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의 성경적 변화 기대하는 건 공상에 불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신학충돌」 최덕성 박사, 보수의 안이함 지적

▲최덕성 박사가 자신의 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표지 삽화는 신학 충돌,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 시한폭탄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다.

▲최덕성 박사가 자신의 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표지 삽화는 신학 충돌,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 시한폭탄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불과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계에선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WCC에 대한 학문적 비판에 앞장서왔던 최덕성 박사(전 고신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기독교사상연구원장)가 그 연구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책 「신학충돌 -기독교와 세계교회협의회」(본문과현장사이, 2012)을 펴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 박사는 WCC의 공식 문서와 활동, 그리고 유급(有給) 전임(傳任) 신학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삼고, 사실과 논리와 학문성에 호소하고 있다. 그는 무려 5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통해 역사적 기독교 신앙과 WCC의 신학은 대립적이며, 배타적 패러다임 때문에 ‘신학충돌’이 불가피함을 논증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WCC의 신학 패러다임을 종교다원주의, 종교대화주의, 종교혼합주의, 사회구원지상주의, 용공주의, 개종전도 금지주의, 로마가톨릭주의, 가시적 교회 일치주의, 신앙고백형식주의, 성경불신주의 등 10가지로 분류해 정리했다. 여기에서 그는 유럽교회와 북미와 대양주의 주류 교회들이 쇠락의 길을 걷는 이유는, WCC가 강조하는 종교간의 대화와 에큐메니칼 신학 등의 영향 때문임을 논증하고 있다.

최덕성박사는 또한 WCC는 로마가톨릭교회까지 포함하는 교회일치운동을 추구해왔으나, 로마가톨릭측이 개신교회를 ‘교회’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1일 오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덕성 박사는 특히 WCC가 한국교회에 가져올 신앙적 혼란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보수 교계 내의 안이한 태도에 대해 거듭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보수·복음주의 교계 지도자들의 대부분은 ‘WCC 선도론(善導論)’, 즉 한국에서의 총회를 계기로 WCC를 성경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 박사는 이에 대해 “공상(空想)에 불과하다”며 “WCC는 역사적으로 자신들에 대한 외부의 지적을 수용해 자신들의 노선을 조금이라도 수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최덕성 박사는 그 증거로 최근 WCC 총무 울라프 트베이트 목사(Olav Tveit)가 한 인터뷰에서 “한국교회는 자기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교회의 경험을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데 주목했다. 몇 달 전, 부산 총회를 계기로 한국교회로부터 겸손히 배우겠다고 말한 것과 극명히 다른 태도다.

최 박사는 “트베이트의 발언의 진의(眞意)는 한국교회가 자기중심적 시각에 사로잡혀 있는 복음주의 또는 개혁주의 신앙과 신학을 버리고 WCC의 신학 패러다임을 수용하라는 뜻”이라며 “이 발언은 WCC가 부산총회를 계기로 복음적·성경적 방향으로 변화되리라는 생각이 착각임을 일깨운다”고 했다.

최덕성 박사는 “무서운 세력은 초기에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암(癌)의 위협적인 힘은 초기에 증상을 보이지 않고, 치유불능의 상태에 이르러 자기를 나타내는 데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도 감염 당시에는 증상이 없다”며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WCC에 우호적인 복음주의자들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점에서 이단보다 더 위해(危害)하다”고까지 일갈했다. “그들은 故 존 스토트 목사 등을 예로 들어 자신들을 정당화하고 있으나, 스토트 목사의 소속 교단 역시 몰락의 길을 걷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박사는 보수 교단 지도자들 중에서도 WCC에 대해 침묵 내지는 동조하는 이들이 많음을 안타까워하며 “보수 교계의 신학적 지각변동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WCC에 대처하는 한국교회의 올바른 자세로 먼저 “WCC 총회 한국 개최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WCC 반대’를 말하지만 이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라며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WCC 철회’를 말해야 한다. 주거지 인근에 유해시설이 들어서려 할 때 주민들이 철회를 요구할 권리가 있듯, 이는 한국교회의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했다.

또한 그는 차제에 올바른 신앙관을 교인들에게 잘 교육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믿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한 박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 원장)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WCC의 신학적 성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역작이다. 저자의 학문작업은 일관성을 지니고 있고, 의도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WCC의 신학과 그로 말미암은 교회의 생명력 상실과 퇴락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원전과 일차자료에 충실한 논의로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한편 최덕성 박사는 자신의 홈페이지(http://reformanda.co.kr/)를 통해 WCC에 대한 강의용 PPT 파일과 동영상 등을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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