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되면 자기 탓’ 하는 양심적 성격, 우울증 확률 높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충렬 박사의 ‘우울증’ [13] 행동수정치료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3장 우울증의 행동수정치료

우울증은 행동수정치료로도 가능하다. 인간의 행동을 수정하므로 심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행동치료는 체계적인 실험을 토대로 행동 변화를 시도한다. 이런 행동치료는 개인의 외적, 내적 행동을 증진시키기 위해 학습 원리와 다양한 기법들을 체계적으로 적용한다. 즉 행동의 후속 결과를 변화시키는 절차나 행동을 유발하는 자극 조건(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바람직한 행동으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모든 방법이나 절차를 사용한다. 이때 정상행동과 이상행동을 포함하는 유기체의 모든 행동은 학습에 근원이 있다고 전제하고, 주로 신경성 이상행동에 적용되는 상호제지법(相互制止法)을 포함하는 고전적 학습 계열과 정신병적 행동의 수정을 목표로 하는 작동조건의 형성을 중요시하는 측면이 있다.

1. 학습 결과로서의 우울증

행동치료 또는 행동수정치료는 행동주의 이론에 입각한 치료기법이다. 행동치료는 인간의 잘못된 행동과 바람직한 행동의 유발을 학습이론으로 이해한다. 인간의 행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한 학습의 결과이며, 우울증 역시 사회 환경으로부터 긍정적 강화의 약화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시각을 갖는다. 이러한 행동주의는 우울증에 대하여 주로 스키너(B. F. Skinner)의 조작적 조건형성 이론에 기초하여 설명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울증은 조작적 조건형성의 학습적 결과라는 것이다.

행동치료에서 우울증이 조작적 조건형성의 학습 결과라는 점은 여러 행동 중 강화받은 행동은 지속되지만 강화를 받지 못한 행동은 소거된다는 원리에서 이해된다. 우울증상은 인간의 다른 행동과 마찬가지로 조건형성 원리에 의해 학습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우울증은 강화이론을 근거로 궁극적으로 바라는 행동을 학습시키기 위하여 강화를 조절함으로써 행동을 형성하고, 가상적인 정서요인을 행동으로 규정하여 수정한다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울증과 같은 이상행동은 학습결손 또는 외래 강화에 의해 형성된 부적절한 행동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우울증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것은 이러한 긍정적 강화를 상실하거나 강화된 유발행동이 감소하거나 또는 우울행동이 잘못 강화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행동치료에서 우울증이 생활에서 잘못 강화된 행동의 결과라는 점은 긍정적 강화와 관련하여 이해된다. 행동주의 이론에 따르면 우울증은 생활 속에서 칭찬, 보상, 도움, 지지, 즐거운 일 등의 다양한 긍정적 강화를 받으며 살아가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는 그러한 긍정적 강화를 유발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거나 긍정적 강화를 받는 가운데서 살아가지 못한 것이다. 그들이 생활에서 긍정적 강화를 받지 못한 것이 부정적 강화를 받은 것으로 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우울증이라는 시각이다.

그리하여 우울증 환자는 삶에서 가족의 사망, 실직 등의 중요한 상실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이해한다. 이런 일들은 그들로 하여금 긍정적 강화의 중심 원천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시각에서 행동치료는 환자의 우울증을 적응적 행동의 감소로 이해한다. 그들은 긍정적 강화의 원천을 상실하면서 서로 연결된 모든 적응행동이 감소하게 된 결과다.

2. 우울증의 원인론적 이해

앞에서 우리는 행동치료가 우울증을 어떻게 보는지 고찰했다. 그러나 행동치료가 우울증의 원인을 보는 시각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행동치료 학자에 따라서는 그 견해를 약간씩 달리하기 때문에 우울증의 원인을 보는 시각도 점진적으로 발전된 측면을 보인다. 우울증 발생과 유지 과정을 사회적 기술 부족, 자기조절행동 미숙, 문제해결 능력 결여 등에 초점을 두어 설명하는 것 등이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특징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긍정적 강화의 원천 상실로서의 우울증

