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도 학생선발시 ‘종교 제한’ 두지 마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대교협 권고안에 설립정신 훼손과 잡음 우려

최근 교육당국이 국내 각 신학대에 “일반전형 학생선발시 종교에 제한을 두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 동안 ‘기독교인’으로 신입생 자격을 제한했던 신학대들은 이 같은 조치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자칫 학교의 설립정신까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지난 해 말 각 대학들의 2013년 신입생 입학전형을 검토하면서, 신학대 일반전형 선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별전형과 달리 일반전형에선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함에도 신학대가 ‘기독교인’ 학생만을 뽑는다는 것이었다.

▲한 신학대학교의 입학식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한 신학대학교의 입학식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대교협의 이런 입장이 전달된 후 신학대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독교인이 아닌 학생이 입학할 경우 채플거부 등 잡음이 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학교의 설립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총신대는 그 동안 일반전형에서 ‘기독교 세례교인인 자’로 지원 자격을 못박아 왔고, 신학과의 경우 교단 배경도 학교가 속한 예장 합동으로 규정했었다. 타 신학대들 역시 대동소이하다.

권고안 거부할 경우 모집정원 10% 감축 불가피
교계 “입학 원하면 학생이 대학 기준에 맞춰야”

그러나 대교협은 고등교육법 시행령(34조 1항)에 따라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시행령은 일반전형을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교육적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대교협은 신학대들의 반발에도 불구, 지난 3월 ‘일반전형에선 종교적 제한을 두지 말라’고 통보했다. 다만 신학과는 비교적 기독교적 색채가 뚜렷해 예외로 했다.

이에 신학대들은 대부분 ‘절충안’을 대안으로 정한 상태다. 대교협의 권고를 따르면서도 학교의 선발권을 완전히 잃지 않는 방법인데, 바로 일반전형을 특별전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총신대와 서울신대 등 주로 종합대적 성격을 띤 신학대들이 이런 절충안을 택하고 있다.

총신대 입학담당 한 관계자는 “대교협의 권고사항을 접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일반전형 대신 특별전형으로만 학생을 뽑기로 했다. 기독교인을 선발한다는 것은 교단 신학대인 총신대로선 양보할 수 없는 규정”이라고 말했다. 일반전형을 없앴을 뿐 기독교인을 뽑는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비기독교인 학생이 채플을 드릴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학칙을 바꿔야만 한다. 이단에 소속된 학생이 입학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신입생의 90%를 수시모집으로 뽑고, 나머지를 종교 제한을 없앤 일반전형을 통해 뽑자는 내부적 의견도 있었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모두 특별전형으로 돌렸다”고 덧붙였다.

서울신대 담당자 역시 “신학과를 포함해 기독교 관련 학과들은 기존 일반전형을 특별전형으로 대체, 기독교인 자격 제한을 유지했고 나머지 학과들은 대교협 권고안대로 자격 제한 없이 학생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장 통합측 산하 신학대인 장신대는 이들보다 강경한 입장이다. 대교협 권고안을 따르지 않고, 과거처럼 일반전형에서도 기독교인 자격 제한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 장신대 입학담당 관계자는 “설립정신을 지키기 위해 학교가 고민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일반전형을 특별전형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 역시 미봉책일 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 박상진 교수는 “대교협 관계자들이 종교사학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면서 “종교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신학대까지 규제하려는 것은 기본적인 종교의 자유를 무시한 처사다. 비기독교인 학생이 채플을 거부할 수도 있는 등 갈등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 신학대의 종교교육은 한법적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쩌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교협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최근 일선 대학들의 차별적 학생선발이 논란이 되면서 신학대도 종교를 이유로 학생을 차별하지 말라는 취지의 권고를 내렸다”며 “대학의 학생선발, 특히 일반전형에 있어선 기본적으로 형평성과 공정성 전제돼야 한다. 신학을 배우고 싶은데도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학대에 진학할 수 없다면 이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대교협의 이번 권고안을 신학대가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신학대는 신입생 모집정원의 10%를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상진 교수는 “학생이 특정 대학에 입학을 원한다면 그 대학이 원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마찬가지로 신학을 배우려는 비기독교인이 신학대에 진학하기 위해선 신대학가 원하는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신학대가 일반전형에서 기독교인 자격 제한을 두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은 마치, 서울대가 정하는 성적 기준에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학생이 입학을 원하므로 서울대는 그런 학생을 위해 성적 기준을 없애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10월 3일 오전 은혜와진리교회 대성전(담임 조용목 목사)에서 ‘제2회 한국교회 기도의 날’이 개최됐다.

“한국교회, 불의에 침묵 말고 나라 바로잡길”

대통령의 비상계엄, 자유민주 헌정질서 요청 목적 국회, 탄핵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증거도 기사뿐 공산세력 다시 정권 잡고 나라 망치도록 둬야 하나 12월 20일 각자 교회·처소에서 하루 금식기도 제안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

이정현

“이것저것 하다 안 되면 신학교로? 부교역자 수급, 최대 화두 될 것”

“한국 많은 교회가 어려움 속에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믿음의 문제다. 늘상 거론되는 다음 세대의 문제 역시 믿음의 문제다.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교회는 부흥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지금도 다음 세대가 살아날 수 있고, 믿음만 있으면 앞으로도 교회…

김맥

청소년 사역, ‘등하교 심방’을 아시나요?

아침 집앞에서 학교까지 태워주고 오후 학교 앞에서 집이나 학원으로 아이들 직접 만나 자연스럽게 대화 내 시간 아닌 아이들 시간 맞춰야 필자는 청소년 사역을 하면서 오랫동안 빠지지 않고 해오던 사역이 하나 있다. 바로 등하교 심방이다. 보통 필자의 하루…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하나님의 법 무너뜨리는 ‘반국가세력’에 무릎 꿇는 일”

윤 정부 하차는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아 지금은 반국가세력과 체제 전쟁 풍전등화 비상계엄 발동, 거대 야당 입법 폭주 때문 대통령 권한행사, 내란죄 요건 해당 안 돼 국민 상당수 부정선거 의혹 여전… 해소를 6.3.3 규정 지켜 선거범 재판 신속히 해야 수…

한교총 제8회 정기총회 열고 신임원단 교체

한교총 “극한 대립, 모두를 패배자로… 자유 대한민국 빨리 회복되길”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종혁 목사, 이하 한교총)이 2024년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혼란과 갈등 속에서 평화와 화합을 소망했다. 한교총은 국제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정치권…

차덕순

북한의 기독교 박해자 통해 보존된 ‘지하교인들 이야기’

기독교 부정적 묘사해 불신 초래하려 했지만 담대한 지하교인들이 탈북 대신 전도 택하고 목숨 걸고 다시 北으로 들어갔다는 사실 알려 북한 군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다 체포된 두 명의 북한 지하교인 이야기가 최근 KBS에서 입수한 북한의 군사 교육 영상, 에 기…

이 기사는 논쟁중

윤석열 대통령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그대에게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광분하는 사람들 잘 알려진 대로 빙산은 아주 작은 부분만 밖으로 드러나고, 나머지 대부분은 물에 잠겨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고 무시되기 쉽다. 하지만 현명한 …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