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개정 논란’ 교진추 이광원 회장 인터뷰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의 청원으로 일부 과학교과서의 진화론 관련 내용이 개정되자 진화론 지지 학자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21일 교진추 이광원 회장(사진)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 그로부터 이번 파장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진화론 관련 교과서 내용 개정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다. 그들 입장에선 진화론이 (인류 기원을 설명하는 학설로) 맞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이다. 반면 우리(교진추)는 그들과 생각이 다르니까 이번 개정 청원이 잘못됐다고 보지 않는다. 앞으로도 (교과서의 진화론 관련 내용 개정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교진추의 청원을 받아들인 교과서 집필자들이 관련 학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내용을 개정했다는 지적도 있다.
“집필자들의 결정을 무시하면 안 된다. 교과서 집필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들도 학회에 소속된 학자들이고 교수들이다. 또 즉흥적으로 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번 개정에 대한 집필자들의 의견을 보면 사실 청원이 있기 전부터 그들 스스로 시조새나 말(馬)의 진화에 대해 과학적 이견이 있음을 알고 있었고 이로 인해 어느 정도 고민이 있었던 듯하다. (개정 청원을 받아들인 교과서 집필자들의 결정은) 신중했다고 본다.”
한편 이번 문제와 관련해 교과부 산하 교육과정연구기관인 한국창의재단은 국내 생물학회 10곳 이상에서 추천받은 전문가로 협의회를 꾸려 시조새 부분을 삭제하려는 교과서에 대해 수정·보완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가 진화론 관련 내용 개정을 한번에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반대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분위기나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학자적 양심에 따라 바르게만 판단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 그들이 교진추의 청원 내용을 공정하게 분석해주길 바란다.”
-교진추는 청원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 일각에선 그 과정의 신빙성에 의문을 품기도 한다.
“교진추 안에 학술위원회가 있다. 현직 교수 및 교사들을 비롯한 40여명의 연구원들로 구성된다. 이들이 오랜 기간 신중히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청원했다. 왜 외부 학회의 자문을 구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꼭 그래야 할 필요를 못느꼈다. 자체 연구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교진추를 기독교를 대변하는 단체로 보면서 이번 일을 ‘진화론 대 창조론’ 혹은 ‘비기독교인 대 기독교인’의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는 교과서의 잘못된 진화론을 바로잡으려는 순수학술단체다. 기독교를 대변하지도 창조론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물론 나를 비롯한 회원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건 맞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창조론을 지지한다. 하지만 교진추는 기독교 학술단체가 아니다.”
-기독교 내부도 그렇고 3자들은 ‘교진추=기독교’ 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다. 굳이 기독교적 색채를 지우려는 이유가 뭔가.
“진화론의 오류를 지적해 교과서의 관련 내용을 개정하려는 순수한 의도가 자칫 종교적 투쟁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다. 반진화론 하면 창조론을 으레 떠올리는 지금 사회 분위기상 기독교를 내세우면 애초의 목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교과서에서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을 소개하는 게 목적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교진추의 목적은 진화론의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것이지 창조론을 주장하거나 그것을 교과서에 실으려는 게 아니다. 그것은 교진추가 아닌 창조과학회 등 다른 단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창조론자들 중에선 이번처럼 진화론에 대응하는 것에 회의적인 이들이 있다.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지적이 오히려 일반인들로 하여금 창조론에 반감을 갖게 하는 것으로 작용한다는 것 때문이다.
“그럴 의도도 없었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진화론이 가진 문제점들을 바로잡는 것이 창조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창조론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잘못된 판단 같다. 창조론을 더 확실하게 증거할 계기라면 또 몰라도.”
-왜 사람들은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있어 진화론을 정설로 받아들일까.
“교과서에 그렇게 실려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인류의 기원으로 진화론을 설명하는데 그것이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 교회에서 창조론을 배웠다 할지라도 교과서가 진화론을 말하면 그것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만큼 교과서가 중요하기에 진화론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개정하려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청원이 있나? 더불어 최종 목표가 있다면.
“교과서에 실린 화학적 진화에 관한 청원을 준비 중에 있다. 화학적 진화 자체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것을 생명의 기원에까지 연결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교진추의 목적은 교과서에 실린 잘못된 진화론이 바르게 개정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 진화론은 교과서에서 과학으로 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한편 교진추는 지난해 12월 교과부에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라는 청원서를 제출, 금성·천재교육·교학사·상상아카데미·더텍스트·미래엔컬처 등 6개 출판사들의 관련 부분 수정 및 삭제 조치를 이끌어냈다. 또 지난 3월에도 “말(馬)의 진화 계열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주장, 일부 출판사들로 하여금 교과서 내용을 고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