우울증이 긍정적 강화의 원천을 상실한 결과로 보는 시각은 행동치료에서도 학습 이론적 입장에 해당한다. 학습이론 입장은 인간의 적응 행동과 부적응 행동을 강화 결과로 이해한다. 적응 행동은 바람직한 것으로 증가되지만, 부적응 행동은 소거돼야 할 행동으로 본다. 적응행동의 하나로 인간이 즐겁게 살아가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칭찬, 보상, 도움, 지지, 유쾌함 등 다양한 긍정적 강화를 받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에서 개인은 강화를 얻어낼 다양한 행동을 하는데, 그 결과로 긍정적 강화가 주어진다. 이는 우울증이 긍정적 강화의 상실, 강화를 유발하는 행동 감소, 우울한 행동의 강화에 의해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실직, 낙제 등의 우울증을 유발하는 사건들은 긍정적 강화의 원천을 상실하게 만드는 요인이기에 즐거운 경험이 감소하고 불쾌한 경험이 증가한다. 이때 개인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화를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거나 불쾌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이 부족하면 긍정적 강화의 결핍 상태를 지속하고, 그 결과 우울증상이 나타난다. 슬픔, 무기력, 사회적 고립과 같은 우울증상이 때로는 관심, 위로, 걱정 등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화를 얻어내는 기능을 할 수도 있으나, 우울증상을 지속시키는 역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더욱이 우울증상에 대한 강화는 대부분 일시적이고 단기적이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 때문에 사람들은 우울한 사람을 피하게 되고, 긍정적 강화를 사라지게 만들어 우울증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2) 불쾌한 경험의 증가로서의 우울증

우울증에 대한 대표적 행동치료학자로 알려진 레빈손(P. A. Lewinsohn)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우울한 사람들의 몇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우울증 환자들은 레빈손에 의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생활 속에서 더 많은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고, 부정적 사건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혐오자극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긍정적 강화를 덜 받았다. 이러한 결과에 기초하여, 그는 우울증이 긍정적 강화의 결핍과 혐오스러운 불쾌한 경험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나아가 레빈손은 긍정적 강화가 감소되고 혐오적 불쾌 경험들이 증가되는 원인을 3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는 환경 자체의 문제다. 실직, 이혼, 사별과 같은 부정적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과거에 주어지던 긍정적 강화는 현저하게 감소된다. 또는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긍정적 강화는 거의 없거나 처벌 요인이 많은 경우에도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칭찬은 별로 하지 않고 잘못에 대해 엄하게 벌을 주는 부모의 양육방식은 우울 증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는 적절한 사회적 기술과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경우다.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 강화를 유도하는 사회적 기술이 미숙하거나 불쾌한 혐오 자극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이 부족한 경우다. 다르게 말하면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을 행동을 하지 못하거나 타인에게 불쾌한 기분을 유발하여 거부당하므로 긍정적 강화는 감소하고 불쾌한 경험이 증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혐오자극에 대처하는 기술 문제다. 혐오자극에 대처하는 개인의 태도가 우울증을 유발한다. 이런 이유로 친구들의 놀림이나 공격행동 등 혐오적 자극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이 부족한 경우에는 무기력해지므로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긍정적 경험을 즐기는 능력은 부족한 반면 부정적 경험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경우로 보아야 한다. 실제 우울증 환자들은 긍정적 강화는 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부정적 처벌은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 작은 즐거움과 커다란 불쾌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들은 활동을 축소하므로 긍정적 강화도 감소하며, 마침내 활동결여 상태인 우울에 이르는 원리다.

3) 자존감 손상과 미숙한 대인행동으로서의 우울증

우울증은 자존감의 손상과 대인행동의 미숙으로 설명된다. 이와 관련해 코인(J. C. Coyne)은 행동주의적 입장과 정신역동적 입장을 절충하여 우울증을 자존감 손상과 미숙한 대인행동으로 설명한다. 그는 우울증을 사랑 중독증처럼,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지나치게 갈구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태도는 자존감이 손상된 심리적 상태로 보는 것이다. 자존감이 손상 상태는 긍정 에너지의 결여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긍정 에너지의 결여라는 원리에서 우울한 사람은 중요한 타인의 애정과 돌봄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자기의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고 위안을 얻고자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찾는 중독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된다. 코인의 입장에서 우울증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절박한 몸짓이다. 그런 점에서 사랑과 돌봄에 대한 그들의 지속적 요구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때 그들의 주변 사람들은 피상적 수준에서 관심을 기울이거나 형식적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으나, 요구가 지나칠 경우 무관심해지거나 거리를 두고 피할 것이다. 실제 우울증 환자들은 자신이 의지할 만한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말을 받아주고 들어줄 만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에서다. 그 결과 우울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 강화를 받지 못하고 더욱 거부되고 따돌림을 당한 느낌을 받아 자존감도 저하되면서 더욱 우울증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4) 대인관계에서 부정적 영향으로서의 우울증

