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뜻숭의교회 분립 4년, 그 공과(功過)를 말하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1개 선교회 7개 교회로 변모… 지교회 답습인가 새로운 모델인가

▲과거 높은뜻숭의교회가 숭의여대 대강당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과거 높은뜻숭의교회가 숭의여대 대강당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2008년 9월 7일, 당시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는 설교 도중 ‘교회 분립’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김 목사는 이것이 “영감처럼 든 생각”이라고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후 과정은 이미 알려진대로다. 높은뜻숭의교회는 이듬해인 2009년 1월 ‘높은뜻’이라는 이름을 앞에 단, 정의·광성·푸른·하늘교회로 분립됐다.

그로부터 만 4년이 지났다. 현재 ‘높은뜻교회’(분립 이후 생겨난 교회 및 선교회 통칭)는 ‘높은뜻연합선교회’를 중심으로, 앞서 밝힌 4개 교회에 지난 2010년 천안에 개척된 ‘높은뜻씨앗이되어교회’와 지난해 생긴 ‘높은뜻섬기는교회’, 그리고 일본에 있는 ‘높은뜻오차노미즈교회’까지 ‘1개 선교회 7개 교회’ 체제로 변모했다.

높은뜻교회도 ‘프렌차이즈화’ 되었나

▲김동호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동호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분립 이후 지금까지, 높은뜻교회는 ‘성장’했다. 각 교회 교인수를 합하면 분립 직전, 높은뜻숭의교회 교인수 5천여명을 상회한다. ‘높은뜻’이라는 이름에도 소위 ‘프리미엄’이 생겼다. ‘브랜드 파워’가 상당하다. 물론 이것은 김동호 목사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높은뜻=김동호 목사’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높은뜻교회를 지교회, 혹은 ‘멀티사이트교회’(Multi-site Church)의 하나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는 분립 당시에도 지적됐던 부분인데, 다소 부정적 의미가 짙다. 분립의 명분이 무엇이든, 개척교회를 어렵게 하는 ‘프랜차이즈 교회’와 다를 바 없다는 견해다. 높은뜻교회가 처음 4개에서 현재 국내 6개, 해외 1개로 늘자 이런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교회 중 이와 같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교회 중 하나가 바로 온누리교회다. 온누리교회 담임 이재훈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온누리교회가 ‘멀티사이트교회’임을 밝힌 바 있다. 현대 교회의 한 모델인 멀티사이트교회는 모(母)교회가 다양한 지역에 지교회(Branches)를 세우는 것으로, 일반적인 교회 개척(Church Planting)과는 다른 의미다. 지교회는 흔히 캠퍼스(Campus)라 불리기도 한다. 빌 하이벨스 목사가 이끄는 미국의 ‘윌로우크릭교회’가 대표적 멀티사이트교회다.

온누리교회는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각 지역에 지교회를 세워왔는데, 현재 모교회인 서울 서빙고캠퍼스를 비롯해 양재캠퍼스 등 국내 10개 지역에 온누리 캠퍼스가 있다. 이들 캠퍼스의 교인수를 모두 합하면 그 수는 7만에 육박한다. 온누리교회는 이 같은 지교회 체제에 대해 “세력 확장이 아닌 지역의 연약한 교회들을 돕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온누리교회 수원캠퍼스가 있는 지역의 한 개척교회 목회자는 “온누리교회가 들어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교인들이 하나 둘 눈치를 살피더니 곧 교회를 떠나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높은뜻교회에 대한 우려 역시 이와 같다. 각 지역에 높은뜻교회가 생기면 해당 지역 교회들로부터 수평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 높은뜻교회가 있는 지역의 교회들로부터 그 같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높은뜻교회’의 독특함

모교회가 없다=하지만 높은뜻교회는 온누리교회와 다른 중요한 몇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높은뜻교회에는 모교회라 할 수 있는 교회가 없다. 김동호 목사는 교회를 분립하면서 높은뜻숭의교회를 따로 두지 않았다. 그 역시 분립 직후 담임에서 물러났고, 현재까지 이는 유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높은뜻교회들은 각 교회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한 독립적 교회로 존재한다. 인사와 행정, 재정 등 모든 것이 분리돼 있다. 그러나 온누리교회는 각 지역 캠퍼스의 인사와 재정 등에 관여한다.

