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정말 여성을 무시했을까, 아니면 오해일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50년간 바울 연구한 老학자의 바울 입문서 <살아있는 바울>

살아있는 바울
앤토니 C. 티슬턴 | CLC | 288쪽 | 14,000원

“많은 사람들이 사도 바울을 다시금 생명력 넘치도록 마주쳐, 일반적인 오해로 말미암아 예수와 바울 사이에 생긴 거리를 메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바울은 여성 혐오자가 아닐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유익이 되는 다양한 실제적인 논제들을 제공합니다. 너무나도 많은 허황된 신화들이 바울을 둘러싸고 있었기에 그것들을 타파하려고 했습니다.”

50년 넘게 사도 바울을 연구하고 가르쳐 온 英 노팅햄대학교 앤토니 C. 티슬턴 교수가 <살아있는 바울(The Living Paul·CLC)>을 펴냈다. 저자는 방대한 분량으로 바울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단순화시키지 않고도 사람들이 쉽게 바울을 접할 수 있도록 3백쪽 분량의 입문서로 이를 정리했다.

제목대로 티슬턴 교수는 자신을 비롯한 다양한 학자들의 최신 연구자료를 동원해 곳곳이 ‘빈칸’으로 남겨져 있는 바울의 삶과 그의 신학을 재조명하고, ‘2천년 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피부에 와 닿도록’ 소개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3D 입체영상’까지는 아니지만, 바울이 2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이나 이 사회가 고민하는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바울이 오래 전에 죽어 동떨어져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바울이 자기 자신을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에 관한 ‘올바른’ 관점을 살펴보는 신학자인 것처럼 여기고 그저 단순하게 ‘주(主)’,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등의 여러 신조적인 호칭들을 사용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라며 “이런 용어들이 상태를 암시한다 해도, 일반적으로 그 용어들은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책은 예수님, 하나님, 삼위일체, 성령, 인간, 인간 소외, 죄, 사역, 칭의와 율법, 교회, 말씀, 세례와 성찬식, 윤리와 그리스도인의 생활 방식, 부활과 심판, 포스트모더니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바울의 관련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바울에 대한 오해로 저자는 ‘여성’에 대한 시선을 든다. 고린도전서 14장 33-36절에서 바울이 여성에게 예배 중 침묵을 지키라고 했던 부분에 대해 저자는 “아마 이것은 거짓 예언과 진짜 예언을 감별하는 특별한 경우였을 법하다”고 전한다. 오히려 예수님처럼 바울도 여성의 지도적인 역할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시대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여성을 ‘사람’처럼 대했다.

바울은 겐그레아교회 일꾼 뵈뵈를 추천하면서 “우리 자매, 존중히 여기는 자”라 불렀고(롬 16:1-2), 유니아는 “사도들에게 존중히 여겨지는 자”였다(롬 16:7). 여성이 공중 기도와 ‘예언’을 하는 전통을 지키는 교회를 칭찬하는 장면도 있다(고전 11:2). 특히 당시 사람들이 여성은 단지 남성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일 뿐이라 보고 있을 때, 바울은 성적인 관계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똑같이 기쁨을 준다고 언급하며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고전 7:3-5). 별거하거나 이혼한 부부들(고전 7:12-16),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고전 7:25-31, 36-38)에게 목회적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여러 오해들이 오늘날 ‘살아있는 바울’을 못 보게 한다

그리스도에 대한 바울의 관점을 다룬 기사나 책은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바울의 관점을 다루는 책이 거의 없다는 지적도 ‘일리 있다’고 수용하면서 “이는 놀라운 일”이라고 답한다. 바울 서신은 늘 하나님께 기도드림으로 시작되고, 로마서에는 정관사(the)와 그리고(and)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님(Theos)’이기 때문이다. 한 신학자에 따르면 ‘하나님’은 로마서에서 153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바울 신학의 새 관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자는 샌더스와 제임스 던의 ‘새 관점’에 대한 가장 최근의 체계적 비판으로 김세윤 교수(풀러신학교)의 <바울신학과 새 관점>을 꼽으면서 “던과 김세윤의 논쟁은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믿지 않는 ‘율법의 행위’들에 부분적인 관련이 있다”고 전한다.

던은 유대인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독특한 율법, 즉 다른 민족들과 달리 하나님께 ‘구별된’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을 특징짓는 한에서 ‘새 관점’을 따르는데, 김세윤은 던의 해석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바울이 말하는 율법의 행위들은 일반 율법을 지키는 선한 행위라는 것을 이해할 때만, 우리는 그가 갈라디아서 3-4장과 로마서 7-8장에서 율법 문제를… 논쟁적으로 다루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응수한다. 저자는 “이 맥락에서 바울이 말하는 믿음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구원의 믿음이며, 이는 바울이 ‘성령의 은사들’을 언급할 때와 같은 특별한 은사가 아니다”며 “야고보서에서 ‘사람이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믿음으로만은 아니다(약 2:24)’는 구절은 바울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바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오해도 있다. “희망에 대한 바울의 근거를 세속적 진보주의와 혼동하는 것”인데, 저자는 이를 “희망은 인간의 역량에 놓인 것이 아닐 뿐더러 종교적인 구도나 공적에도 있지 않고, 묵시론자들이 믿었던 바와 같이 희망은 오직 하나님께만 그리고 그 분의 변화시키고 창조적인 행위에 초점을 두게 된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와 함께 ‘숨쉬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바울의 관련성으로는 “많은 포스트모던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바울은 최소한 그리스도인들을 위해서라도 로마제국의 권세를 비롯하여 우주를 지배하는 ‘권세들’에 대한 신화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는 권위와 전통을 적대시하고 개인의 자율을 중시하는 ‘근대성’에 비판적이었을 테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원성과 상대주의에 대해서도 똑같이 비판적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책의 역자인 윤성현 씨는 “독자와 바울, 저자와 독자 간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바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바울과 우리는 텍스트를 통해 계속 살아서 발전하는 이해를 공유해야 하고, 따라서 바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여전히 진리의 담지자로서 우리의 목자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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