우울증은 사회기술과 관련돼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입장은 대인관계라는 사회적 기술과 관련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우울증은 대인관계에서 사랑, 인정, 칭찬, 격려 같은 긍정적 강화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거절, 무시, 비판, 따돌림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받음으로 인해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대인관계에서 긍정적 강화를 유도할 수 있고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은 우울증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에서다. 이때 사회적 기술(social skill)이란 ‘긍정적으로 강회될 행동은 표현하고, 처벌되거나 소거될 행동은 표현하지 않는 복합적인 능력’으로 정의된다.

우울증과 관련하여 사회적 기술은 매우 다양한 구체적인 기술로 구성돼 있다고 보아야 한다. 타인과 명쾌하고 효과적인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의사소통 기술(communication skill), 자신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적절하게 나타낼 수 있는 자기표현 기술(self-expression skill), 요구나 부탁 또는 거절과 같이 자신의 권리와 요구를 적절하게 주장할 수 있는 자기주장 기술(self-assertion skill), 대인관계에서 생겨나는 여러 문제와 갈등을 적절하게 해결하여 파괴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대인문제의 해결 기술(interpersonal problemsolving skill) 등이다. 이런 사회적 기술의 부족은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대인공포증을 수반하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환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사회적 기술이 낮다고 평가하며, 다른 사람들로 우울한 사람들의 사회적 기술이 낮다고 평가하는 점에서다.

사회적 기술은 기본적으로 학습되며, 개인의 관심과 노력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행동방식을 유심히 관찰하고 다른 사람과 친밀하고 효과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행동방식을 새롭게 시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통해 사회적 기술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술이 향상되면 대인관계 속에서 긍정적 경험을 많이 하고, 결과적으로 즐겁고 만족스런 삶으로 변화되는 점에서 사회적 기술은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3. 우울증에 관한 행동치료의 전제

행동치료는 학습 원리를 적용하는 치료기법이다. 이 기법에서는 특히 연합학습 원리와 조작적 조건형성 원리를 적용해 심리적 장애를 교정하여 치료한다고 보아야 한다. 사람의 장애행동은 학습을 통해 교정이 가능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관점을 고수한다는 점에서다. 모든 장애행동은 학습에 의해 습득된 것이므로 잘못된 행동은 다시 올바로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여러 정신장애 등은 잘못 학습됐으므로 다시 올바른 학습을 시도하면서 개선될 수 있음을 상정한다. 이때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나 장애행동을 제거하고 바람직한 적응적 행동을 습득시킨다는 점에서 행동치료라는 용어 대신 행동수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행동치료 시각에서 우울증은 부정적 감정이 학습된 결과다. 이런 시각에서 우울증 환자의 행동은 우울증 유발원인이므로 행동이 분석되어야 한다. 이때 우울증은 행동의 강도와 빈도를 높인 강화의 수준과 관련이 있기에 행동을 수정하여 우울한 마음을 감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런 행동치료 과정은 학습의 원리에서 다음의 치료 전제를 갖는다.

1) 불합리한 선호감정의 학습으로서의 우울증

행동치료는 우울증을 불합리한 선호 감정의 학습으로 이해한다. 사람들은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불합리한 편견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콧수염의 남자나 대머리 남자에, 체구가 작은 여자나 키가 크고 넓은 어깨를 가진 여자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목소리나 걷는 모습, 제스춰, 옷 입는 스타일 등에서 어떤 따뜻함을 느낀다. 이로 인해 실제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불가항력적으로 여기에 빠져든다. 이는 개인이 반응을 어떻게 획득했는지 몰라도 학습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런 원리에서 타인을 해치려는 공격성이나 자신을 스스로 학대하는 자학성 등도 학습된다는 것이 다. 사람의 행동은 모두 사회화로 조작적 조건형성 문제로 보는 것이다.

