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연말까지 하나님께서 보살펴 주실 것이다(신11:12). 우리는 샘 곁의 무성한 가지로 그 가지가 담을 넘어갈 것이다(창49:22). 새해를 맞이하여 하나님의 강복을 누리며 우리의 소원을 간절히 아뢰이고 싶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동안의 꿈을 이루어가는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원히 머물게 하소서. 응당 할 일을 안 하면 응당 안 해야 할 일을 하게 되고, 응당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으면 응당 있어선 안 될 자리에 있게 되며, 응당 해야 할 말을 안 하게 되면 응당 해선 안 될 말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소서. 작은 것을 얻든지 큰 것을 얻든지 기쁨을 같게 하시고, 일상생활의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에서 깊은 감사를 발견하게 해주소서.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써 나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을 단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시고, 생각을 빛나게 하며 웃음이 많게 하소서. 기쁨이 있는 곳에 찾아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이 있는 곳에 찾아가 같이 슬퍼하게 하소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게 하시고, 내가 상처를 입었을 땐 빨리 치유해 주소서. 이전에 나의 어리석음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었거나 상처 입힌 일이 있으면 기억나게 하셔서 빨리 사과하고 용서받게 하소서.
인내하게 하소서.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닫게 하시고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적극적인 인내이게 하소서. 용기를 주소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주시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투명하게 하소서. 왜곡이나 거짓이나 흐림이 없게 하시고 무엇이 내 마음을 통과할 때 그대로 지나가게 하소서. 그때 무엇인가 덧붙는다면 그것은 사랑이나 이해나 감사나 희망이게 하소서.
약속을 조심스럽게 하게 하소서. 그 자리에서 순간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잠시 미루게 하시고 순간의 감정에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음악을 듣게 하시고, 햇빛을 좋아하게 하시고, 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하소서. 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여 듣게 하시고 지켜야 할 비밀은 끝까지 지키게 하소서. 훌륭함을 알게 하시고 그 훌륭함의 핵심에 접근하게 하소서.
사람을 대할 때 외모나 학력이나 출신으로 평가하지 아니하고(삼상16:7), 그 사람의 참된 가치와 의미와 모습을 빨리 깨닫게 하소서. 사람과의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生者必滅 會者定離)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하소서. 시간을 아껴 쓰게 하소서. 하루 해가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내 앞에 나타날 내일을 설렘으로 기다리게 하소서. 나이가 들어 쇠약해질 때도 삶을 허무나 후회나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지혜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과 안정을 좋아하게 하소서.
삶을 잔잔하게 하소서. 그러나 폭풍이 몰려와도 쓰러지지 않게 하시고, 고난을 통해 성숙하게 하소서. 그리고 그 이후에 오는 잔잔함을 새롭게 감사하고 이전보다 더 깊은 평안을 누리도록 하소서.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고 햇살이 좋은 날은 며칠쯤 그 계절을 완전히 그리고 색다르게 느끼게 하소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가정의 기쁨을 늘 가슴에 품게 하시고 이런 마음을 전할 기회를 자주 허락하여 주소서.
건강을 주소서. 그러나 내 삶과 생각이 건강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일하는 동안에는 열정이 식지 않게 하시고 열정이 식어갈 때는 미련 없이 다음 사람에게 일을 넘겨주고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질서를 지키고 원칙과 기준이 확실하며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도록 하시고 성공한 사람보다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언제 어디서나 사랑만큼 쉬운 길이 없고 사랑만큼 아름다운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 늘 그 길을 택하게 해주소서(아멘).
2011-2012년 송구영신예배 때 알프레드 테니슨이 지은 ‘울려라 힘찬 종이여’라는 시를 읽었는데 이 또한 새해의 소망을 담은 기원 시이다. “울려라 힘찬 종이여, 거친 창공에 날아가는 구름에, 싸늘한 빛에 오늘 밤으로 이 해는 지나가버린다. 울려라 힘찬 종이여, 이 해를 가게 하여라. 낡은 것 돌려보내고 새로운 것 울려 맞이하라. 울려라 기쁜 종소리여, 흰 눈 저 너머 해는 이제 저무노니, 이 해를 울려 보내라.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으라.
울려 보내라. 이 세상에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가슴에 번지는 이 슬픔을,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반목을 울려 보내고 만민의 구제를 울려 맞아라. 울려 보내라, 이윽고 사라질 주장과 당파의 나쁜 습성인 그 다툼을 그리고 울려 맞아라, 보다 드높은 삶의 방법을. 보다 아름다운 예절, 보다 깨끗한 도덕을 지켜라. 울려 보내라, 이 세상의 결핍과 고뇌와 죄악을 그리고 싸늘한 불신의 마음을.
울려라, 울려 퍼져라, 내 애도의 노래를. 울려 맞아라, 보다 오묘한 노래를. 울려 보내라, 내 안의 자랑과 지나친 신념을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의 증상과 모략을. 울려 맞아라, 진실과 정의의 사랑을. 울려 맞아라, 한 없이 선한 사랑을. 울려 보내라, 세상에 있는 고질병 전부를. 울려 보내라, 마음에 꽉 찬 황금의 욕망을. 울려 보내라, 지나간 수천 번의 전쟁을. 울려 맞아라, 영원한 평화를. 울려 맞이하라, 용기와 자유 그리고 사랑 보다 관대한 마음과 따뜻하게 보듬는 자비의 손을. 이 나라의 어둠을 보내라, 울려라. 울려라! 오시는 그리스도를 정성껏 맞이하기 위하여!”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