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칼럼] 사과하는 용기를 가지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무개념 지하철 커피녀,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그들…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에 피해를 주었다면 그는 의당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적당히 얼버무려서 자기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 깐 걸 갖고 뭘 그래?”

이런 사람보다 더 꼴 보기 싫은 사람도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데 난들 별 수 있어? 너라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런 인간은 한 번 단단히 맛을 봐야 돼.”

이런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나면 속이 후련할까? 그렇게 하고 나면 체면이 세워질까? 그렇다고 자신의 실수와 잘못이 없어지는 것일까? 명백한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하라고 요청하면 ‘쪽 팔린다’고 말한다. 진짜 사과를 그럴싸한 변명으로 때우는 게 체면을 지키는 것일까? 그런데 알고 있는가? 정직한 사람이야말로 뻔뻔한 자신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죄를 지을 수도 있다. 얼마든지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게 인간이다. 상대방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어차피 인간이란 완벽할 수 없으니까.

사실 그렇지 않은가? 잘 한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 그게 바로 인간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한계가 있다. 조심하다 보면 오히려 더 문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할 것이 있다. 실수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사과할 줄 모르는 뻔뻔한 낯짝이다. 해를 입히는 것보다 더 악한 사람은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명백한 실수를 하고서도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아니 이런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정당화시키려 애쓴다.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눈에 있는 티를 보면서 손가락질을 하곤 한다.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면 끝날 것을, 구태여 구구한 변명을 늘어놔서 다른 사람들의 속을 불편하게 할 게 뭐람. 자신의 실수와 잘못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 하니 남들이 얼마나 화딱지가 나겠는가? 그런 사람을 봐주자니 속에서 열불이 나지 않겠는가?

정직한 사람은 자신의 실수와 허물을 감추려 애쓰기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안다. 사과하는 삶에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용기를 내야 한다. 체면을 접어두어야 한다.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를 저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과할 수 없다.

사과는 감동이다. 사과하는 행동은 감동의 파고를 불러일으킨다. 진심어린 사과는 용서를 낳는다. 사과야말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시킨다. 사과야말로 불편하게 깨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사과는 작은 용기로 큰 보상을 얻게 한다.

사과하려면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눈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지독히 주관적이다. 아무리 객관적이라고 핏대를 올리지만 주관성을 뛰어넘기가 힘들다. 오히려 자신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할 때 주관적인 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때서야 객관의 문을 조금 열 수 있다.

사과를 하려면 다른 사람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얼마나 속상해하는지, 얼마나 실망에 빠져 있는지. 자신의 무례함으로 다친 타인의 상처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힘들어하고 고통당하는 타자의 아픔과 상처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에는 둔감하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고통은 쉽사리 직감한다. 자신이 당하는 아픔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울고 있는 자신은 왜 그리 잘 보이는가? 그런데 구석진 방에서 울부짖고 있는 타자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과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로버트 슐러 목사는 말한다. “사과하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그러나 이런 변명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1970년 12월 7일. 서독의 수상인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를 방문했다. 그가 무명용사의 묘에 참배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말없이 한동안 침묵했다. 그리고는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났다.

사전에 전혀 계획이 없었던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수행보좌관들은 물론 카메라를 들고 있던 사진기자까지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혹 피로 때문에 쓰러진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독일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은 이 일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무릎 꿇을 필요가 없었던 그가 정작 무릎을 꿇어야 할 용기 없는 사람들을 대신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사람들은 수상의 돌발적인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날 아침 호텔을 나설 때부터 무엇인가 진심에서 우러나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독일의 가장 치욕스러운 역사를 증언하는 곳에서, 나치에 희생된 수많은 영령들을 대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이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처럼 보였다. 그러나 빌리브란트 수상의 사죄 행위야말로 독일과 주변국들의 신뢰를 회복시켜 주었다. 종래에는 독일 통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다음해인 1971년, 그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건 승리의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박종우 선수가 ‘독도 세리머니’를 벌였다. 그것 때문에 그는 동메달을 목에 걸지도 못했다. 그게 일파만파 확대되어 한국과 일본의 긴장은 더해가고 있다.

우린 일본인들이 하는 짓을 보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부끄러운 과거를 인정하고 청산할 의사가 전혀 없다. 세계와 한국인에게 저질렀던 야만적인 행동을 도무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세계사와 한국사를 피로 얼룩지게 했던 자신들의 오만방자한 만행을 사과하려 들지 않는다.

파렴치한 일본 사람들에게만 얼굴 붉히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역시 사과도 할 줄 모르는 파렴치범으로 변해가고 있으니까.

‘무개념 지하철 커피녀.’ 최근 네티즌 사이에 화들짝 달아오르고 있는 핫이슈이다. 어느 날 지하철 2호선이 달리고 있었다. 두 여자 승객이 전동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안 될 일이지만, 그것까지 봐주기로 하자. 그러다가 실수로 다른 승객에게 쏟고야 말았다. 순간 바닥과 의자에는 커피가 흥건하게 적셔졌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여기까지도 봐주기로 하자. 인간이란 실수도 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이니까.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쯤 되고 보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미안한 마음에 얼른 손수건을 꺼내서 뜨거운 커피를 닦아 주어야 할 거다.

“어떻게 해요. 제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네요. 뜨겁지 않으세요? 살갗은 데지 않았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한 일이지만, 제가 세탁비는 드릴게요.”

이 정도는 나와야 하는 장면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이들은 엎지른 커피를 닦는 것은 고사하고, 피해를 입은 승객의 안전마저 아랑곳하지 않고 황급히 도망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크고 작은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체면 때문에 얼버무려 버리지는 않는가? 순간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에 구렁이 담 넘듯이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가? 사과하는 용기를 발휘하자. 그게 아름다운 얼굴이다. 그게 아픔을 당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길이다. 사과야말로 불편해진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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