2) 학습 결과로서의 우울증

우울증이 학습된다는 원리는 고전적 조건형성 이론에서 이해된다. 우울증은 자극 일반화와 함께 자극 변별(stimulus discrimination)이라는 학습에서 이해된다. 여기에는 고전적 조건화 이론이 중요시된다. 파블로프(I. P. Pavlov)는 음식에 의해 어떤 종소리에 타액분비를 조건 형성시키고, 다른 종소리에는 음식을 주지 않았다. 이런 실험을 계속하자 개는 곧 다른 종소리가 아닌 원래 종소리에만 반응하여 타액 분비를 학습했다. 이 현상은 원래 자극과 다른 자극과의 변별을 학습한 결과다. 실험이 계속되면 개는 아주 작은 자극의 변별도 가능해지면서 중간 소리에만 반응하고, 그보다 조금 낮거나 높거나 낮은 음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실험들은 인간의 신경증이나 우울증도 고전적 조건형성에서 오는 어떤 문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파블로프는 변별자극 문제를 조작함으로써 개가 아주 심한 신경증 상태에 있을 때 행동하는 것 같이 조건형성을 시킬 수 있었다. 먼저 그는 원(圓)과 타원을 변별하도록 조건형성을 시킨 후 점차 타원을 점점 더 원에 가깝도록 변화시켰는데, 둘 사이가 아주 작아지면 개는 이상스럽게 혼란된 행동을 보였다. 여러 개들이 실험 상황에 처해졌을 때 그 효과는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개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파괴적이 되었고, 냉담하게 되었으며, 근육 경련이나 안면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는 우울증이 학습됨을 설명한다. 자주 우울해지면 그것도 학습이 돼 우울에 익숙해진다. 사람이 모든 행동을 두세 번 반복하면 쉽게 학습된다는 것이다. 물론 감정이나 정서 문제라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이 학습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된다.

3) 학습된 무력감으로서의 우울증

행동치료는 우울증을 학습된 무력감으로 이해한다. 우울증에는 여러 증상이 나타나지만 특히 심리적으로 맥이 빠지는 현상은 정신적 에너지가 상실되거나 고갈된 상태라는 점에서다. 이런 시각에서 우울증은 원인을 넘어 무력감이 학습된 것과 관련된다. 그러면 사람은 어떤 원인으로 인해 무력감을 느낄 때 이 처음 무력감이 계속 학습되면 점차 심한 무력감의 우울증에 빠져들 수 있다.

무력감이 학습되면 상황 반전이 어려운 측면이 실험에서 입증된다. 어느 실험에서 대학생 피험자는 큰소리와 불쾌한 소음으로 벌을 받고 있었는데, 이때 실험자는 조정장치 사용 방법을 학습하면 소음을 멈출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러나 사실 조정장치는 아무리 조정해도 소음을 멈출 수 없었다. 후에 피험자들이 간단한 방법으로 소음을 멈출 수 있는 조정장치를 설치한 실험장면에 있었을 때도 소음을 중지할 때까지 어떠한 노력도 없이 소음을 받아내고 있었다. 이처럼 학습된 무력감은 책벌을 사용하여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울증이 학습된 무력감이라는 원리에서는 야단이나 매를 맞는 아동들은 일관성 있게 벌하지 않을 경우 학습된 무력감을 갖게 될 수 있다. 아동들은 왜, 언제 벌을 받는지 어느 정도 벌이 주어질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경우 아동은 좋고 나쁜 행동을 구별할 수 없고, 결국 부모가 가르치려는 것을 학습할 수 없으며, 심한 정신병 상태가 될 수 있다.

4) 실패 결과로서의 무력감

우울증의 특징은 어떤 이유로든 무력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된다. 새로운 실험에 따르면 벌은 학습된 무력감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의 실패 경험도 중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실험실에서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 말해줬으나, 사실상 풀 수 없는 문제였을 때 학생들은 학습된 무력감 증상을 나타냈다. 실제 상황에서도 수학 성적을 나쁘게 얻은 아동들은 학습된 무력감을 보였다. 이들은 다른 과목에서도 실패하고, 자신의 일반적 능력과 미래 전망에 비관적이 되어갔다. 성인들도 구직이나 대인관계에서 실패함으로써 유사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우울증 환자는 어떤 일에 자신의 생각과 현실 상황에서 성취할 수 있는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실패로 끝나게 될 때 무력감을 경험하고, 그 무력감은 우울증상으로 나타난 행동이 된다.

4. 우울증 치료를 위한 좌절과 무기력

우울증은 좌절과 무기력이 특징이다. 맥이 빠지는 현상은 좌절과 무기력이 그 바탕에 있다. 좌절과 무기력이 우울증 결과로서 나타나는 심리적 특성이라면 치료를 전제하거나 반드시 치료해야 할 요건이자 치료 목표가 됨을 의미한다. 좌절과 무기력은 우울증에서 치료해야 할 정서적 특징이라는 점에서다.

