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생명윤리협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반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인간 배아 죽이는 낙태약, 여성 건강권 침해와 퇴폐문화 조장 우려”

▲응급피임약.

▲응급피임약.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5일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시도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 측은 “지난 5월 30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오보라고 해명했지만, 공청회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내용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응급의약품은 인간 배아를 죽이는 실질적 낙태약으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여성의 건강권 침해와 오·남용, 퇴폐적 성 문화 조장이 우려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들은 “참고로 2001년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응급피임약 수입 당시, 전문의약품으로 엄격한 규제를 전제로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 전문.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시도에 대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입장

식약청이 응급피임약인 노레보정을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기로 했다는 최근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하여 식약청이 오보라고 해명하고 나선 바 있다. 우리들은 이 해명이 사실이기를 강력히 바란다. 그러나 식약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이 내부적인 자체 분류에서는 이미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 두었으며 6월 초의 공청회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서 이 분류방침을 확정하고자 한다는 비공식적인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우리들은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다시 표명하고자 한다. 응급피임약은 인간의 생명에 직결된 중요한 사안임을 감안하여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다음과 같이 한국 기독교계의 입장을 밝힌다.

1. 노레보정을 비롯한 응급피임약제들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방해하는 작용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정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방해하여 죽게 하는 실질적인 낙태약이다.

2.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인간 배아는 살아 있는 인간 생명이다. 따라서 인간 배아를 죽이는 응급피임약제들은 명백히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이는 약제로서 윤리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3. 응급피임약제들은 인간 배아를 죽이는 작용을 하는 것 이외에도 의학적인 측면, 성윤리적인 측면, 여성의 건강권의 측면 등에 광범위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약제들이다.

(1) 응급피임약제들은 고농도 호르몬제재로서 여성의 건강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
 

(2) 응급피임약제들 그 자체가 문란한 성문화를 조장하는 약리작용을 내포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응급피임약제들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경우에 사전피임약 사용의 번거로움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과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 느끼고 보다 자유롭게 성관계에 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퇴폐적 성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

4. 이상의 논거에 근거하여 볼 때 응급피임약제들은 마땅히 판매 자체가 금지되어야 하는 약제들이다. 이런 약제들의 판매의 원천적 금지라는 조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응급피임약제들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여 그 사용을 전문의사와의 상담을 거치도록 한 것은 이 약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이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도 없애 버리고 응급피임약제들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여 박카스나 피로회복제처럼 전문의사와의 상담 없이도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5. 정부는 응급피임약제들이 인간의 생명의 존폐여부를 좌우하는 심각한 약제라는 도덕적인 인식하에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단순히 의약계 그리고 시민단체의 요구와 여론의 향배에 휘둘리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6.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차제에 응급피임약제와 관련된 정책추진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음과 같은 의문에 대하여 책임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1) 2001년 노레보정의 수입허가 여부를 논의할 당시에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노레보정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여 엄격히 통제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수입에 대한 양해를 구한 바 있는데, 이제 다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스스로 한 약속을 깨뜨리는 것이 아닌가?

(2) 식약청은 응급피임약제들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기 전에 공청회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청회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자체적으로 재분류를 해놓았다는 비공식적인 보도가 흘러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7.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이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낙태예방은, 응급피임약제의 일반의약품 전환이라는 동기와 효과도 불투명한 근시안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낙태를 조장하는 모자보건법의 개정과 낙태관련법의 강화, 사법당국의 낙태처벌의지의 강화,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전피임약의 보급과 피임교육, 미혼모 보호기관의 확충, 미혼모 양육모의 경제적 지원, 장애자녀 가정의 교육비 지원, 올바른 성교육과 같은 범사회적이고 근원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12년 6월 5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공동대표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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