 설마 그럴 리가 하겠지만…”

손과마음선교회(이사장 최덕순 목사)가 발행하는 계간 <손과마음> 제4호에 실린 해당 글을 연재한다. 손과마음선교회는 변화와 해방을 꿈꾸는 북한 동포들에게 생명과 자유와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인도적 구호단체다.

▲한 집회에서 기도하는 오길남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한 집회에서 기도하는 오길남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25년이 넘도록 북한 요덕수용소에 강제 수용된 경남 통영 출신의 가족을 구출하자는 ‘통영의 딸’ 구출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재독 유학생이던 오길남 박사가 ‘통영의 딸’인 아내와 두 딸 혜원과 규원을 데리고 1985년 12월 평양행 비행기를 올라탔을 때, 그는 자기 가족이 설마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생지옥으로 보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당시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통탄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 박사는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체제를 자기가 아는 상식선에서 가볍게 판단한 것이 엄청난 비극을 가져왔다고 고백했다. “북한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만 인간이 사는 사회가 설마 그렇게 엉망진창일리 있겠나 하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그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뿐만 아니라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개방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또 북한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자신이 장밋빛 환상과 착각에 빠져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오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한의 많은 국민들이 북한 땅에서 일어나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에 대해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는가? 그곳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라고 방관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이제 남한 사회를 좌지우지할 만큼 현실세력이 된 386세대들의 가슴에는 ‘북한도 우리처럼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믿음이 단단히 각인되어 있다. ‘우리보다 조금 못 산다고 해서 북한을 마치 괴물처럼 여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그들은 북한 체제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일삼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북한은 과연 사람이 살만한 곳일까?

지난 호에서 북한 사람들을 옥죄는 5가지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의 고통은 육체적 고통을 통해 더욱 배가되고 있다. 북한 땅은 마치 인간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생체실험장과 같다. 이 고통의 생지옥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우리 하나님은 북한 동포들이 겪는 이 고통의 현실을 언제까지 인내하실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진실’이다. 온통 거짓으로 깜깜하게 뒤덮인 북한 땅을 밝혀줄 강력한 빛은 진실과 정직뿐이다. 남한에 온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불신과 배신으로부터 단단히 걸어 잠근 마음의 빗장을 열어 제치게 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진실’에 있다. 믿을 수 있는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이 지켜지는 것을 보는 순간, 오랜 동안 감추어 놓은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진실’은 온갖 거짓을 몰아내고 모든 분열과 갈등을 하나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상식적 판단이 얼마나 큰 오류인가를 지적함으로서 북한의 진실을 남한에 전하고 남한의 진실을 북한에 전하는 것이 북한선교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5가지 정신적 고통에 이어, 5가지 육체적 고통을 열거한다. 이러한 고통 가운데 살아가야 하는 북한 동포들의 형편을 돌아보며 우리 남한 동포들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차마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매일매일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북한 동포 2000만 명이 우리와 함께 동시대를 살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① 굶어서 죽어가는 고통

작년 10월 KBS TV는 아사 직전의 한 북한 여성과의 인터뷰 장면을 방영했다.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으로 토끼풀을 찾으러 다니는 이 북한 여성의 모습이 방영되자 시청자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으나 ‘꽃제비’라 불렸던 20대의 이 북한 여성은 얼마 후 결국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처럼 ‘굶주려 죽는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북한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극의 하나다. 1995년경부터 시작된 대량 아사(餓死) 사태는 수년에 걸쳐 무려 3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렵부터 중국으로의 탈북 러시가 일어났으며, 남한에 온 탈북자들 대부분이 이 무렵 굶주림을 피해 내려온 사람들이다.

중국과 맞닿은 북한 국경지역의 마을들은 대개 탄광촌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하류 계층의 사람들이며 북한 중심부인 평양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은 오지인 이 국경지역에서 탄광 노동자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이들은 광산 노동에 종사하지만 월급도 나오지 않고 배급도 끊어지자 산골짜기를 헤매며 그야말로 초근목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평야도 없는 험산준령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손쉽게 먹을거리를 구하는 방법은 국경을 넘어 양식이 풍부한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 밖에 없다. 북한의 대량 탈북사태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아사 사태는 국경과 거리가 먼 내륙지방에서 더 심각하게 발생했다.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립무원의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리에는 아사자들의 시체가 흔히 눈에 띄었고 특히 기차역 주변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심지어 가족이 함께 죽은 경우가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말자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는 것이 중요한 일과다. 저마다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로 헤매며 종일 먹을 것을 찾아 다녀야 한다. 그야말로 개나 다름없는 형편인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굶주리게 하는 것이 인민을 다스리는 김정일의 통치방법의 하나라는 얘기도 들린다. 즉 인민은 적당히 굶게 만들어야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 전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식량배급체제가 무너졌고 평양에서도 상층부가 아니면 배급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다가 보니 스스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한다. 누구에게도 의탁할 수 없다. 그래서 집집마다 살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나타난 자립경제의 방편이 바로 장마당이다. 전국에 걸쳐 수백 개의 장마당이 형성돼 북한의 서민경제를 그나마 지탱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에서는 2000년 이전과 같은 심각한 아사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굶주림은 북한 사회의 많은 것을 변화시켜 놓았다. 우선 국민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가져다주었다. 외형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군인들의 평균 키가 160cm 미만이라고 하겠는가? 게다가 미숙아와 장애아들이 많이 출산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영양 부족으로 폐결핵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음식의 질이 나빠 위암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영양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거나 청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야말로 재앙이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북한 전체가 남한과는 전혀 다른 인종의 나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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