1) 학습된 무기력 이론

학습된 무기력 이론(learned helplessness)은 우울증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 중 하나다. 1975년 셀리그만(M. Seligman)에 의해 처음 제기됐고, 귀인 이론으로 개정 과정을 거친 후 현재는 무망감 이론으로 발전됐다. 학습된 무기력 이론은 본래 개의 조건형성 실험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사실에서 발전됐다. 1단계에서는 개를 도망가지 못하도록 묶은 상태에서 하루 동안 전기충격을 주었다. 2단계에서는 개를 자유롭게 풀어놓아 옆방으로 도망갈 수 있는 상태에서 전기충격을 주었다. 이때 개는 도망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포기한 듯 꼼짝하지 않은 채 전기충격을 그대로 모두 받았다.

반면 1단계 실험을 거치지 않은 다른 개는 2단계 실험에서 전기충격이 주어지면 곧바로 옆방으로 도망하여 전기충격을 피했다. 더 놀랍게도 2단계 실험을 경험한 개는 옆방으로 도망하여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도 다시 전기충격을 그대로 받았다. 즉 개는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무기력하게 행동하며 전기충격을 받는 사실이 학습된 무기력 이론의 골자이다.

마찬가지로, 좌절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도 절망스러운 결과로 돌아오리라는 무력감이 학습돼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실 연구에서 확인됐다. 즉 피험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혐오스러운 소음을 계속 들려주거나 풀 수 없는 문제를 주어 반복적으로 실패 경험을 하게 했을 경우, 피험자들은 소음을 줄이거나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 수 있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노력을 포기하는 무기력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학습된 무기력 이론은 인간의 우울증을 설명하는 데 몇 가지 한계를 드러내었다. 우선 사람의 경우, 그러한 상황에서 무기력해지는 이유들이 동물처럼 조건형성에 의해 수동적으로 학습됐다기보다,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기대’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어떤 부정적 결과가 자신과 무관하게 통제불능 상황에서 생겨났다면 왜 사람들은 실패에 대해 자신을 책망하는가? 또 학습된 무기력 이론에서 우울증 발생 과정은 설명 가능하지만, 우울증상 강도나 만성화 정도는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2) 귀인 이론

학습된 무기력 이론은 몇 가지 한계 때문에 개정을 필요로 했다. 1978년 아브람슨(Abramson)과 동료들은 학습된 무기력론이 지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정된 무기력론을 제안하였다. 개정 이론은 사회심리학의 귀인 이론을 수용하여 우울증을 설명하기 때문에 우울증의 귀인 이론(attributional theory of depression)이라고 부른다.

귀인(attribution)은 ‘결과의 원인을 …에 돌린다’는 뜻으로서, 자신이나 타인이 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이며, 그 결과는 개인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한 사람의 행동이나 결과를 보고 그 원인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귀인하는데, 여기에는 크게 3가지 방향의 귀인을 들 수 있다.

먼저 가장 주된 방향은 내부적-외부적 귀인이다. 내부적 귀인(internal attribution)은 행위자의 성격, 능력, 동기 등의 내부적 요인에 그 원인을 돌리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외부적 귀인(external attribution)은 행위자 밖에 있는 요소인 환경, 상황, 타인, 우연, 운(運) 등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다. 다음으로는 안정적-불안정적 귀인이다. 안정적 귀인(stable attribution)은 그 원인이 내부적이든 외부적이든 시간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비교적 변함없는 원인에 돌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불안정적 귀인(unstable attribution)은 자주 변화될 수 있는 원인에 돌리는 경우다. 예를 들면 내부적 요인 중에서도 성격이나 지적 능력은 비교적 안정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노력의 정도나 동기는 변화되기 쉬운 요인이다.

마지막으로는 전반적-특수적 귀인(global-specific attribution)이다. 이 차원은 귀인요인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는지 정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이성(異性)에게 거부당한 일에 대해 성격이라는 내부적-안정적 귀인을 한 경우에도 성격 전반에 귀인하는 수도 있고, 성격 중 ‘다급하다’는 일면에만 구체적으로 귀인할 수도 있다. 수학 과목에 성적이 나쁘게 나와 자신의 능력부족에 귀인할 경우, ‘나는 머리가 나쁘다’고 일반적 지적 능력의 열등함에 귀인할 수 있고 ‘나는 수리능력이 부족하다’고 구체적인 지적 능력에 귀인할 수도 있다. 자신이나 타인의 행동에 대해 원인을 어떻게 귀인하느냐에 따라 감정과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방어적 귀인(defensive attribution)을 하는 경향이 있다. 즉 좋은 결과는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나쁜 결과는 상황 탓, 남의 탓, 조상 탓, 묘자리 탓 등의 외부적 요인에 돌리는 경향이다. 그런 우울증 환자들은 이와는 반대의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 개정된 무기력 이론의 골자다.

