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못하는 ‘어른아이’ 가득한 시대, 부모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자녀양육, 헌신보다는 단단한 사랑이 필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 유지은(가명) 엄마에요. 지은이가 감기에 걸려서 아무래도 결석을 해야 할 것 같아 전화를 드렸어요. 얘는 자꾸 가야 한다고 하는데, 애가 워낙 몸이 약해서 바람 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근데요, 교수님. 지은이가 결석하면 점수 깎인다고 아까부터 난리인데, 선처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애가 워낙 성실해서 장학금 받으려고 어찌나 노력을 하던지요.”
위 이야기는 교수님들과의 대화 중에 나온 사례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위와 같은 일이 유치원도 아닌 대학교에서 흔하게 일어납니다. 좀 더 심한 경우에는 수강신청을 대신하여 주거나 MT를 따라오는 부모도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자식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주변을 따라다니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녀가 입사하면 연봉 협상부터 회사 업무까지 참견을 하고, 자녀가 결혼하면 자녀의 결혼생활에까지 간섭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들이 입을 모아 하는 이야기가 “내가 내 아이 일에 참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 다 자식 잘 되라고 하는 일이다”라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분명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겠지요. 하지만 사랑을 제대로 실천해야 합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미리 알아서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 할 수 있게 기다려 주고 지켜봐 주는 것입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사회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할 30, 40대 중 50만여명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어른아이’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서른 살에도 여전히 부모 밥 얻어먹고 초등학생처럼 어리광부리는 청년들을 쉽게 찾아보는 사회라면 우리는 희망이 없습니다.
자녀가 결혼했다면 그들끼리 가정을 꾸리고 살게 해야 합니다. 부모 집으로 자꾸 불러들이지 마세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얼굴 보며 밥 한 끼 먹자고 애원하지 마세요. 직장 다니느라 집 밥 한번 못 먹는데, 주말에라도 부모가 해 주는 따뜻한 밥 한 끼 챙겨 먹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품 안의 자식 취급하는 겁니다.
‘결핍’이 의지를 낳고, ‘필요’가 생산을 가져오는 법입니다. ‘청년아이’는 결핍이 무엇인지, 필요가 무엇인지를 모릅니다. 부모라는 생산라인이 이렇게 거침없이 가동되고 있는데, 우리의 아이가 무슨 수로 결핍을 느끼고 필요를 느낄까요?
“너는 도대체 꿈이 뭐냐?”
고등학생 자녀에게 이렇게 묻는 아빠를 본 적이 있습니다. 꿈을 묻는 아빠의 말에는 힘이 있고 절실한 무언가가 있었지만, 그 말을 듣는 건장한 청년은 무력하고 나약해 보이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꿈도 목표도 없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습니다. 부모는 못 먹고 휘청거리면서 자식을 양육했는데, 충분한 영양으로 체격 든든한 우리 자녀가 무능력한 인간으로 자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녀가 서른이 넘으면 부모를 대접하도록 양육해야 합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존재감을 느끼도록 하자는 의미입니다. 그래야 자녀가 어른이 되고 어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당당히 독립적 인간이 됩니다.
모든 것을 감싸고 내어주는 것이 최선의 양육인 듯한 그동안의 양육법 대신, 부모의 단단한 사랑이 필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넘어져서 일어날까 울까를 망설일 때 “어서 일어나. 자, 다시 뛰자!”라고 말해주는 부모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자녀의 머리 위에서 맴돌던 날개를 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펼칠 때가 되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생애를 아름답게 가꿔나갈 때 자녀의 생애도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겪고 있는 당장의 어려움보다는 자녀의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부모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임영주 박사는
교육학자, 부모교육 전문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했다. 교육학 석사,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유아교육과 겸임교수직과 교육 컨설팅 그룹인 아이에듀케어(www.ieducare.co.kr) 센터장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내 아이의 사회생활>, <아이의 사회성 아빠가 키운다> 등 다수가 있다. 임영주 박사 블로그 : http://blog.naver.com/bumo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