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성공회, ‘게이 주교 금지법’ 폐기 방침에 논란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토마스 주교 “性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약화시킬 것”

영국 성공회가 ‘결혼을 하지 않고 시민결합 상태인 동성애자 성직자’의 주교 임명을 금지하는 법안을 폐기할 방침이다. 결혼과 동거의 중간 형태에 해당하는 ‘시민결합’은 상속·주거·세제 등에서 결혼과 동등한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보수적인 성공회 신자들은 “이 법안이 결혼에 대한 교회의 원칙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파 성향의 그래함 제임스(Graham James) 노르위치 주교는 4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서에서 “주교 의회(the House of Bishops)에서 인간의 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할 경우, 시민결합한 동성애자 성직자가 주교단의 후보로 고려될 수 있다고 확정했다”며 “과거 1년 동안 이 법안에 대한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통과됐다”고 전했다.

제임스 주교는 “모든 주교 후보들은 인격과 가족 상황이 검토되고, 영국 성공회 주교와 관련된 공개조사가 요구된다”며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후보의 특별한 역할에 대한 적합성과 더불어 각각의 상황을 고려하기 위한 부분적인 과정에 책임을 맡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BC는 “보수적인 성공회 신자들은 불만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개혁’이라는 복음주의 단체 의장인 라드 토마스 주교는 “이 결정과 관련해 일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별히 영국 밖에서 그렇다. 영국 성공회 신부들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천명한 주교 밑에서 봉사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고 전했다.

토마스 주교는 “이는 총회에서 고려되고 있는 사안으로, 중요한 변화가 될 수 있으며 쉽게 사라질 이슈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독신’이라는 요소가 강화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시민결합한 누군가를 주교로 임명하는 것은, 활발한 동성 관계에 있는 사람이 주교가 됨으로써 결혼 안에서 성관계의 배타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외부에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성공회 주류에 속한 캐논 크리스 석든(Canon Chris Sugden) 역시 “이 주제에 대한 더 넓은 범위의 투표가 필요하다”며 “최근 입장에서 변화된 이번 결정은 교회의 교리와 훈련이 무덤으로 출발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같은 결정은 주교 혼자 내려선 안 되고 주교 의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영국 성공회는 게이와 레즈비언과 관련된 이슈에 두 가지 입장을 갖고 있다. 영국 교회는 정부의 동성 결혼 합법화 추진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확고히 해왔다.  이 법안은 독신으로 남아있는 게이 성직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주교 의회에 따르면, 주교에게도 이를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적인 태도가 더욱 강한 아프리카 성공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11월, 영국 성공회는 성공회 연합(Anglican Communion) 내 여성 주교를 허용하는 법안을 부분적으로 거절했다. 그러나 최근 로완 윌리암스(Rowan Williams) 주교의 후임으로 임명된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주교는, 자신이 성공회 연합의 수장으로 있는 동안 변화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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