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大에서 박사학위를 받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황제임스 선교사 부부의 러시아 선교 이야기(3·끝)

▲선교 도중 잠시 한국을 찾은 황돈연·정경선 부부의 밝은 모습. ⓒ이대웅 기자

▲선교 도중 잠시 한국을 찾은 황돈연·정경선 부부의 밝은 모습. ⓒ이대웅 기자

대학 시절 ‘철의 장막’에 갇혀있는 소련 땅을 놓고 기도하던 한 청년이, 갖은 난관을 뚫고 그 땅에 들어가 대학생들을 섬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20년 가까이 동토의 땅 러시아에서 헌신적으로 사역하고 있는 황제임스(황돈연) 선교사 부부의 마지막 이야기다. 앞의 두 이야기에서 황 선교사는 예수를 영접한 일부터 동구권 선교의 비전을 품게 된 과정, 기적적으로 러시아 비자를 얻게 된 이야기, 현지 전도 과정 등을 풀어놓았다.

셋째, 학문 감당

하나님은 제자 양성 뿐 아니라 학문에서도 승리를 주셨습니다. 저는 1년간 어학을 한 이후 박사 과정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실험을 통해 결과를 얻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기숙사에 가서 전도하며 성경공부하며 선교사로 사명을 감당하다 보면 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선교 요절 “오직 그의 나라를 구하라”는 말씀을 붙들고 먼저 하나님 역사를 섬기고자 했을 때, 하나님은 박사논문을 위한 모든 시험에 합격하게 하셨습니다.

노어 구술시험은 조리 있게 자기 의견을 잘 말했다고 만점을 주었습니다. 이는 제가 매주 주일 설교를 하고 일대일로 모스크바 대학생들과 성경을 인도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당시 박사 과정에는 맑시즘에 기초한 철학논문을 제출해야 했습니다. 저는 맑시즘에 대한 지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선교사로서 무신론에 기초한 맑시즘 논문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 요한복음 1장을 토대로 “철학에 나타난 로고스 사상과 성경에 나타난 로고스 사상의 비교연구” 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이 논문 또한 제가 주일 말씀을 전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교수님은 크게 칭찬하시고 만점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실험에서도 짧은 시간에 좋은 결과를 얻고 박사학위 논문도 예정보다 더 일찍 쓰게 도와주셨습니다. 학위논문 구술 발표 때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평소에 까다로운 질문을 하기로 유명한 교수위원회 회장인 한 교수님이 오히려 저를 변호해 주었습니다. 그 분은 저의 논문에 문법적인 실수가 몇 군데 있다는 다른 교수님의 지적을 듣고 난 후 러시아 사람도 논문을 쓰다 보면 많은 실수를 하는데 왜 내용이 아닌 외국인 논문의 문법적 실수를 가지고 늘어지냐며 저를 적극적으로 변호해 주셨습니다.

교수회의 투표 결과 전원 찬성으로 저는 해방 이후 모스크바 대학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선교사로 온 저에게 하나님께서 보너스로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저의 선교사 생활을 돌이켜볼 때 “오직 그의 나라를 구하라”라는 예수님의 한 말씀에 순종했을 때 주님은 저를 영육간에 넘치게 축복하여 주셨습니다.

4. 다시 땅끝, 러시아로 부르신 하나님

▲지난 1992년 8월 열린 제1회 러시아 수양회 모습.

▲지난 1992년 8월 열린 제1회 러시아 수양회 모습.

저는 학위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군대 문제로 귀국해야 했습니다. 개방이 된 후 러시아로 많은 선교사들이 들어왔습니다. 제가 속한 선교단체도 많은 선교사들과 러시아 제자들을 포함하여 100여명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군 복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귀국을 해야 하는 저에게 러시아 제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들을 향해 반드시 다시 러시아로 돌아오겠노라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 약속은 10년 후 2004년에 러시아 불라디보스톡으로 들어감으로 지킬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병역특례로 삼성종합기술원 미래기술실에 입사하여 인천에서 기흥으로 출퇴근을 하였습니다. 저는 취직을 하고 난 후 그해 3월 믿음이 있고 헌신적인 정경선 자매와 믿음의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결혼 후 저는 러시아어를 잊지 않기 위해 당시로는 고가였던 위성 안테나를 아파트 옥상에 달아놓고 러시아 방송을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몸은 한국에 있었지만 마음은 항상 러시아에 가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러시아로 돌아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가정을 이룬 후 제자들을 섬기는 가정교회가 되도록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신혼 초부터 제자들을 옆방에 데리고 섬겼습니다. 이로 인해 한 사람이 복음으로 변화되고 성장하여 지금은 미국에 선교사로 파송되어 충성스럽게 하나님의 역사를 섬기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신우회에서 활동하며 직장선교를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연구소 기획팀에서 일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 연구를 할 수 있는 부서로 옮겨주시도록 기도했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신기한 방법으로 저의 기도를 응답하여 주셨습니다. 1997년 말에 몰아닥친 IMF의 한파 속에서 연구소도 구조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구조조정을 통해 하나님은 오히려 저를 연구할 수 있는 의료기기팀으로 보내주시고 서울에서 근무를 하게 도와주셨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통하여 다시 한 번 기도의 능력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을 하던 사람이 연구부서로 옮기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크신 능력으로 하나님은 저를 연구직으로 인도하여 주셨습니다. 저는 의료기기팀에서 계속해서 연구를 하며 병역특례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황 선교사(맨 왼쪽)가 러시아에서 성경공부하던 현지 학생들과 함께하던 모습.

▲황 선교사(맨 왼쪽)가 러시아에서 성경공부하던 현지 학생들과 함께하던 모습.

병역특례를 마치고 저는 장래를 놓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기도하던 중 하나님은 저의 삶을 CMI 간사로 인도하셨습니다. 저와 아내는 직장을 다니면서 풍족한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5년 8개월 동안 다닌 삼성종합기술원을 사직하고 인하대 지성인들을 섬기기 위해 CMI 간사로 결단하였습니다.

하나님은 2000년 9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인하대 CMI 간사로 활동하며 2001년부터는 합동신학대학원에서 신학교육을 받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2004년 12월 하나님은 한국으로 돌아온지 10년이 되는 해에 다시 러시아 선교사로 파송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원동이라 불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학교 사역을 하며 아이들에게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심어 그들이 장래의 영적지도자로 키우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본래 가난과 3지망 인생이라는 열등감과 슬픈 운명 가운데 살 자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런 저를 구원하사 캠퍼스 지성인들을 이 시대의 영적인 지도자로 양육하고 키우는 아름다운 인생을 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구원하사 러시아와 세계를 품고 기도하는 선교사의 삶을 살게 하셨습니다. 소심했던 한 청년에게 복음이 임하였을 때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의 소망인 청년들은 참 중요합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비전을 갖게 된다면 이 세상은 소망이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서 하나님의 소망을 발견합니다. 이 시대 청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살아나길 기도합니다. 현실만 바라보는 좁은 시야를 넓혀서 세계를 바라보고 세계를 품고 섬기는 이 시대의 제사장들이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특별히 골짜기의 마른 뼈와 같은 러시아의 청년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되어 세계를 섬기는 하나님의 큰 군대가 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 일을 위해 저와 저의 가정을 사용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부족한 저를 도구로 삼아주시고 러시아 선교에 사용하여 주신 나의 주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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