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의 단계적 철거로 돌아본 의미와 대안
경기도 안양시 교회들의 첨탑이 철거된다. 안양시기독교연합회(회장 박석건 목사)와 안양시청은 강풍에 쓰러질 위험이 있는 지역 교회 첨탑 100여개를 철거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벌써 22개 교회가 안양시의 재정 지원으로 철거를 완료했다. 이와 함께 야간에 십자가 불빛을 자율적으로 끄는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면서 십자가 첨탑에 대한 ‘필요성’ 여부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과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는 견해가 맞물리고 있다. 게다가 안전과 전력 소비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논란거리다. 그러나 대부분은 과거와 같은 천편일률적 첨탑은 지양하되 보다 보완된 ‘상징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첨탑 보고 교회 오는 시대는 지났다
‘교회다움’ 민걸 목사는 “지금까지 교회 첨탑들은 주로 홍보를 위해 세워진 것들이 많았다. 교회가 여기 있으니 오라는 것인데, 교회들마다 경쟁적으로 세우다 보니 갈수록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멀리서 보는 시대가 아닌 가까이서 느끼고 체험하는 시대다. 옛날 방식의 첨탐보다 조각 등 현대 문화를 반영한 상징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 ‘샘물교회’를 개척한 김태경 목사도 “사람들이 십자가 첨탑을 보고 교회를 찾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교회를 알릴 수 있는 본질적인 방법은 봉사와 전도 등 복음을 실천에 옮기는 삶이지 겉으로 드러나는 조형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첨탑이 교회 건물의 건축적 미(美)를 해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소망건축 김정원 대표는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고 첨탑이 교회 건축적인 면에서 좋은 건 아니다”고 했다.
무조건 없애도 곤란… 대안을 찾아야
그러나 한국교회 현실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에도 이들은 동의했다. 김태경 목사는 “그렇다고 첨탑을 모두 없애는 것도 맞지 않다. 상황에 따라 첨탑이 필요한 교회도 있을 수 있다. 안전에 위험을 주는 것들은 수리를 해 보완하는 등 단계적 대책이 요청된다”고 했고, 김정원 대표 역시 “첨탑을 세우는 교회는 대부분 상가교회 등 미자립교회들이다. 이들에게 첨탑은 교회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첨탑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상징을 찾는 데 한국교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교회사)는 “지금과 같은 첨탑은 안정상의 문제도 있고 도시의 외관을 떨어뜨리기에 철거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그러나 없애는 것으로만 끝나선 결코 안 된다. 첨탑을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상징물을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 교회들이 그들의 종교적 상징을 너무 쉽게 없애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교회 첨탑 철거를 결정한 안양시기독교연합회 부회장 환관희 목사는 “안전 문제와 함께 각 교회들이 경쟁적으로 십자가 첨탑을 높였는데, 그것이 비기독교인들에게 자칫 거부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또 첨탑이 허가 없이 세워지는 경우도 많아 안양시와 논의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목사는 그러나 “사실 첨탑문제는 자립교회보다 미자립교회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들은 상가나 지하에 있는 경우도 흔해, 십자가 첨탑이 필요한 면도 있다”며 “문제는 이런 것들이 미적인 면이 고려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세워졌다는 것인데, 이번 철거를 계기로 보다 안전하고 보기에도 좋은 첨탑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양시는 높이를 낮추고 십자가도 LED로 바꾸는 등 새로운 첨탑 모델을 만들어 기존 첨탑을 철거한 교회들에 이를 대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와 25일 ‘에너지 절약과 생산의 실천을 위한’ 업무협약식(MOU)을 맺고, 교회가 LED 조명 설치 등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시설을 설치할 경우 총 사업비의 80% 이내에서 최대 10억원(연 이자율 2.5%, 상환기관 최대 8년, 3년 거치 가능)까지 융자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