아브람슨 등은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을 비교 실험했다. 사람을 피험자로 하여 소음이나 풀 수 없는 문제를 주어 실패 경험을 하게 하는 실험을 했을 때 동물과는 다른 심리적 과정을 발견했다. 즉 사람은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원인을 질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 과정은 사회심리학에서 어떤 결과의 원인을 추정하는 귀인 현상과 유사하게 통제불능 상태는 자신 때문인지 아니면 외부적 상황 때문인지 판단하는 귀인 방향에 따라 무기력 양상이 달라짐을 발견했다.

이러한 발견에 근거하여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은 독특한 인지적 특성을 지니며, 이러한 인지적 특성은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설명하는 귀인양식에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아브람슨의 주장에 따르면, 우울증에 취약한 사람들은 실패 경험에 대해 내부적, 안정적, 전반적으로 귀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3가지 귀인 양식은 우울증의 3가지 측면과 관련되어 있다. 즉 실패 경험에 대한 내부적-외부적 귀인은 자존감 손상과 우울증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며, 안정적-불안정적 귀인은 우울증의 만성화 정도와 관련되고, 전반적-특수적 귀인은 우울증의 일반화 정도를 결정한다. 이러한 관계를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실패 경험에 의한 우울증 증진이다. 성적 불량, 사업실패, 애인과의 결별 등 실패 경험에 대해 능력부족, 노력부족, 성격적 결함 등의 내부 귀인을 하면 자존감에 손상을 입고 우울감이 증진된다. 그러나 같은 실패 경험이라도 잘못된 시험문제, 전반적 경기불황, 애인의 변덕스러움 등 외부에 귀인하면 자존감의 손상은 줄어든다. 즉 실패한 결과는 자신의 부정적 요인 때문으로 평가하는 경우에만 자기책망을 통해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우울증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둘째, 실패 경험에 대한 안정적 귀인이 우울증의 만성화와 장기화에 영향을 끼친다. 실패 경험을 능력 부족이나 성격 결함과 같은 안정적 요인에 귀인하면 무기력과 우울감이 장기화될 수 있다. 능력이나 성격은 쉽게 변화될 수 없는 지속적 요인이며, 이런 요인에 문제를 보이면 부정적 결과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를 노력부족 등과 같은 일시적 불안정 요인에 귀인하면 일시적으로 무기력할 수 있으나 곧바로 회복된다. 반면 실패 경험에 대한 전반적-특수적 귀인은 우울증 일반화에 영향을 끼친다. 즉 실패 경험을 능력부족, 성격 전체 문제 등의 전반적 요인에 귀인하면 우울증이 전반적 상황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적하락이 수학과 관련된 능력에만 문제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 지적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전반적 귀인을 하면 수학 시험 뿐 아니라 모든 과목의 시험에서 무기력한 행동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울증 환자들은 귀인에서 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즉 실패 경험에 대해 지나치게 내부적, 안정적, 전반적 귀인을 하는 반면, 성공 경험은 지나치게 외부적, 불안정적, 특수적으로 귀인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우울을 유발시키는 귀인(depressogenic attribution)인 것이다. 다만 귀인방식은 그들에게 비현실적으로 왜곡되는 점에서 일종의 귀인 오류(attributional error)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는 좋은 일은 자신의 탓으로, 나쁜 일은 남의 탓으로 돌리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울증의 귀인 이론에 따르면 나쁜 결과를 모두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지나친 양심적 태도도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지는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긍정적 결과에 대해 자신보다 남에게 공적을 돌리는 겸손한 사람인 경우도 많다. 이들은 이러한 우울 유발적인 귀인을 계속하면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만 많은 삶이 되어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이런 점에서 우울증의 귀인 이론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각자 몫만큼 책임지는 공정한 귀인이 바람직함을 보여준다.

