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의 김홍도 목사 비판은 비판이 아닌 막말 수준
‘막말’의 사전적 의미는 “되는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이다. 윤리도 도덕도, 법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을 속칭 ‘막가파’라고 부른다.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김홍도 목사(금란교회)의 지난 1일 일간지 광고 내용을 놓고 “어른에게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건 거의 영적치매 수준의 발언”이라고 막말에 가까운 비판을 했다. 김동호 목사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 분은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자신과 교회를 시기하는 사람으로 단정하였고 무서운 죄를 범하고 있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셨다”고 썼다. 김홍도 목사의 글을 “영적치매 수준”이라고 한 것이다. 한 마디로 ‘노망 들었다’는 뜻이다.
김동호 목사는 김홍도 목사의 주장을 치매 걸린 노인의 정신없는 말이라고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하였다. 그가 이렇게 비난에 가까운 말을 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동안 한국 대형교회들의 부자 세습 문제로 한국교회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리고 교회 세습을 못마땅해하는 교인들이나 안티 세력들은 김동호 목사의 비판에 후련해하고 갈채를 보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김동호 목사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할지라도 연로한 목사를 ‘치매 걸린 정신없는 노인’으로 표현한 것은 문제가 있다.
나는 교회 세습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그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그러나 세상의 비난이나 비판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김홍도 목사의 글을 치매 걸린 노인의 정신없는 말로 비난한 김동호 목사의 주장이, 김홍도 목사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라 금란교회와 그리고 이른바 세습이 이루어진 몇몇 대형교회 교인 수십만 명과 교회에 대한 모독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우리 교회는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자그마한 양로원과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입소한 어르신들 중 2/3가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그런데 자녀들이 그 같은 부모를 바라볼 때, 그 마음은 아픔 그 이상이다. 많은 치매 어르신 보호자들은 자기 부모들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요양원에서는 금기가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르신들이 계신 곳에서나 혹은 그 가족들(보호자)이 있는 곳에서는 ‘치매’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
김동호 목사는 김홍도를 치매 환자라고 단정하고 그의 주장을 비난했다. “치매 환자를 이해한다”고 하였지만 김동호 목사의 글은 자기주장대로라면 치매환자를 난도질한 것이다. 환자인 줄 알면서 환자에게 언어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김홍도 목사는 “아버지 목사가 은퇴하고 아들이 담임자가 되면 ‘세습’이라 공격하고 비난한다”며 “그러나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세습하듯, 자격이 있건 없건 물려주고 물려받는 교회는 없다”고 했다. “자격도 없는 아들을 억지로 담임목사 시키는 아버지가 어디 있으며, 그것을 받아주는 교인들이 어디 있겠느냐” 고 말하고 “그런데 좌파들은 북한의 3대 세습은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교회의 정당한 후임자는 세습이라 비난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목사도 성직자이지만 육성(肉性)을 갖고 있는지라 시기심이 발동하기 때문에 자기보다 훌륭하고 설교 잘하는 후임자가 들어오면 잘해도 불편하고 못해도 불편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동호 목사는 “세습에 대한 유치한 변명”이라고 일축하고, “그 분 주장대로라면 세습한 교회만 문제가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세습을 하지 못한 교회는 다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홍도 목사의 솔직한 고백을 김동호 목사는 극단적으로 해석하고 특정교회의 문제를 보편화·일반화한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교회 세습에 대해서 혹자는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천 수만의 교인들을 이단 종파에서 그 지도자를 맹종하는 광신도로 생각했다면, 이는 참으로 큰 오산이다. 물론 다수의 교인들이 현 담임목사의 계획에 반대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담임목사의 요구라 할지라도 잘못된 일에, 범죄하는 일에 동참하는 교인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형식적 절차라고 비난하지만 그러나 그 형식적 절차를 통해서 교인 대다수의 결정이 내려졌다면, 도덕적인 비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결정에 동참한 교인들까지 ‘치매 걸린 노인들의 행동’으로 비판하는 것은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모독이다. 그 교인들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믿는 믿음의 공동체’, 곧 교회이기 때문이다.
김동호 목사는 김홍도 목사가 자식이나 사위에게 교회 목회를 잇게 했을 때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목회자가 바뀔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문제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세습에 대한 유치한 변명”이라며 이것이 바로 치매환자인 것을 보여주는 증거인 양 표현했지만, 김동호 목사의 말대로 김홍도 목사의 주장에 수만 명의 교인들이 동의를 했기 때문에 세습이 이루어진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교회의 안정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아들 목사로 후임자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김홍도 목사의 호소(?)를 교인들이받아 들였다는 뜻이다.
교인들의 절대 다수가 반대한다면 세습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최근 주안교회를 통해서 보았다. 물론 그동안 교회 세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학습효과가 그 같은 결과를 가져온 측면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결과는 다수의 교인들이 결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세습을 반대하는 것이든 찬성하는 것이든, 교회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식적 절차라고 비판을 받지만 주님의 몸인 교회가 결정한 것을 ‘치매 걸린’ 정신없는 행위로 매도하는 것은 결코 목사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 같은 말은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모독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김동호 목사가 한국교회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본래 훌륭한 분이셨는데 몹쓸 병에 걸리셔서 그러시는” 선배 목회자인 김홍도 목사에게 “정신 차리라”는 권면이나 충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동호 목사는 김홍도 목사의 행위에 대해 “치매라고 생각하니 이해도 되고 용서도 된다”며 “치매환자의 행위를 비판하고 정죄한다는 것은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이므로, 그 광고를 보시는 세상 사람들이 그 분을 본래 훌륭한 분이셨는데 몹쓸 병에 걸리셔서 그러시는 것이라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신문 독자들의 양해도 구했다.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인 줄 알면서 자신은 무슨 의도로 김홍도 목사를 비판하고 비난한 것일까?
김홍도 목사를 치매 걸린 환자로 매도하고, 이제는 그 치매 환자를 이해하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가 노망이 나서 한 말이니까 이해하고 용서해 달라’는 것이다. 이해와 용서는 사건의 당사자에게 하는 말이다. 김동호 목사가 말하는 세상 사람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세상 사람 누가 시비를 건 사실이 없는데,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이해를 구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의 이해를 구한 이유가 선교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세습에 대한 세상의 비난이 두려워서일까? 그도 아니라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그것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