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외우면서 한 해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우리 신앙인들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예배 때마다 구약의 시편(150편)을 자주 읽는다. 다윗이나 솔로몬이 2700여년 전에 써놓은 것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감동적이다. 또 간절한 기도요, 정성스런 찬양이요, 절실한 통회 자복의 글이다. 구약의 시편은 말할 것도 없지만 동서양 문인들의 시에도 신앙적이고 교훈적인 것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몇 편을 읽으면서 한 해를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먼저 ①Henry W. Longfellow의 「인생찬가」(A Psalm of life)를 읽어보자. “비통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하지 말라. 인생은 한낱 허황된 꿈일 뿐이라고, 잠든 영혼은 죽은 것이며 세상 만물은 보이는 대로의 것이 아닌 것이거늘/ 인생은 실재하는 것, 인생은 진지한 것, 무덤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란다. 당신은 본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것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우리 인생에 주어진 목적이나 길은, 향락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다. 행동하라, 그것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찾게 해 주리니/
예술은 길다. 그러나 세월은 쏜살같이 가 버린다. 우리의 심장은 힘차고 용맹스럽지만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천으로 감싸놓은 북처럼 무덤으로 가는 장송곡을 울리고 있다/ 세상이란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이란 야영지에서, 말 못하고 쫓겨 다니는 짐승같이 되지 말고 투쟁하여 승리하는 영웅이 되거라/ 아무리 즐거운 것일지라도 미래는 믿지 말라. 죽은 과거는 자기의 죽음을 묻어두게 하라. 행동하라 살아있는 현재에 일어나 행동하라 우리 안에는 심장이, 머리 위에는 하나님이 계신다/
위인들의 생애가 우리를 일깨워주노니 우리도 자신의 삶을 고귀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난 뒤 시간의 모래판에 우리 자신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으리니/ 어쩌면 먼 훗날, 인생이라는 장엄한 대양을 항해하다가 난파당해 절망에 빠진 어떤 형제가 보고, 다시 새로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발자국을/ 자 이제 우리 일어나 행동하자. 어떤 운명도 헤쳐 나갈 수 있는 기상으로 끊임없이 성취하고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노력과 함께 또한 기다리는 것도 배우자”
②롱펠로우의 또 다른 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를 더 읽어보자.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나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온갖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나 마음을 하늘로 열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사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로운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사람으로 사는 사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로운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인격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아침 햇살에 투명한 이슬로 반짝이는 사람,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온화한 미소로, 마음이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결코 화려하지도 않고 투박하지도 않으면서 소박한 삶의 모습으로 오늘 자기 삶의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
③또 尹東柱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아온 한 해를 정리해 보고 싶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 하루를 온 힘을 다하여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가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에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④정철의 송강가사 한 편도 읽어보자. 觀花色 明月色 雖云好 不如家族和顔色 彈琴聲 落棋聲 雖云好 不如兒孫讀書聲/ 꽃구경, 달구경 아무리 좋다 해도 가족들이 화합해 웃는 것만 못하고, 가야금소리 바둑 두는 소리 아무리 좋다 하여도 집안 자손들의 책 읽는 소리만은 못하네.
⑤空虛 스님과 김삿갓 시인이 주고받은 詩談도 멋있다. “청산에 사니 구름은 공짜로 얻게 되네(空虛) 물가에 찾아오니 고기는 절로 따라오오(김삿갓) 달도 희고 눈도 희고 하늘과 땅도 희네(空虛) 산이 깊고 밤이 깊으니 나그네의 근심도 깊소(김삿갓)
시 한 편쯤 외우면서 한 해를 정리하는 것도 멋스러워 보인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