3) 무망감 이론

우울증의 귀인 이론만으로 우울증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이러한 귀인양식이 적용되는 부정적 생활 스트레스도 우울증 유발의 중요한 요인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1988년 아브람손과 그의 동료들은 스트레스-취약성 모델을 수용하여 무망감 이론(hopelessness theory)으로 발전시켰다.

이 이론에서는 무망감(hopelessness)을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결과의 발생에 대한 부정적 기대와 이러한 결과의 발생에 대한 무력감’이라 정의하면서, 우울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이러한 무망감은 구체적인 부정적 생활사건에 대한 내부적, 안정적, 전반적 귀인에 의해 생겨나기 때문이다. 즉 우울을 유발하는 귀인 양식을 우울해지기 쉬운 취약성으로 간주하며, 부정적 생활사건이 발생하며 이러한 귀인 양식이 적용되었을 때 무망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무망감 이론은 우울증을 발생시키는 무망감이 생겨나기 위해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 생활사건과 취약성 등의 우울의 유발적인 귀인양식이 있어야 한다는 스트레스-취약성 모델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5. 우울증의 치료를 위한 행동치료의 기법

행동치료는 우울증에서 긍정적 강화를 중요시한다고 했다. 이는 우울증 환자의 생활 속에서 긍정적 강화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유다. 이를 위해 행동치료는 우울증 환자들이 어떻게 일상생활 속에 즐거움과 긍정적 경험을 잃어버렸는지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 우울증 환자가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재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목록을 구성하여 실행하도록 돕는다. 이때 조작적 조건형성에서 얻어진 결과는 실생활에 많은 함축성을 가지고 있다. 조작적 조건형성은 두 종류의 강화로 이뤄지는데, 하나는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로 음식, 칭찬, 토큰과 같은 바람직한 보상을 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유기체를 고통스럽게 하거나 불쾌하게 만드는 부정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다. 부정적 강화는 우울증 유발과 관련이 있기에 우울증 치료는 부정적 강화를 긍정적 강화로 바꾸는 작업이다. 긍정적 강화를 증가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목록은 다음과 같이 매우 다양한데, 이는 그대로 치료기법이다.

1) 자기규제 학습 기법

자기규제 학습은 행동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치료 작업이다. 사람들은 사회화에 따라 외적 보상과 벌에 덜 의존하고 자기 규제의 패턴을 확립하는 편이다. 자신의 내적 기준을 설정하고 거기에 따라 자기 스스로에게 보상과 벌을 준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허물이라 생각되지 않는 것을 자신은 도덕적 허물이라 스스로 비판한다. 이는 자신의 행동이 기준에서 어긋났기 때문에 스스로 처벌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규제는 스스로에게 긍정적이든 친사회적 행동으로 학습되면 더욱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자기의 생활의 관찰이 우선돼야 한다.

자기 생활의 관찰(self-monitoring)은 우울증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방법이다. 그들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정리해 보는 방법이다. 이런 관찰을 통해 그들은 어떤 요일 어떤 시간대에 주로 어떤 상황에서 우울 감정 또는 유쾌 감정을 느끼는지 자각할 수 있다. 에스키모 소녀들은 사냥하고 하얀 눈으로 집 짓는 기술에 대하여 어떻게 교육을 받는지 관찰만 하다가도 비상시에는 소년들만큼 잘하지는 못하지만 동일한 기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소녀들은 그러한 기술을 연습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소년들만큼 잘 숙련되지는 않았지만, 단지 관찰만으로도 그 기술들을 습득하는 것이다. 이는 관찰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실례다.

2) 잘못된 습관의 제거 기법

행동치료의 하나로 잘못된 습관제거가 있다. 잘못된 습관은 도피행동과 회피행동이 대표적이다. 일상생활의 많은 인간행동이 조작적 도피와 조작적 회피의 학습된 형태로 보인다. 때로 낯선 사람의 출현은 부정적 강화로 되어 도피를 원할 것이다. 이때 어린아이라면 도피를 위해 여러 동작을 보이다 결국 어머니 다리 사이에 머리를 감춤으로써 낯선 사람을 보지 않으려 하거나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런 아이는 일단 부정적 강화로부터 도피하는 방법을 발견하면 다른 상황에도 같은 행동을 일반화시킬 것이다. 도피적 행동은 하나의 습관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불안이나 우울증을 일으키는 사건에 대한 많은 방어들도 조작적 도피나 회피의 형태로 나타난다. 비난 받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은 종종 그들의 행동을 지나칠 정도로 사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용서를 빌었을 때 어머니는 비난을 멈추고 애정을 주었던 경험같이 과거에 불안으로부터 도피하는 성공적 방법으로 조건 형성된 조작적 행동의 형태다. 이는 잘못된 습관제거가 조작적 조건형성론에 근거를 두는 이유다.

