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천국행 초고속 엘리베이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췌장암입니다. 그것도 말기입니다.”
어느 날 86세가 된 우리 교회 권사님의 시어머니에게 떨어진 사형선고였다. 시어머니는 집사님이다. 태백에 살고 계시고. 그러나 아직 생명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강하신 분이시다.

얼마 전, 고비를 한 번 넘기셨다. 죽음이 임박한 줄 알고 자녀들이 다 모였다. 그러나 생명을 연장 받았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저런 집안 사정으로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셨다.

그런지 며칠 지난 토요일이었다. 여전도사님이 목양실 문을 두들기면서 말했다.

“목사님, 주일 찬양 예배 후에 태백까지 갔다 와야겠어요.”

주일 지나면 월요일부터 한 주간 <특별 새벽기도회>를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태백이라니? 4시간 반, 5시간은 족히 걸릴 텐데? 그러면 새벽 기도회가 시작되는 시간쯤 도착하게 될 텐데?
“무슨 일인데요?”
“어느 권사님 시어머님께서 소천하셨어요.”
“그래요? 주일 오후 찬양 예배 마치고 5시 30분에 출발한다고 연락망을 취하세요.”

한두 시간이 지났을까? 여전도사님이 다시 목양실을 노크했다.
“목사님, 또 장례에요.”
아직 주일 설교도 마무리 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런데 또?

“어느 가정이에요?”
“새가족 시어머니에요.”
“조금 후, 5시쯤 출발한다고 연락망 취해주세요.”

<새가족 환영>을 하는 주일 오후 찬양 예배를 마친 오후 5시 40분. 20여명이 넘은 성도들이 태백을 향해 출발했다. 4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하고. 새벽기도 30분 전쯤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어차피 떠나는 것,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떠나자~

다행히 4시간 만에 도착했다. 자가용을 몰고 오는 이들은 3시간~ 3시간 30분이면 올 수 있다고도 한다. 하여튼 우리는 조문을 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며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고후 5:1절을 읽은 나는 입을 열었다.
“오늘 저는 몇 가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사실 그렇게 애처로운 장례는 아니다. 86세 된 어른이다. 거기다 암중에 가장 어려운 췌장암이다. 그리고 고인은 예수님을 믿고 천국 입성이 끝났다. 그러니…

그런데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권사님의 남편이다. 예전에 교회를 한 두 번은 나왔지만, 영적인 필요를 알지 못하는 남편. 일하느라 분주하게 사는 남편. 그래서 나는 이런 내용의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오래 전에 몽골을 갔습니다. 한 때 한국인들이 아메리칸 드림으로 불탔던 것처럼. 몽골 사람들은 코리안 드림으로 불타고 있었지요. 저는 어느 대학생에게 물었습니다.
“한국을 가고 싶으냐?”
“그렇습니다.”
“만약 한국을 들어가기 위해 다니고 있던 대학을 포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당연히 대학을 포기하고 한국을 가죠.”

그렇습니다. 몽골인들이 한국을 꿈꾸듯이, 예수 믿는 사람들은 이 땅에 살지만 천국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어머니는 이제 그렇게 꿈꾸던 천국을 입성하셨어요.

또 하나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죠. 몇 년 전에 인도네시아 단기선교를 떠났습니다. 정글로 들어가서 어느 교회에서 집회를 가지게 되었죠.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마당을 나와 보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광경이 연출되었어요. 이른 아침부터 멧돼지와 닭이 함께 어우러져서 놀고 있는 거에요. 몽골에서는 멧돼지를 집에서 기르는데, 아주 작은 놈이에요. 닭이 멧돼지를 쫓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멧돼지가 도망을 치는 거에요.

그러더니 교회 옆에 흐르는 냇가로 달려갔습니다. 냇가에 가서는 오물들을 파헤치기 시작했어요.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죠. 정말 정신없었어요. 그러다가 언덕에서 미끄러져 뒤집어지고 말았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멧돼지의 등뼈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멧돼지의 등뼈와 목뼈의 구조상, 뒤집어 지면 혼자 힘으로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위기에 처한 멧돼지는 네 다리를 흔들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러나 쉽게 되나요? 얼마나 사투를 벌였을까요? 그러다가 하늘을 주시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우와~ 세상에 이런 세계가 있었네???”

생전 한 번도 쳐다보지 못한 세계가 멧돼지의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푸른 하늘. 뭉게구름. 하늘바다가 그의 눈에 펼쳐진 거죠. 그동안 멧돼지가 쳐다보았던 지저분한 진흙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세계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세계도 있었나?”
깜짝 놀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세계가 진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멧돼지만 못 봤을 뿐입니다.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해서 모르지만, 천국은 정말 우리 앞으로 다가올 거에요. 이 땅에서 병들고 시들어지는 우리의 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몸을 입게 되는 날이 다가올거에요. 지금 우리가 볼 수 없다고 ‘난 모르겠다’고 말하지는 마세요. 멧돼지처럼 진흙탕만 쳐다보면서 꿀꿀거리며 일하다가 우리의 소중한 인생을 끝마칠 겁니까?

이곳에 도착하니 권사님이 제 손을 잡으면서 말씀하네요.
“목사님, 이 먼 곳까지, 이 늦은 시간에, 피곤한데, 어떻게 오셨어요.”

얼마나 미안했으면. 얼마나 감사했으면 이렇게까지 송구스러워할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냥 차에 몸을 실었더니 4시간 만에 데려다주데요. 난 별로 한 것 없어요.”

이 근방에 영월이 있습니다. 단종이 영월까지 유배를 왔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멀었을까? 며칠이 걸렸을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런데 저는 아무 것도 아니지요. 저는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편하게, 빨리 왔습니다. 차를 이용하니까 먼 거리도 이렇게 편리했습니다.

“20층, 30층 아파트를 생각해 보세요. 그곳을 올라가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어요? 그런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으면 잠시 후이면 다 왔다는 신호를 알려줍니다. 삽시간이에요.”

“우리가 천국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두나 낼 수 있겠어요? 그런데 하나님은 예수님이라고 하는 엄청난 엘리베이터를 예비해 두셨어요. 거기에 몸을 싣기만 하면 천국을 가는 것 간단해요.”

“저는 이 시간, 유족들에게 이것 말씀드리기 위해 4시간을 달려왔습니다. 몽골 사람들이 갖고 있는 코리안 드림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천국 드림을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도네시아의 멧돼지가 보았던 하늘과 같은 천국이 우리에게 반드시 다가올 것입니다. 이 세상의 어떤 엘리베이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천국까지 데리고 가실 거에요. 그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살아가기를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하나만 더 얘기할까요? 어느 날 병원을 갔습니다. 어깨와 목 부근이 뻣뻣해서이죠. 저를 진찰한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합니다.

“목사님, 직업병이에요. 책을 좋아하시고, 컴퓨터를 하시고, 목을 숙여서 생활하다보니 목뼈 부근에 작은 게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고개를 뒤로 젖혀서 하늘을 보는 운동을 자꾸 하세요.”

그때부터 저는 고개를 뒤로 젖혀서 하늘을 바라보는 운동을 자주하곤 합니다.

멧돼지처럼 진흙탕만 바라보며 꿀꿀 거리는 인생들을 향해 성경은 말씀합니다.
“위엣 것을 바라보라. 위엣 것을 추구하라.”

예수님을 믿으면 우리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우리의 시선을 새로운 세계로 돌려보십시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을 맛보게 될 겁니다.』

슬픔을 당한 유가족들을 위로한 후, 우리는 어두운 밤을 가로질러 달리는 차에 몸을 싣고 서울을 향했다. 주님이 계신 천국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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