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노무현 후보 당시, 불교-기독교 관련 공약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획연재] 이명박 정부의 정치와 종교(1)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

본 원고는 지난 3월 28일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주최 제16회 영익기념강좌에서 박명수 교수(공공정책 포럼 대표)이 발표한 ‘이명박 정부 시대의 정치와 종교: 불교와 기독교를 중심으로’입니다. 본지는 당시 강좌 주요 내용을 보도했으나, 전체 내용을 알고 싶다는 독자들의 문의에 따라 이를 몇 차례에 나눠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들어가는 말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다.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선거에서 각 정당은 각종 단체들을 향해 득표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주장한다. 유권자들은 여기에 근거해 각자 나름대로 판단을 거쳐 투표에 임하게 된다.

한국에서 선거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교이다. 종교만큼 전국적으로 조직망을 가진 단체가 많지 않고, 결속력 있는 집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 때만 되면 각 당 후보자들은 종교단체의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 종교단체가 갖는 위상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많은 종교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 종교단체와 정당 후보 간에는 대화와 정책이 오고 간다. 각 종교마다 자신의 입장을 후보에게 전달하고 지지를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후보는 이것을 정당의 정책에 반영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는 공약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집권한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많다.

최근 한국 사회의 종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교편향이다. 특히 불교는 기독교 장로인 대통령이 자신의 신앙을 내세워 기독교 편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기독교인들은 실제로 한국 기독교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역차별을 받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불교를 편향지원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 종교편향을 이슈로 내세운 것은 불교이다. 불교계는 오랫동안 자신들이 정치에서 기독교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편향이 현 정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본 논문의 목적은 이명박 정부 시대의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아직 이명박 정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시대의 정치와 종교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치와 종교의 관계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중간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 시대에 이루어진 것들이 모두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가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게 법률이 제정되고 예산이 집행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특정종교가 국회에 직접 영향을 미쳐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불교와 기독교를 중심으로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살펴보려 한다. 왜냐하면 이 두 종교가 가장 많은 이슈를 가지고 정치권과 협상을 했기 때문이다.

I. 대통령 선거, 불교와 기독교의 대응

한국의 여러 종교 가운데 정부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종교가 바로 불교이다. 불교는 문화재, 전통사찰 등과 관련해 정부와 직접적인 관계를 갖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예를 들면 문화관광부 종무실에 1과와 2과가 있는데, 1과가 바로 불교 전담부서이고, 다른 종교는 다 합해서 2과가 담당하고 있다. 이것은 불교가 정부와의 관계에서 얼마나 업무가 많은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불교와 정부 간에는 많은 업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정부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불교는 선거에도 큰 관심을 가져왔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일찍이 불교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책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새천년민주당은 1997년 대선 때도 불교발전을 위한 10대 공약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것이 2002년 대통령선거에는 더욱 확대되었다. 실제로 여기에 먼저 시동을 건 것은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였다. 부산이 지역 기반인 노무현 후보는 부산 불교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으며, 2002년 12월 4일 총무원을 방문하고, 9일에는 민주당 내에 불교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불교와의 대화에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노무현 후보는 12월 11일 불교정책 10대공약을 발표하였다.

노무현 후보가 발표한 불교정책 중 가장 중요한 핵심공약은 바로 북한산 관통 외곽순환도로와 금정산 관통 고속철 백지화이다. 불교는 환경파괴와 수행환경 침해라는 명목으로 정치권을 압박하였다. 특별히 북한산에 사는 도룡뇽을 살려야 한다는 환경보호운동은 대외적인 많은 관심을 촉발시켰다. 이외에도 문화행정에 있어 불교 인사의 참여, 남북불교 교류사업 활성화, 미륵사/황룡사 복원, 불교문화재 보존예산 확대, 비지정 불교문화재 전면조사, 문화재사범 전담반 설치, 불교청소년 수련관에 대한 정부지원, 불교문화정보사업 추진, 조계사 문화지구 지정 등이다.

이렇게 노무현 후보가 불교계에 불교정책 10대 공약을 발표하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도 한국불교 발전을 위한 12대 문화정책 공약을 발표하였다.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이 전통문화 보존을 매우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노무현 후보보다 더 많은 공약을 내어 놓았다. 다음은 그 주요 내용이다.

