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지지 여부’가 인간 판단의 기준이 되는 시대

LA=김준형 기자  newspaper@chtoday.co.kr   |  

제프리스, 페리, 티보, 기글리오 등의 사례

현 시대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가 동성결혼 문제가 되고 있다면 과장된 말일까? “남성이냐 여성이냐, 귀족이냐 평민이냐, 백인이냐 흑인이냐”와는 달리, 인류 역사의 시작점부터 계속돼온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란 문제가 왜 그런 지경에 이르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다. 다만 아직 어느 것이 대세인지는 진행형이다.

텍사스 달라스에 위치한 대형교회 달라스제일침례교회(First Baptist Church of Dallas)가 부활주일을 기점으로 미국 역사상 최대인 1억3천만 달러 규모의 새 성전을 입당했다. 보수적 백인 3200명이 매주 예배 드리는 이 교회는, 이번에 다운타운에 위치한 50만 스퀘어핏의 부지에 3천석 규모의 본당을 지었다. 초대형 스크린의 길이만 150피트로, 이것도 미국교회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1868년 창립된 이 교회는 성장과 부흥을 거듭하다 사양길로 접어들어 거의 문을 닫을 위기까지 갔으나, 2007년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가 부임한 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현재에 이르렀다.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제프리스 목사는 남침례회 소속의 보수적 목사로,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동성결혼 반대자다. 제프리스 목사가 동성결혼 반대 설교를 하는 날이면 교회 밖에는 수백 명의 시위자들이 몰려든다. 이 교회는 복음주의냐, 보수주의냐, 대형교회냐, 아니냐를 떠나 반동성결혼 교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입당을 기념하는 예배에는 텍사스의 주지사인 릭 페리도 참석했다. 그는 “나의 깊은 찬사를 전하고 싶다(Let me add my profound, ‘Wow!’)”고 말했다. 그는 “이곳이야말로 우리의 소금과 빛을 널리 보여 줄 수 있는 장소”라고도 했다.

릭 페리의 방문은 두 달 전 팀 티보와 극명하게 대조된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잘 알려진 티보는 당초 이 교회에서 강연을 하게 되어 있었으나,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반대에 밀려 결국 이를 취소했다. 뉴욕 제트의 신실한 1등 쿼터백도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강력한 수비를 뚫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는 동성결혼자들을 의식한 듯 “나는 앞으로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믿음, 소망, 사랑을 보다 밝은 세상을 원하는 이들과 나누며 살 것을 다짐한다”고 페이스북에 남겼다.

반면 릭 페리는 철저한 반동성결혼 정치인이다. 그는 보이스카웃이 동성결혼 논쟁에 시달릴 때 동성애자 금지를 주장했고, 공공연히 “결혼은 한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밝혀왔다. 그 역시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집중 포화를 받았지만, 보수층을 중심으로 강한 지지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가 달라스제일침례교회를 방문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제프리스 목사에게 붙은 낙인인 “반동성애자, 동성애 혐오자”라는 낙인을 같이 받게 됐다. 이날 페리는 한 술 더 떠 “우리는 모두 죄인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은혜가 필요하다. 남을 정죄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누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지는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루이 기글리오 목사가 오바마 대통령 이취임식 축도자로 임명되었다가 사퇴한 일이다. 백악관은 그가 전세계 수천만 명의 현대판 노예를 구하기 위해 이룬 업적을 기려 그를 축도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며칠이 되지 않아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그가 10여년 전 반동성애 설교를 한 것을 찾아내 반대 운동을 펼쳤고, 기글리오 목사는 결국 사임했다. 백악관은 그의 사퇴를 받아들이고, 즉시 동성결혼 지지자로 잘 알려진 루이스 레옹 성공회 신부를 축도자로 뽑았다. 나아가 취임식 축시 낭독도 동성애자 시인 리차드 블랑코에게 맡겼다. 누가 보더라도 백악관이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입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세계 수천만 명의 인권을 위해 사역을 해도, 동성결혼을 지지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밀려나게 된다. 아무리 교회가 부흥하고 많은 영혼을 구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해도 동성결혼에 반대하면 인권을 무시하는 교회로 낙인 찍힌다. 그렇다면, 동성결혼이 현대의 인간들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바이어하우스학회

“북한 열리면, 거점별 ‘센터 처치’ 30곳부터 세우자”

지하 성도들 단계적 준비시켜 각 지역별 사역 감당하게 해야 과거 조선족 교회 교훈 기억을 자치·자전·자립 네비우스 정책 주신 각 은사와 달란트 활용해 의료와 복지 등으로 회복 도모 제10회 바이어하우스학회(회장 이동주 교수) 학술 심포지엄이 4월 11일 …

이세종 심방

“심방, 우리 약점 극복하게 하는 ‘사역의 지름길’”

“열 번의 단체 공지보다 한 번의 개인 카톡이 더 효과적이다. 열 번의 문자보다 한 번의 전화가 더 효과적이다. 열 번의 전화보다 한 번의 심방이 더 효과적이다.” ‘365일 심방하는 목사’ 이세종 목사의 지론이다. 저자가 시무했던 울산교회 고등부는 심방을 …

대한성서공회

지난해 전 세계 74개 언어로 성경 첫 번역돼

성경전서는 총 769개 언어 번역 아직 전체 48% 언어 번역 안 돼 새 번역된 74개 언어 중 16개는 성경전서, 16개 신약, 42개 단편 2024년 말 기준 세계 성서 번역 현황이 발표됐다. 전 세계 총 7,398개 언어 중 성경전서는 769개 언어로 번역됐고, 지난 1년간 74개 언어로 처…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