김동호 목사도 분립 당시 “잘못 생각하면 대형교회가 지교회를 세우는 것과 같지 않나 하는 오해를 하실 수 있는데, 비슷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그것은 우리 교회는 본교회가 없어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동호 목사가 없다=또 하나는 바로 담임목사다. 온누리교회의 담임은 이재훈 목사 뿐이다. 각 지역 캠퍼스에는 ‘담임목사’ 대신 ‘담당목사’가 있다. 주일예배 설교 역시 이재훈 목사의 그것을 각 지역에서 영상으로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故 하용조 목사 시절부터 이어져오던 것이다. 그러나 높은뜻교회는 각 교회마다 담임목사가 있고 주일예배 설교도 이들이 맡는다. 분립 초기 김동호 목사는 매주 각 높은뜻교회들을 순회하며 설교했지만, 지금은 그 횟수가 상당히 줄었다. 높은뜻정의교회 윤환 부목사는 “분립 후 처음 1년간은 한 달에 1번꼴로 설교하셨지만 지금은 거의 오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이는 김동호 목사가 담임직에서 물러났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김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분립을 하려면 내가 빠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있으면 교인들이 흩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높은뜻연합선교회=높은뜻교회의 또 다른 독특함 중 하나가 바로 ‘높은뜻연합선교회’(이하 선교회)의 존재다. 선교회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문형채 목사에 따르면 이는 일종의 행정적 필요성에 의해 생겨났다. 높은뜻교회는 이미 언급한대로 독립된 개체교회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높은뜻) ‘하늘’, ‘씨앗이되어’, ‘섬기는’ 교회는 미조직교회, 즉 당회가 조직되지 못해 위임목사가 없는 교회들이다. 그래서 이들 교회의 담임목사는 행정상 선교회가 파송한 전도목사 신분이다.

하지만 선교회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소위 ‘높은뜻정신’의 구심점 역할이다. 높은뜻교회들은 비록 독립된 교회들이지만 높은뜻숭의교회로부터 이어져온 ‘높은뜻 정신’만은 공유하고 있다. 선교회는 각 교회들이 높은뜻 정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이 정신에 입각한 비전들을 제시한다. 그 일환으로 높은뜻교회 담임목사들은 매달 한 번 선교회가 있는 서울 명동 청어람에 모여 운영위원회를 갖는다. 그리고 이 높은뜻 정신에 따라 각 교회들은 따로 예배당을 갖지 않는다. 높은뜻교회들 중 하늘교회만 유일하게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안 될 수 있을까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교회성장학을 가르치는 최동규 교수는 “멀티사이트교회는 장점도 있지만, 작은 교회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생각했을 때 그리 좋지 않은 형태라고 본다”며 “그러나 높은뜻교회는 각 교회가 독립성을 갖고 무엇보다 정신적 연합체라는 면에서 이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서울 대학로의 미와십자가교회 오동섭 목사도 “높은뜻교회는 기존 멀티사이트교회들과 겉으로 드러난 모양은 비슷하지만, 그 동기와 출발 자체에 차이가 있다”며 “교회의 대형화로 나타나는 부정적 측면들을 분립이라는 방법을 통해 개선해 보려 한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적 동기나 의도와 달리 지역교회 성장에 불균형을 초래한다면, 분립 후 4년이 지난 지금 그 형태와 운영 방법을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지역교회 목회자는 “높은뜻교회가 아무리 좋은 방향을 추구한다 한들, 어차피 일부 교인들은 결국 높은뜻이라는 이름만을 보고 교회를 옮기게 될 것”이라며 “높은뜻교회가 각각 독립된 교회라면 굳이 이름에 높은뜻이라는 단어를 넣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높은뜻교회가 한국교회에서 선례를 찾기 힘든 하나의 모델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김동호 목사는 분립 당시 이 같은 시도에 대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모델이 성공하게 되면 우리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세계교회에 정말 근사한 모델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높은뜻교회의 시도가 성공이 될지, 아니면 실패로 끝날지, 분립 후 4년이 흐른 지금, 한국교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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