3) 점진적 과제의 수행 기법

행동치료에서 점진적 과제의 수행((graded task assignment)은 일상의 행동 태도이자 치료기법이다. 그리고 점진적 과제의 수행은 환자 치료를 유도하면서도 성취를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성취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여 포기하는 과제를 치료에서는 성취 가능한 여러 하위 과제로 나누어 점진적으로 실행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때 학습에서 획득과 수행 사이의 구별은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동이 성역할을 학습하는 과제를 수행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들은 두 성(性)에 관계된 행동을 모두 학습한다. 그러나 보통 그들 자신의 성에 적합한 행동만을 수행하는데, 그렇게 하도록 강화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과제 수행에서는 긍정적 체험의 평가와 계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긍정적 체험의 평가(mastery and pleasure techniques)는 생활 속 긍정적 체험에 주의를 기울여 기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매일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그때마다 느낀 성취감과 즐거움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계획적 활동(scheduling activities)은 매일 시간대별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워 생활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무계획적으로 생활하여 과중한 심리적 부담과 좌절을 경험하는 우울증 환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4) 사회적 기술훈련의 기법

사회적 기술훈련(social skill training)은 우울증 환자를 위한 중요한 기법이다. 이 기법은 대인관계 상황에서의 우울증 환자들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시나 거부를 당하는 행동을 변화시켜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고 긍정적 강화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인기술을 학습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우울증 환자들은 흔히 사회적 기술이 미숙하여 사회적으로 인기도 없고 고립되는 등 대인관계에서 긍정적 강화를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치료자는 타인과 친밀하고 보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인관계 기술을 학습시켜 사회적 강화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여기에는 자신의 요구와 권리를 분명하게 주장할 뿐 아니라 타인의 무리한 요구를 적절하게 거절하거나 타인의 불쾌한 행동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자기주장 훈련(assertive training), 생활 속 다양한 상황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문제해결 훈련(problem solving training), 갈등 상황에서 적응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학습하는 대처기술 훈련(coping skill traing)등을 통해 우울증 환자의 부적응적 행동을 변화시킨다.

6. 결론: 행동치료 기법, 실제 생활에 유용

지금까지 우리는 우울증과 관련하여 행동치료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행동치료는 행동을 수정하여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행동 수정의 기본적 입장은 모든 행동에는 법칙이 존재한다고 보는데, 행동과 환경 사건 간의 기능적 관계를 분석하여 이 원리를 바꾸주는 것이다. 행동수정 속에는 뇌전두엽 절제술이나 야생 적응훈련과 같은 극단적 방법도 포함되는데, 통상 행동치료, 인지행동 치료와 혼용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행동 수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각 개인의 행동을 측정 가능한 행동 용어로 문제를 정의하고, 부적응 행동을 유발시키는 환경을 분석한 후, 이를 수정할 수 있는 기능적 환경 사건들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때 행동 수정에 대한 결과는 중재 전후의 행동을 측정함으로써 보다 과학적으로 문제 행동의 변화 정도를 제시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행동수정은 오늘날 일상생활이나 학습 영역에까지 널리 적용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개인의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원책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시각에서 행동치료는 개인의 부적응 행동을 변화시키고 보다 기능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문제 행동에 대한 정의, 행동 분석을 위한 평가, 다양한 행동 수정기법에 대한 지식과 윤리적 의식 등이 갖추어진 전문가 혹은 준전문가에 의해 행동수정이 실행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행동치료는 환자를 우울하게 만드는 행동 변화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도록 돕는 방법이었다. 오늘날 행동치료의 효과는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으나, 치료 효과에서는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근래 인지행동치료(cognitive-behavior therapy)라는 이름으로 인지치료 기법과 병행하는 것도 일반적 추세다. 행동치료가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우울증을 치료했던 점에서 이해된다. 실제 행동치료는 비교적 간단한 치료이면서도 실제 생활에서 많이 활용된다. 환자가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는 심리 및 정신작용을 의미했다. 잘못된 행동이 심리적 문제를 유발하는 것과 아울러 바람직한 행동은 건강한 심리를 형성한다는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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