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예수보육원, 과장·왜곡된 의혹 제기로 곤욕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아동 학대’ 근거 없어… 지원금 전용 건도 불가피했던 측면 있어

전라북도 익산시 소재 예수보육원이 최근 ‘아동 학대’ 논란 등에 휩싸였지만, 취재 결과 이는 해당 지자체의 행정 미숙과 부풀려진 소문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나홍균 목사) 소속 K목사는 지난 2000년부터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이름을 ‘예수보육원’으로 정하고 인가를 받은 뒤, 정부로부터 아이들의 생계비 등을 수령해 지금까지 아내 및 두 딸과 함께 운영해 왔다.

▲전북 익산에 있는 예수보육원.
▲전북 익산에 있는 예수보육원.

하지만 최근 K목사에 대한 악성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K목사가 아이들의 생계와 주거 안정을 위해 사용해야 할 돈을 전용했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아동 학대까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해당 지자체와 관할 경찰서 등이 현재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같은 소문은 대부분 과장·왜곡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예수보육원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포함해 약 30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보육원 인근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해당 학교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보육원 아이들은 성격이 밝으며 학대로 인해 위축되거나 어두운 모습 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O초등학교 교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이들이 밝다. 잘 지내고 활달하다”며 ‘아동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행동 양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기자가 예수보육원을 찾았을 때도 아이들의 모습은 또래의 여느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아이들과 K목사와의 관계를 살핀 결과, 아동 학대가 있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방과 후 보육원에 들어선 아이들은 자연스레 K목사에게 달려가 안기는가 하면,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매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한 아동심리 전문가는 “지난 일을 쉽게 잊는다는 아이들의 특징을 감안해도,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다면 그 마음의 상처로 인해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 전용 의혹 역시 사전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해당 지자체 영향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예수보육원은 정부로부터 아이 1인당 생계급여 명목 등으로 매월 약 45만원을 수령, 총 1천4백여만원을 받고 있다. K목사는 이 돈을 자신을 비롯한 보육원 교사 등의 인건비와 기타 운영비 등으로도 사용했는데, 인건비는 6명에 대해 연 8천8백여만원을 지출했다. 수급자마다 차등이 있지만 단순 계산 상 월급으로 치면 1인당 평균 140여만원 꼴이다.

나머지는 아이들 주식비 등 생계비와 보육원 공과금 등 운영비로 썼다. 아이들 생계비로 연 약 1천6백만 원을 썼는데, 매월 100만원 정도를 지출한 셈이다. 이게 문제가 됐다. 정부 지원금을 인건비 등으로 과다 지출한 것은 잘못이며, 아이들 생계비 역시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K목사는 “정부가 보육원 인건비 등을 보전해주지 않았기에 (아이들에 대한) 지원금을 (인건비와 기타 보육원 운영비로) 쓸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음식과 의복 등의 경우 물품 후원으로 들어올 경우도 있기에, 그럴 때면 자연히 해당 비용으로 지출되는 액수도 줄었다. 그리고 K목사는 매년 분기별로 지원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빼놓지 않고 지역 주민센터에 문서로 보고해 왔다. K목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지원금을 잘못 썼다고 지적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주민센터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시청 직원과 함께 보육원에 가서 (지원금을 잘못 쓴 점에 대해) 지적했다”면서도 “그럼 이전에는 왜 이번과 같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모르겠다. (나는 올해) 2월부터 근무했다. (전임자의 업무를) 인수인계하지 않는다. 익산시청에 문의하라”고만 답했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육원이 지원금을) 어디다 어떻게 썼다고는 (주민센터로부터) 보고받지 않는다. 이상이 있을 때만 보고를 받는다”며 “(지원금 사용 살태에 대한) 모든 관리를 읍·면·동(주민센터)이 해 오는데, 어디에 썼다거나 부정사용을 했다는 보고는 안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센터측의 잘못인가”라고 재차 묻자 이 관계자는 “행정적인 책임을 묻자면 구체적인 보고가 안 들어온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현재 익산시청은 예수보육원 원장 K목사가 아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해당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판단, 최근 예수보육원에 시정명령을 하달했다.

▲방과 후 보육원에 들어선 아이들이 원장인 K목사를 향해 달려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안기고 있다.
▲방과 후 보육원에 들어선 아이들이 원장인 K목사를 향해 달려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안기고 있다.

그러나 K목사는 “익산시청에 인건비를 지원해 달라고 했지만 법인화하라는 말만 할 뿐 지원이 없었다”며 “인건비 등을 받기 위해 법인화를 시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수억 원에 달하는 운영적립금이 있어야 해서 더 이상 추진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금 중 그야말로 최저급여 수준에 해당하는 액수를 인건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연중 아이들을 위한 생계비 지출이 적은 부분에 대해선 “(주민센터에 제출한) 지출 보고서상에는 연 약 1천6백만원, 즉 매월 100만원 정도로 적지만 그 외 쌀 등 음식 후원이 있고 별도로 내가 (지원금에서) 받은 인건비 약 200여만원 중 일부와 세미나 강사비 등으로 얻은 수입 중 일부를 합쳐 약 100만 원을 아이들 주식비 등으로 쓴다”며 “그리고 실제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음식을 먹는 경우는 평일 아침과 간식 정도다. 나머지 점심과 저녁은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의 무료급식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익산 지역 한 목회자는 예수보육원 K목사에 대해 “오랜 시간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며 헌신해 오신 분”이라며 “정부가 아이들에게 지원한 돈을 인건비 등으로 쓴 것은 물론 잘못이지만, 애초 인건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었고 후원 역시 미미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건비 중 일부는 다시 아이들을 위해 써왔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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