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에마 ‘일상의 신학’ 시리즈 등… 한국교회 위기론의 탈출구 될까
연초부터 기독 출판계에 ‘일상’에 대한 관심이 거세다. ‘신앙과 삶의 일치’, ‘평일에도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라는 성도들의 영원한 ‘관심’이, 새해를 맞아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
최근에만 본지에 소개된 주학선 목사(인천동수교회)의 <그리스도인을 위한 몸 마음 설명서>를 비롯, 김영사의 기독 브랜드 포이에마에서 ‘일상의 신학 시리즈’가 나왔다. 또 <맥스 루케이도의 일상의 은혜(두란노)>와 모새골 공동체를 세운 임영수 목사의 <일상(선교문화사)> 등이 출간됐으며, 지난해 기독 철학자 강영안 교수(서강대)의 대담집 <묻고 답하다(홍성사)>에도 웃음과 일상 등을 주제로 나눈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사실 이러한 흐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터사역자 폴 스티븐스의 <일삶구원(IVP), <일상에 깃든 하나님의 손길(포이에마)>, <일상 속 믿음 탐구생활(예수전도단)>, <일상의 예배(좋은씨앗)>, 이랜드 사목 출신 방선기 목사의 <그리스도인의 일상다반사(포이에마·이하 발간순)> 등 ‘일상을 삶의 예배로 드리기 위한’ 노력들은 꾸준히 있어왔다. 안식일과 십일조, 금식과 성찬 등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는 IVP의 ‘영성의 보화’ 시리즈도 ‘일상과 거룩을 만나게 하는’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흐름은 실제로 예견되기도 했다. 강승진 한국기독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말 2013년 기독출판계 전망을 전하면서 “기독교적 입장에서의 자기계발서가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독교인, 교회 내 자신의 포지션 등 새로운 관심과 리더십에 대한 욕구 등이 분출된다”는 것이다.
<몸 마음 사용설명서> 저자 주학선 목사는 ‘일상’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데 대해 “성도들이 예수를 닮아 하나님 나라를 세워 나가려면, 일상 속에서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며 “그러므로 단순히 예배에서 ‘은혜 받는’ 차원을 넘어 삶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설교에서 제시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출판은 시대 흐름의 반영이기에, 이는 사회나 교계 전반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06년 시작된 ‘일상생활사역연구소(소장 지성근 목사)’는 ‘일상생활 자체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요 사역(service)’이라는 관점으로 일상생활 사역을 위한 신학적 틀을 다지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선교적인 삶(Missional life)을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훈련을 연구·발굴하고 있다.
지성근 소장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과거에는 거대 담론이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걸로 세상이 변하지 않으니 작은 우리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측면도 있고, 이전부터 철학이나 역사, 사회학 쪽에서도 일상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도 했다”며 “사실 이런 흐름 이전에 하나님께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이 일상에서 사람들이 갖는 고민에 답을 주시기 위한 것이었다는 본질로 돌아가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 소장은 “한국교회 연약한 부분이 공간적으로는 교회당 안에서만, 시간적으로는 주일이나 예배에서만 국한돼 있는 삶과 신앙의 분리로 인한 심각한 병리현상 아니냐”며 “성경이 원래 이야기하고 있는, 모든 공간과 모든 시간에서 하나님을 예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난 8년간 전파해 왔고, 이를 통해 한국교회 성도들이 주일 뿐 아니라 나머지 6일의 삶을 위해 구비시키는, 성경의 원리에 다시금 굳건히 선 진정한 교회(the authentic church)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의 신학’이 흥미로운 또다른 이유는 일반 출판계와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열풍이 대표적. 한국에서 유독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 ‘일상의 철학자’는 ‘특유의 인문학적 렌즈로 주변의 사소한 일상을 재발견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가 지난 2008년부터 삶 가운데 활용할 지식의 필요성을 느껴 시작한 ‘인생학교’가 올해 초 6권의 시리즈(섹스·돈·일·정신·세상·시간)로 나온 것이다.
이 인생학교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 ‘대화를 더 잘 하는 법’, ‘좋아하는 직업을 찾는 법’ 등을 통해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지혜들을 발굴해 주는데, 오는 5월쯤 한국에서도 시범 강의가 개설된다고 한다.
포이에마에서 출간중인 ‘일상의 신학’ 시리즈는 ‘일상 속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궁구하려는 노력’을 담았다. 일상의 소재 하나하나를 붙들고 진지하고도 세밀한 신학적 성찰을 선보인다. 시리즈는 <일(Working)-축복인가, 저주인가>, <자녀 양육(Parenting)-부모의 삶에 주어진 가장 귀한 선물>, <먹고 마시기(Eating & Drinking)-모두를 위한 매일의 잔치> 등 1차로 3권까지 출판됐으며, 놀이, 여행, 쇼핑 등에 대한 내용이 2차로 담길 예정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인생학교 시리즈’와 예정된 권 수도 같다.
출판사측은 “일상에 대해 조명하는 책들이 왕왕 있었는데, 사실 크게 관심을 시장에서 불러오진 못했지만 계속 조명해야 할 주제이고 이번 시리즈도 주제를 한 권씩 다루는 등 컨셉이 괜찮아 발간하게 됐다”며 “인생학교 시리즈보다는 저희 일상의 신학 시리즈가 약간 앞서 나왔지만, 어쨌든 동시에 나오게 돼 반가운 일”이라고 전했다.
시리즈 기획자인 데이비드 H. 젠슨(오스틴장로교신학대) 교수도 “몸, 목욕, 식사, 가정 등이 기독교 신앙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하나님이 이런 일상의 관습과 재료들을 취하여 그분의 축복과 구속과 변혁의 도구로 사용하심으로써 일상생활 중에 소망과 은혜를 반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라며 “이 시리즈는 일상의 관행을 신학적 성찰의 터전으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2권 <자녀 양육>을 집필하기도 한 젠슨 교수는 “기독교 신앙은 일상에서 도피하는 게 아니라 날마다 일어나는 평범한 일과 속에 깊이 스며든다”며 “이렇듯 일상의 습관에 주의를 기울이면 구속·창조·성육신 같은 고전적 주제들을 새로운 빛으로 조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판사측도 “기독교 신앙은 교회에서 예배하고 기도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살아내어야’ 하는 것이며, 일상의 매 시간을 어떻게 살았느냐가 바로 그 사람의 신앙 내용을 보여준다”며 “무심히 보내는 매일의 일과(日課), 때론 기뻐하고 슬퍼하며, 지겨워하기도 하고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기도 하는 일상이야말로 신앙의 장(場)”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아쉬움이 있다면, 번역서이다 보니 21세기 미국의 현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특히 3권 <먹고 마시기> 1장 ‘현대 미국인의 식생활’에서는 지나친 소비주의와 인스턴트, 육식 등을 나열하고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국내 독자에게 약간 낯설 수 있다. ‘한국적 논의’가 좀더 활성화돼야 할 필요성이 여기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포이에마측은 “2차 시리즈까지 내고 나서 그쪽(한국적 일상)도 계발을 고려하고 있다”며 “형식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국내 저자에게 청탁을 해서 다른 주제를 다뤄 일상 전반을 새롭게 해석하는 등 방식은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교회 내 ‘삶의 신앙’ 확대 전망에 대해 지성근 소장은 “책 몇 권 나온다고 한국교회가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일상이라는 ‘성경의 본질’로 돌아가야겠다는 분위기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