1) 북한산, 금정산 관통도로의 재검토(폐지가 아님) 2)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문화재청장 차관급 승격 3) 대통령비서실에 전통문화담당관 신설 및 불교인 임명 4) 황룡사·미륵사 등 전통사찰복원 5) 군종장교에 있어 종교간 형평성 유지 6) 조계사 일대에 문화지구 지정 7) 전국 사찰 소장 비지정 문화재 보호 및 관리지원 8) 전통사찰 정비 및 문화재 보수비 증액 9) 국립공원 및 문화재 관람료 대책 마련 10) 초파일, 연등행사, 템플스테이 등 일반 사찰 국고지원 확대 11) 국가 소유 불교문화재 반환 추진 및 전통문화 정보화 지원 12) 불교방송 전국 지방망 확충 지속적 지원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 보면 전자가 북한산 및 금정산 관통도로의 폐기를 분명하게 약속한 반면에, 후자는 다른 측면에서 불교에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2007년 치른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런 정치와 불교의 관계는 밀접해졌다. 여기에서 주도권을 쥔 것은 불교였다. 특별히 불교의 대선에 대한 대책은 매우 치밀했다. 불교는 자신들의 정책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2007년 6월 불교정책기획단을 만들고, 각 분야별(불교관계법, 환경/생태, 국제사회, 불교문화콘텐츠, 남북 불교, 문화/문화재, 교육/청소년, 사회/복지, 불교/미디어) 토론회를 거쳐 불교정책보고서와 불교정책자료집을 만들어 각 후보들에게 전달하였다. 불교에서는 불교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후보들에게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대선 후보들을 초청하여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2007년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종교 문제였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여기에 기독교인인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에 출마하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에 출마하자 불교계에서는 염려하는 소리가 있어왔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이런 불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불교정책 7대 공약이라는 것을 발표하였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불교정책보고서에서 상당한 부분 취사선택하여 정책을 만든 것이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는 2007년 11월 13일 불교종단협의회에 참석해서 불교정책 7대 공약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1) 불교문화재 유지 보수를 위한 정부예산증대 2) 연등축제를 국가전통문화축제로 지정 3) 국제불교문화교류센터 건립지원 4) 10·27 법란 특별법 제정을 통한 불교계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추진 5) 불교인이 임명되는 전통문화담당 보좌관 제도 신설 6) 남북 불교교류와 북한 불교문화재 복원사업지원 7) 가칭 불교전통문화연구소 설립 등이었다.

여기에 맞서 19일 뒤 통합민주당의 정동영 후보도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주최한 불교정책 간담회에 참석하여 불교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보면 1) 종교편향과 근절에 대한 법제화추진 2) 불교관련 각종 규제법을 전통사찰 보존법으로 일원화 3) 문화재청에 불교문화재과 설치 4) 10·27 법란 진상규명과 피해보상법 추진 5) 템플스테이를 위한 ‘관광진흥개발법령’ 개정 6)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 권역을 자연·문화 복합 유산보호 지구 내정 7) 불교 문화축제의 국제화 지원 및 불교 전통의식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 추진 8) 전통사찰 종합방재 시스템 구축 9) 불교문화재 불교박물관에서 관리지원 10) 경주 황룡사, 익산 미륵사 복원 사업 11) 표충사 사명대사 현창사업확대 및 융건능, 용주사 효 문화지역 공원설립 지원 추진 12) ‘한반도문화재보호재단’ 설립 추진 13) ‘세계불교문화교류협력단’ 설립추진 등이 있다.

대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다음에도 불교계는 이 후보가 불교계와 약속한 것을 이행하도록 강하게 압박하였다. 대선이 끝난 1월 23일 “불교계-대통령인수위원회 정책간담회”를 개최하여 한나라당이 발표한 불교정책을 재확인하고, 이것을 실천하기 위한 정책제안을 전달하였다.

그러면 한국 기독교는 정치권에 무엇을 요구했는가? 한국 기독교가 정부에 요구한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었다. 김대중 시대를 지나가면서 한국 기독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해서 염려하기 시작했고, 정부의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노무현 정부를 보수적인 한국교회는 지지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이명박 후보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충실한 정책을 집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여기서 한국 기독교는 한국의 보수적인 세력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가 이외에 기독교에 대한 특별한 정책을 내세웠는가?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2007년 5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기총 대선정책포럼을 개최하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논의된 것은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지도자가 되어야 하고,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사람을 대통력으로 선출해야 하는가 라는 매우 원론적 이야기에 그치고 말았다.

기독교는 이명박 후보를 초청하여 정책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기독교가 이명박 후보에게 질문한 내용은 주일에 시험보는 문제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으로 기독교만을 겨냥한 정책은 없다. 또한 기독교 단체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요청한 것도 종교단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범종교적인 내용과 북한인권 문제와 같은 보편적인 것이었다. 사실 사학법 개정문제나 사회복지법인 문제와 같은 현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독교는 이것을 선거와 연관해 이슈화시키지는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 기독교는 불교와 같이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정치권으로부터 약속받지 못하였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교회사, 공공정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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